사흘만 볼 수 있다면 - 헬렌 켈러 자서전
헬렌 켈러 지음, 이창식.박에스더 옮김 / 산해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헬렌켈러라는 이름은 너무도 유명하지만 사실 내가 그녀에 대해 아는건 어릴 적 동화책에서 읽었던게 다인지라 내 앎도 딱 거기에서 머물러 있다. 그 책에서 기억나는건 사실 헬렌켈러가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장애 소녀였다는것과 그런 소녀를 훌륭한 인물로 만든게 설리반 선생님이라는 정도....

인간승리의 드라마야 언제봐도 감동적이지만, 또 그런것들이 넘치는데서 나타나는 식상함이 있는것도 사실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런 인간 승리 드라마 정도일거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책을 읽어가면서 내 추측이 얼마나 틀렸나를 뼈저리게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계속 자신의 장애를 얘기하지 않았더라면 -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의 장애를 느낄 수 없었다. 또한 당연히 그녀의 장애에 대한 연민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녀가 얼마나 축복받은 사람인지, 세상과 사람과 자연에 대해 그녀가 가진 애정과 열정이 얼마나 축복받은 것인지... 더우기 그런 자신을 솔직히 내보일 수 있는 그녀의 글솜씨는 얼마나 유려한지....

보이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 그녀는 보고 들을 수 있는 사람들 몇배의 것들을 보고 느낀다. 이 책에 묘사된 그녀의 세상을 보고 누가 그녀의 장애를 상상할 수 있을까? 내가 숲에 가서 보고오는 것의 몇백배를 그녀는 보고 온다. 단순히 촉각으로 느낀다는 것이 아니라 그녀는 그것을 자신의 영감으로 다시 되살려내는 것이다. 그러한 그녀의 능력이 단순히 자연에 대한, 또는 신에 대한 찬미로 그쳤다면 나는 그냥 꽤 잘쓴 에세이를 하나 봤다고 넘겨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한 영감을 인간 사회에 대한 통찰로도 이어갈 줄을 안다. 그녀는 말한다.

우리는 말한다. 해와 공기는 만인에게 내리신 신의 선물이라고. 그러나 정말 그러한가? 도시 한구석 거무튀튀한 뒷골목엔 오늘도 해가 들지 않는다. 악취가 진동한다. 오 인간이여!어찌 우리가 한 형제인 그들을 잊으며 그들을 유폐시킬 수 있는가. 그들의 손엔 아무것도 들린게 없는데 어찌 "우리가 일용할 양식을 주옵소서"라고 기도할 수 있는가

이후의 그녀의 삶이 자신의 장애에 머물지 않고 세상의 장애를 향해 손을 내밀것임을 말해주고 있지 않는가? 이 글을 한 인간의 인간승리 드라마로 읽어도 좋고, 아니면 유려한 문제에 담긴 자연과 인간에 대한 훌륭한 에세이로 읽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헬렌켈러라는 인물이 세계에 대한 성찰과 그속에서 진정한 인간성을 완성해가는 그녀의 성장이야기로 이 글을 또한 읽고싶다.

덧붙이면서 장애우들이 가장 기본적인 보행권을 위해서도 싸워야 하는 이 나라에서 헬렌켈러 그녀가 받은 엄청난 개인적 사회적 도움들은 나를 씁쓸하게 한다. 이 나라에서는 왜 안되는 것일까? 약자에 대한 배려를 상실한 사회의 결말은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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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꼬 2005-09-05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고 싶어졌어요..그리고 저도 변화하고 싶어졌어요.. 추천 누르고 갑니다..

urblue 2005-09-05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보고 나서 헬렌 켈러의 전기를 샀는데, 아직 책꽂이에 꽂혀만 있네요. 조만간 봐야겠습니다.

바람돌이 2005-09-05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림님/보세요. 변화는 잘모르겠지만요. ^^
urblue님/헬렌켈러의 전기까지.... 저는 아직은 이 책의 여운에 빠져 이 한권으로 만족하고싶네요. 전기 읽고나시면 님의 리뷰 부탁! 근데 님의 리뷰보고 나면 또 읽고싶어지지 않을까? ^^

2005-09-05 14: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5-09-06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요즘 무척 바쁘실텐데 건강까지.... 저도 헬렌켈러가 사회주의자였다는 것 까지는 들었는데 사실 그 이상은 아는 바가 없어요. 아마도 그 사실 때문에 우리나라에 알려진 헬렌켈러는 장애 극복만 촛점을 두어 설리번 선생님과의 어린시절 얘기만 부각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어쨌든 이 책을 읽으면서 그녀가 단순히 장애극복의 대명사로만 얘기되어질 인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빨리 건강 회복하시고요. 하시던 일 빨리 빨리 마무리 돼서 좋은 소식 알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