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왕따 Y군, 며칠전 온 교무실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그날 Y군이 조례가 끝나도록 안왔기에 오면 교무실로 보내라 하고 왔는데 잠시 뒤 교무실로 찾아온 Y에게 " 왜 지각했냐" 한마디 했다. 그 때 다른 아이를 좀 나무란 뒤라서 내 목소리가 별로 정겹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순간 온 교무실이 시끌벅적하도록 "왜요 뭐요 아씨 짜증나."등을 연발하는 아이를 보고 나는 망연자실.... 이게 무슨 일인가? 일단 아이를 진정시키려고 팔을 잡는데 엄청난 힘으로 뿌리치면서 나를 칠려고 했다. 그 순간 교무실의 분개한 선생님들 다 일어나고 나는 아이와 선생님들 둘 다를 진정시켜야 하는 미칠 것 같은 순간. 어쨌든 아직은 이성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라서 겨우 아이를 달래서 진정시켰다. 나중에 집에 전화걸어 알아본 결과 좀 안좋은 일이 있었단다.
그리고 오늘 갑자기 조례를 하고 있는데 Y군이 성큼성큼 나오더니 비닐봉지에 든 뭔가를 쑥 내민다.
"이게 뭐냐"
"몰라요 아빠가 갖다주라던데요" 열어보니 티셔츠다.
"이게 뭐니"
"선생님 입으세요"
순간 적응이 안되는데 일단은 좀 과장해서 진짜 고맙다를 연발하고 교무실에 와서 아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 말씀이 Y군이 전부터 계속해서 우리 선생님 옷 사줘야 된다고 아빠를 졸랐단다.(내가 그렇게 옷을 못입고 다녔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딴에는 그 날 일이 좀 미안했던가 싶기도 하다. 그 이후로 말도 잘 듣고 살살거리고 내앞에서 웃기도 잘하고 있으니...
교사로 학부모한테 뭔가를 받는건 액수에 상관없이 - 아니 액수가 크면 클수록 부담스럽다. 대부분은 돌려보내지만 이런 선물은 도저히 돌려보낼 수가 없다. 돌려보내는게 오히려 아이의 마음에 상처가 될 수도 있기에... 또 한편으로는 아이의 마음이 기특하기도 하고...
그런데 참 문제가 생겼다. 옷을 선물받았으니 학교에 입고가야 하는데 이 옷이 도저히 나로서는 소화가 안된다는 것이다. 옷이 안좋은 건 아니다. 꽤 돈을 줬음직 한데 문제는 첫째 색깔 황토색, 일명 똥색이다. 내가 절대로 소화못하는 색이다. 거기다가 완전 40대 아저씨들이 즐겨입는 스타일. 여기까진 감수할 수 있으나 더 큰 문제는 티셔츠의 천이 너무 얇다보니 몸에 착 달라붙는다는 거다. 몸매가 받쳐주면 어떻게 커버가 되겠으나 나의 똥똥한 몸매로는 몸의 선, 특히 똥배의 선이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거다. (으악~~~~)
그럼에도 눈물을 머금고 나는 내일 이 옷을 입고 가야 하리... 게다가 잊어먹지 않게 몇번은 더 입고 가야하리... 에구 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