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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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들면 손에서 놓기 싫은 책!!  

밥 딜런은 열아홉에 뉴욕의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베테랑 가수로 활약하고 있었고,
살바도르 달리는 열아홉이 되었을때 이미 뛰어난 그림을 발표했다.
혁명적인 일을 한 잔다르크는 열아홉에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여자가 돼 있었다.
하지만 열아홉살인 나, 에드 케네디는? 

에드 케네디는 어떠냐고?  저 자조가 말하듯 당연히 별볼일 없다.
도시 주변의 변두리 가난한 동네를 형제들 중에서 유일하게 벗어나지 못했고,
월세가 싼 판잣집에 살면서 택시운전을 하고,
그 외 하는 일이라고는 비슷하게 한심한 인생들인 3명의 친구들과 카드게임을 하는게 전부인 삶.
아 참 도어맨이라 불리는 무지막지하게 냄새나는 개도 한 마리 키우는구나.

그래, 젠장할... 이토록 하찮은 인생이라니....
근데 갑자기 인생이 바뀐다.
소뒷발질에 쥐잡은 격으로 은행강도를 잡은 것.
뭐 이게 중요한게 아니다. 은행강도를 잡았다 해도 지역신문에 이름 나고 사진나고, 며칠간 잠시 우쭐했던 것 뿐이니까....
근데 그 때부터 이상하게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다.
알 수 없는 메시지가 날아들고,  

아! 우리의 에드 케네디 이상한 사명감에 불타며 메신저가 되다. 

이제 메신저가 되었으니 뭔가 거창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소설이라면 당연히 그래야지.
근데 이게 뭐야
케네디가 한 가장 거창하고 스펙터클한 일이 가정 폭력을 일삼는 남자 하나를 혼내서 쫓아버린거다.
아 이정도면 안되는데....
영웅적인 메신저가 되려면 좀 더 아슬아슬하고 위험하고 뭐 그래야 하잖아.
그런데 미리 얘기했다시피 우리의 주인공 에드 케네디가 사는 곳이 도심 주변의 변두리 빈민가다.
일상적인 무력감과 소외감으로 덮여있고, 일상적인 자질구레한 싸움들이 일어나는 곳.
뭔가 거창한 사건이 일어나기에는 정말 작은 곳이란 말이다. 

그래도 그곳에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말했듯이 무력감과 패배감, 소외감, 외로움이 덕지덕지 지겹도록 늘어붙은 곳에 말이다.
에드 케네디의 임무는 그런 그들에게 위로와 관심을 전해줌으로써 그저 그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경험해본 사람은 안다.
대박 복권 당첨 같은게 사람을 살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게 아니다.
나 혼자라고 생각되어지는 순간, 나의 고민을 나 혼자 모두 안고 있는 순간 전해지는 동감과 위로가 얼마나 삶의 위안이 되는지...
그 누군가가 하나라도 있으면 그래 세상은 살아지는 거다.
때로는 희망도 생겨지는 거다. 
그리고 또한 그 속에서 나도 구원받아진다.
내 옆의 이웃에게 손을 내밀때, 그것은 나를 위로하는 또 하나의 손과의 연결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그러므로 하찮은 인생이란 없다.
거창하게 연대라고 할것도 없다.
너와 나의 마주잡음으로 세상은 그리고 나는 새롭게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너 같은 녀석이 일어서서 그 모든 사람들을 위해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모두 할 수 있을거 아냐. 모두가 자신의 능력이상의 일을 하며 살 수 있을 거 아냐"(472쪽)  

에드 케네디는 사실 메신저가 아니라 세상을 향한 메시지였던 것이다.
전작인 <책도둑>에 비하면 훨씬 유쾌하고 발랄한 책이다.
세상과 사람들을 향한 그 따뜻한 시선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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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8-11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리뷰보니 땡기네요^^ 유쾌하고 발랄한 이야기읽고 싶었어요

바람돌이 2009-08-11 11:51   좋아요 0 | URL
가끔은 이렇게 유쾌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그립잖아요. ^^

글샘 2009-08-11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책도둑은... 좀 그랬죠. ^^ 유쾌, 발랄... 좋겠네요.

바람돌이 2009-08-11 11:52   좋아요 0 | URL
뭐 사는게 재미없을때 읽으면 살짝 재밌어진다고 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