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예술 작품들
이유리.임승수 지음 / 시대의창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예술작품이 세상을 바꾼다고?
때로는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1970년대에 김지하의 <오적>이 1980년대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그런 역할을 했었다.
아 물론 여기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무슨 예술작품이냐고 할 사람도 있겠구나...
하지만 이 책에 의하면 <인터내셜가>도 예술 작품이다.
그렇다면 <임을 위한 행진곡>이 예술작품이 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예술이 무어냐고 하는 아주 오래된 해묵은 논쟁을 들추고 싶지는 않다.
예술이 무어냐에 대한 해답도 결국 그가 자라고 배운 사회적 토양위에서 생성되는 의견이겠고 결국 그의 계급적 지향을 벗어날 수 없는 한에서 주관적일뿐이다.
여기 한 판의 전시가 벌어졌다.
위대한 예술이란 자고로 세상 사람들에게 새로운 생각, 새로운 가치관, 또는 잊지말아야 할 기억의 환기를 가져오는 그 무엇이어야 한다는 것, 그럼으로써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 마음이 모여 세상이 바꾸게 된다는 전제하에 모인 한 판의 전시다.  

만인에게 알려진 예술품들도 다르게 보면 다르게 보인다.
원래 무언가를 본다는게 이렇게 가변적이고 주관적이다.
그러나 이렇게 주관적인 행위에도 이상하게도 사람들의 마음과 눈길이 더 많이 모이는 것들은 있게 마련이다.
지금 나의 마음, 나의 현실, 나의 꿈을 더 잘 대변해주는 듯한 작품을 만나면 사람의 마음은 움직이게 되어 있다.
그런 마음과 마음들의 거대한 움직임을 가져왔던 역사의 걸작들이 이 한 권에 참으로 알차게도 모였다. 

여성화가의 자의식을 한껏 발휘했던 젠틸레스키, 프리다 칼로
시사만평 만화의 시초를 연 윌리엄 호가스, 한 발 더 나아가 국왕까지 풍자의 대상으로 삼았던 오노레 도미에
열렬한 공화주의자였던 베토벤, 나폴레옹의 침략을 고발한 고야
프랑스혁명의 시대정신을 표현한 들라크루아
브레히트의 시 <예심판사 앞에 선 16세의 봉제공 엠마 라이스>와 함께 읽는 인터내셜날가의 이야기
새야 새야, 라쿠카라차, 소나무와 같은 민요의 힘............... 

이런 이야기들이 적절한 도판과 어우러진 쉽고 명료한 문장으로 제시된다.
기존에 알고있었던 이들의 작품과 그 배경 그리고 그것이 세계 역사에 끼치 영향을 같이 읽어가는 즐거움도 만만치 않다.
이런 책의 재미는 내가 기존에 알고있던 인물이나 작품을 만나는 것 보다는 새로운 인물이나 작품이야기를 발굴하는 재미가 더 크다고 하겠다. 

쉬잔 발라동의 근대미술에서 유명한 여러 화가들의 모델로 활동했던 여성이다.

르느와르의 그림속에서 아리따운 소녀로 머리를 땋고 있는 그녀 쉬잔 발라동
하지만 그녀는 화가들의 모델로 만족하지 않았다. 

여전히 여성화가라는 존재 자체가 희귀대상이던 시절에 그녀는 모델을 서며 어깨 너머로 화가들의 작업을 보고 배운다.
그리고 스스로 화가가 된 그녀 쉬잔 발라동

어디서 많이 본듯한 그러나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
서양미술에서 흔히 나타나는 포즈, 하지만 다른 그림들처럼 그림 속 그녀는 그녀를 바라보는 화면 밖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방에 누워 그녀가 응시하는 건 누구일까?
그녀는 지금 자신만의 공간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고 있을 뿐, 화면 바깥에서 누가 바라보든지 말든지 그건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푸른 방>이란 이 그림속의 그녀는 쉬잔 발라동 그녀 자신이겠지.... 

우리 작가 최병수씨의 새로운 발견도 신선했다.
너무 유명한 <한열이를 살려내라> 걸개그림의 작가가 바로 최병수씨란다.
음 웃긴건 내가 <한열이...> 걸개그림도 <장산곶매> <새만금 장승 솟대>도 모두 모두 좋아하던 작품이라는 것, 근데 이 모두가 같은 사람의 작품이란 건 몰랐다. ㅠ.ㅠ
이 책에서 다시 발견한 최병수씨의 작품 


2002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리우+10 세계정상회의 행사장 앞에 설치된 얼음 펭귄조각 <남극의 대표> 

지구 환경문제를 이렇게 절묘하게 표현하다니...
한눈에 반할 수밖에 없는 작품
이런 최병수씨가 지금 현재는 암으로 투병중이라니 그저 부디 부디 기운차리시고 건강해지시라는 말밖에는.... 

새롭게 만난 또 한명의 작가 <세바스티앙 살가도>

<세라 페라다의 금광>
개미처럼 사다리를 오르는 저들은?
금광의 노동자들.... 모두 금을 짊어졌지만 그 금은 절대 저들의 것이 될 수 없는 그 부스러기 하나도 그들 차지가 되지 않을 것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의 비참한 삶의 모습도 구경거리 또는 상품이 되는 오늘의 세계를 비판하며 자신이 찍고자 하는 대상속에서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마음에 카메라를 갖다대는 작가.
그것조차도 비판받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쾌적한 비행기와 버스를 번갈아 타고 와서 몇군데 카메라를 펑펑 터뜨리고 떠나는 이들과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등장한 영국의 뱅크시
아 정말 무슨 소설이라도 한 편 써야 될듯 괴도 루팡처럼 나타나 그림 하나를 남기고 사라지는 뱅크시
그의 벽그림, 그리피티는 보통 일반적으로 그리피티에 대해 가지고 있는 난폭할 정도의 과격한 색깔이나 음침함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촌철살인의 유머감각과 비판정신으로 무장한 그리피티라니...
이 정도 되면 당연히 예술이다.
부디 영국정부가 그의 그림들을 잘 보존해주기를...

팔레스타인 분리장벽에 그려진 뱅크시의 그리피티
벽 너머 푸른 하늘이라니.....
이 정도면 사람의 마음이 움직여야 정상인데 이래도 움직이지 않는 이스라엘의 마음은 뭘까?
역시 그림이든 음악이든 시대와 삶을 반영할때 그것은 걸작이 된다.
예나 지금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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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9-06-25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살가도의 사진 몇장을 구매한걸로 압니다.

시립미술관 자료실에 가면 그의 국내 전시회때 비매품으로만 나온 꽤 두툼한 사진도록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주제별로...광산, 난민촌..등등으로 사진을 구분했습니다.
아니면 바람구두의 개인홈페이지 사진편에 가도 십여장의 살가도 사진을 비롯해 그가 책으로도 썻던 디안 아버스-그녀는 디안으로 불리길 원했는데,일반적으로는 다이안 아버스로 하더군요-의 사진도 보실수 있을겝니다.

뱅크시의 그리피티는 제가 언젠가 배경화면으로도 썻었는데...책이 나와있지요 아마.

바람돌이 2009-06-26 13:34   좋아요 0 | URL
시립미술관 자료실에 살가도의 사진집이라... 잘 기억해두고 다음에 시립미술관 갈때 들러볼게요. 감사합니다.
뱅크시의 책은 어제 안그래도 도서관 갔더니 있더라구요. 그래서 냉큼 집어와 지금 잘 보고 있습니다. ^^

무해한모리군 2009-06-25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조금씩 읽어가고 있는 책입니다..
미술보다는 음악편이 더 흥미롭더군요 ^^
(제가 음악에 더 무지해서 그런듯 --)
언제나 저는 다 읽으려나~~

바람돌이 2009-06-26 13:35   좋아요 0 | URL
저는 아무래도 귀보다 눈이 좀 나은 편이라 미술이 눈이 더 가더라구요. ㅎㅎ
매일 한 편씩 음미하며 읽는 재미도 쏠쏠할 듯 한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