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 비판 - 김기협의 역사 에세이
김기협 지음 / 돌베개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다가 나이 얘기가 갑자기 나와서 어! 했었다.
60을 바라본다는 이 분. - 젊은 학자도 아니고 60을 바라보는 분 중에 지금 이렇게 첨예한 논쟁에 발을 담글 분으로 내가 모르는 이가 있었던가 싶어 앞의 저자소개를 찾아보기까지 했다.
1950년생이라....  
이 연세에 논객을 자처하기란 참 쉽지않을터인데.... 

찬찬히 읽다 보면 이 분의 정치적 지향성을 알아내는건 그리 어렵지 않다.
중도우파 내지는 합리적 보수라고 할 수 있을듯...(우리 사회에서 수구꼴통이 보수파를 자처하는데 이건 정말 어불성설이다. 그것들은 그저 수구꼴통이라고 불러줘야지 보수라는 이름은 과하다)
그런 자신의 정치적 지향에 대해서 이분은 숨기거나 자신이 가진 생각보다 더 진보적인척 하려 하지 않는다.(그런 점에서 늘 자신이 진보의 최전선에 서있다고 착각하는 유시민 같은 이들보다 훨씬 솔직하며 그럼으로써 오히려 저자의 글의 진실성이 와닿았다.) 

이 책에서 지적하는 출발점은 뉴라이트의 인간관이다.
뉴라이트 역사관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보다 인간을 '이기적 존재'로만 본다는데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이기적 존재로서의 인간이라? 그것만이 인간의 본질이 된다면 그래 뉴라이트들이 하는 말이 다 맞을것 같기도 하다.
옆에서 이웃이 굶어죽든 말든 나만 잘 살면 돼. 나라야 망하든 말든 내 돈이 늘어난다면야 하면서 신자유주의 경제논리에 모든 것을 올인시켜버리는 논리가 나올 수 있는거겠지.
또한 경제의 양적성장이 있기만 하면 그 기간의 통치는 모든 것이 정당한 통치가 되고 모든 국가가 정당한 국가가 되기도 하겠다. 일제시대도, 이승만 박정희의 독재도 모두 말이다. 

뉴라이트들이 즐겨 쓰는 수법이 통계 수치를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다.
일제 시대에 우리 나라는 연 3.6%의 높은 성장률을 이뤘다. 그러니 일제의 지배는 우리 민족에게는 발전과 근대화의 계기였다는 뉴라이트의 통계 장난은 바로 저자에게 일격을 맞는다.
이 수치의 출발점이 되는 1910년도는 거의 아무런 산업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던 시기다. 오늘날처럼 산업화가 이뤄질 만큼 이뤄진 상황에서도 연 5% 이하로 성장률 목표를 낮추는 것을 놓고 온 국민이 서운해 하는 판인데 아무 것도 없던 출발점에서 연 3.6%가 높은 성장률이라니..... 1960년대 이후 20여년간 한국 경제가 이룩한 연평균 7-8%보다도 높은 성장률이 근대화 출범 시점에서는 당연한 것이었다.... 맨바닥에서 시작하는 산업화가 수십년간 연 4%대 미만의 성장률에 머물렀다는 것은 일제 통치가 성장을 도와준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억누르고 가로막은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 정도만 봐도 뉴라이트들의 통계수치 장난질이 얼마나 유치하고 근거없는 것인지 알아봐주시겠다. 또한 발전없는 성장, 즉 삶의 질의 향상이 없는 덩치만 커지는 성장이란게 과연 진짜 성장이랄 수 있는 것인지 말이다. 물론 이 비판은 뉴라이트에게는 안 먹히겠다. 그들에게는 가진자의 부가 더 증가하면 그것으로 족할테니 말이다. 

뉴라이트는 또한 한국근현대사를 자본주의 발전의 단선적역사로 본다. 그 기준하나로 일제 통치도 이승만과 박정희의 독재도 모두 정당화되는 것이다.(무섭다. 뉴라이트가 좀 더 있으면 전두환일파의 광주학살조차 옹호하고 나설지도 모르겠으니...)
그리고 앞으로도 자본주의의 무한한 성장, 경제성장률의 향상만이 이 나라가 살아갈 길이며 또한 지향점이라니...
세계경제는 이미 자원의 한계에 부딪혔고 그것은 경제발전 내지는 사회발전에 대한 새로운 생각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데 뉴라이트는 여전히 고속 성장의 계속으로 선진국 진입이 가능하다는 억지망상에 빠져있는 셈이다. 이미 미국 경제의 위기에서 고속성장의 한계가 눈앞에 빤히 보이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들이 고집하는 수치의 향상을 위해서 취할 수단이 뭐가 있을까? 대규모 민영화, 온국토에 대한 삽질... 결국 지금의 정권과 뉴라이트는 알려진바대로 쌍둥이였던 것이다. 그것도 우리를 미증유의 파멸로 이끌어 갈..... 

이 책을 읽다보면 왜 좀 더 강도높은 비판이 없을까? 어쩌면 이렇게 점잖게 비판하지싶은 생각이 안드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럼으로써 희망이 보인다.
좌파가 아니라 이 책의 저자같은 보수조차도 설득하고 포섭할 수없는 주장, 아니 설득할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런 분조차도 너무나도 기가차고 분개해서 가끔 감정을 폭발시키게 하는 뉴라이트가 얼마나 갈 수있을까?
결국 그들은 자신의 논리에 갇혀 우물안에서 허덕이다가 자멸하리라...
다만 그 자멸에 너무 많은 것들을 끌고 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되도록 빨리 자멸할수록 덤태기로 죽어나가는 이들이 좀이라도 줄어들터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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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9-01-10 0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네요. 저도 저 책에 관심이 있긴 했는데 저자가 보수라고는 생각 못 했어요. 나이도 지긋하시군요.^^ 광주학살조차 옹호하려고 할 가능성이 다분하지 않을까 합니다.. -_ㅠ 자멸해야하는데.. 시간을 오래 끌어도 문제. 많은 것을 끌고 가도 문제. 정말 그렇네요.
그래도 뭐 곧 그렇게 되리라 믿어야죠. 으흐

바람돌이 2009-01-11 00:18   좋아요 0 | URL
이 분의 일부 의견은 동의가 힘들지만(예를 들면 김대중, 노무현정부에 대한 평가 같은 것) 그럼에도 귀기울여 들어야 할 부분이 많아요. 우리 사회의 원로에 해당할 이런 분들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봅니다. 저는 보수라 하더라도 이런 분들이 좀 더 이렇게 나서주신다면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지않을까 싶었어요.

BRINY 2009-01-10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얘기지만, 이 분의 아버지도, 형도, 사촌도 다 역사학자더라구요. 굉장~

바람돌이 2009-01-11 00:19   좋아요 0 | URL
이 분의 아버님이 김성칠씨라고 하더군요. 요즘 고등학교 교과서에 아버님의 글 역사앞에서라는 글이 실려있다고 친구가 가르쳐주더라구요. 내용을 들어보니 대충 부전자전이랄까? ㅎㅎ

BRINY 2009-01-11 12:16   좋아요 0 | URL
사실 김성칠씨는 6.25때 돌아가셔서 그때 김기협씨는 어린 아기였잖아요. 그런데도 부전자전이란 게 놀라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