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지도 - 어느 불평꾼의 기발한 세계일주
에릭 와이너 지음, 김승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매년 무슨 연례행사처럼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어쩌구 하는 기사가 올라온다.
우리나라야 뭐 워낙에 하위권에 꽂혀있는게 당연하다 여겨지는데 가끔 생각지도 못한 나라가 우리보다 훨씬 높은 순위에 올라와 놀라게 하기도 한다.
뭐 예를 들면 방글라데시같은 나라가 그렇다.
행복이란게 워낙에 주관적인 개념이라 이런 결과에 놀라는게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행복과 너무 먼 거리에 있는 나라들이 행복지수가 높았을때는 뭔가 속는 기분이 되곤한다.
그러면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물론 누구나 예상하듯이 일단은 경제력 돈이다.
흥청망청 쓸만큼이 아니라 최소한 세끼 밥을 안정적으로 먹을 수는 있어야 하고, 비나 추위를 가릴 지붕정도는 있어야 하며 당장 내일 시체가 되어 나뒹굴거라는 두려움은 없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기아에 허덕이거나 내전에 시달리는 나라들의 행복지수가 높다는 얘기에는 이건 뭔가 음모가 있어, 아니면 종교같은 것들이 아편이 되어 사람들의 의식을 마비시키고 있거나라는 의심부터 드는 것이다. 

어쨌든 그래도 궁금하긴 했다.
행복지수 순위에서 늘 앞자리를 차지하는 나라들은 어떤 면이 그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일까 싶어서...
<행복의 지도> 이 책은 바로 그런 나의 궁금증과 딱 일치하는 책이다.
에릭 와이너라는 저널리스트이자 이 책의 지은이인 이 사람
행복이 뭔지 궁금해, 왜 여태까지 행복을 취재하거나 연구하는 사람은 그리 적은거야 하면서 행복하다는 나라들을 맘먹고 여행한다.
아 그래! 이 책을 보면 뭔가 답이 있을거야
나도 덩달아 떠나게 되는 행복여행이다. 

어떤 나라를 갈까?
네덜란드? 관용과 자유의 나라? 어느정도까지는 마약까지도 합법인 나라.
하지만 관용은 훌륭하지만 그것은 쉽사리 무관심으로 변질될수도 있다니?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관용은 어디까지일까? 

스위스? 모든 것이 신중하게 배분되고 적당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맞춰지는 나라.
스위스인이 행복한 건 다른 사람들에게 시기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라는데... 이 대목에서 피식 웃음이 난다.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라는 강대국들 사이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서 안간힘을 써야 했던 그들의 역사를 보면 어쩌면 당연한 태도지 않을까 싶기도 한 것이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된다. 무조건 줄타기를 교묘하게 함으로써 살아남는 것.
그런 역사는 스위스인들에게 이런 신중함. 눈에 띄지 않으려는 조심성같은걸 무의식속에 쌓아온 것은 아닐까? 그럼으로써 안전은 확보되지만 참 지루하단다. 유머감각 없고 딱딱한 사람들.
완전한 즐거움, 기뻐날뜀 이런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평온한 일상의 잔잔함?
인간은 이런 것들로 행복하다고 느끼기도 하지...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좀 부족하지 않을까? 

부탄? - 이 책에서 내가 가장 관심있게 그리고 기대하며 본 나라.
국가에서 국민의 행복지수를 측정하고 관리해주는 나라라니...
예전에 다른 글에서 이런 얘기를 듣고 그게 과연 가능할까? 정말로 부탄 사람들은 행복할까 하는게 늘 의문이었었다.
저자가 만난 부탄인들은 모두 행복하단다.
그런데 그들을 바라보는 기분이 꼭 구름위를 걷는 기분이다. 현실이 아닌듯한 또는 선승의 선문답을 듣는 듯한.... 현실적인 온갖 것들에 대한 무심함. 불교에 대한 믿음... 주변의 나라가 흔히 그러하듯이 야만적인 독재자를 만나지 않은 것은 이 나라 사람들의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딱히 행복이라 할 수 있을지, 아니 그렇다고 불행하다 하기도 어려운 그런 아련함. 막막함이 부탄에 대해 느껴지는 것들이다. 아마도 저자도 그렇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쏟아지는 석유와 함게 어느 날 갑자기 엄청난 돈을 거머쥐게 된 조그만 나라 카타르인들은?
돈이라는 기준에서 보면 당연히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어야 한다.
세금도 없고, 기본적인 경제생활은 국가가 모두 부담해주고, 일하기 싫은 것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와서 모두 해주고....
카타르인이 할 것이라고는 국가라는 가족(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 진짜 가족)체제속에서의 자기 자리를 잘 지키기만 하면 되는 나라의 사람들.
대신에 그들이 잃은 것은? 창조와 생산의 기쁨, 그들의 문화... 뭔가 현실감 없는 세상... 이건 꼭 묵시록적인 미래 영화에서나 볼 법한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아이슬란드? 그 동토의 나라?
아 여긴 좀 그럴듯하다. 자연환경은 정말 행복과는 거리가 먼 얼음의 나라.
겨울이면 아예 낮이 없는 어둠의 나라
인간이 살기 힘든 환경만큼 인구도 작아주어서 어쩌면 이들은 행복한지도...
고통을 대하는 미국과 아이슬란드의 방식은 이 나라 사람들의 행복의 이유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미국이란 나라는 높은 인플레는 절대로 참을 수 없지만 5-6%대의 실업률은 잘 참는단다.
아이슬란드는 정 반대다. 높은 인플레는 모든 사람이 고루 고통을 분담하는 거지만 실업률은 특정 사람을 고통의 늪으로 몰아넣는것이기 때문이다. 공동체적 연대의식 - 어쩌면 이것이 아이슬란드의 행복의 비밀이 아닐까? 또한 엄혹한 자연환경속에서 형성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 이것은 끊임없이 도전함으로써 끝내 성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의미는 아닌것같다. 그저 실패하면 어때 하는 추임새정도랄까? 그래서 이 나라 사람들은 한 사람이 몇가지의 직업을 전전하는 것이 아주 일반적이란다. 아 이건 부럽다. 그럼으로써 나에게 맞는 것을 찾고, 설사 평생을 못 찾아도 찾는 것을 멈추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매력적이다. 

불교적 윤회관으로 무장- 평정심 유지에 기가 막힌 재주를 가진 태국인들
절대 행복하지 않은데 변화를 시도하는 영국의 작은 마을
가능한 것도 불가능한 것도 없는 인도
그리고 정말 온 국민이 불행의 늪에 빠져있는 몰도바까지... 

행복한 나라를 찾아 세계 곳곳을 여행한 저자는 과연 답을 얻었을까?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나도 답을 얻었을까?
결국 행복한 나라에 대한 정답은 없을지도 모른다. 행복의 느낌이 주관적인 만큼...
그럼에도 우리보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저 사람들에게서 뭔가 우리가 배워올 수 있는 것, 그리고 우리가 놓치지 말고 꼭 쥐어야 할 것은 찾은 것 같다.
공동체, 연대의 마주잡음.... 우리가 잊어가는 것들..... 우리는 불행으로 가고 있구나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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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9-01-09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행복한 나라는... 항상, 남의 나라 아닐까요?

바람돌이 2009-01-09 23:08   좋아요 0 | URL
그렇기도 하겠죠? 남의 떡이 커보이는 법이니... ^^

로드무비 2009-01-09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대 행복하지 않은데 변화를 시도하는 영국의 작은 마을에
그나마 시선이 가네요.
멋진 리븁니다.^^

바람돌이 2009-01-09 23:1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근데 저 영국 마을에서 시도하는 것도 결국 자신의 내면을 다스려라 그리고 이웃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 그리고 열심히 웃기 연습 -이건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유행처럼 한때 행해졌던 것 같은데... 결국 이웃의 회복 좀 더 나아가면 사회적 연대의 회복이 정답이 아닐까 싶더라구요.

프레이야 2009-01-10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처럼 '행복'이란 단어를 자주 쓰고 자주 볼 수 있는 나라도 없다고 해요.
비약일 수 있지만, 얼마나 '행복'하지 않으면 그렇게 자주 입에 올릴까요.ㅎㅎ
아이슬란드인들의 '행복'이 와닿네요.^^
공공의 책임과 연대, 쉽게 전이되고 전이되어야하는 '행복'..

바람돌이 2009-01-11 00:26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특별히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요? 어찌됐든 OECD가입국인데... (근데 요즘은 저도 별로 행복하지 않긴 하군요. ㅠ.ㅠ)
근데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어둠을 껴안기 위해서 엄청나게 술을 마셔댄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