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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 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평점 :
모방범의 마에하타가 돌아왔다.
아직도 예전의 그 사건에서 받은 상처때문에 어둠을 완전히 걷지 못한 모습으로...
이번에는 사이코메트리로 추정되는 한 소년의 어머니가 그녀를 찾아온다.
12살의 나이에 사고로 죽어버린 아들의 그림이 뭔가를 나타내는 것 같다며
아들이 본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찾아줄 수 없겠냐고...
어머니에게 아들은 세상의 전부였지만 그 아들이 살아있을때 온전히 이해해 주지 못한게 어머니는 안타깝다.
그 안타까움에 대한 공감으로 어머니를 만나보기는 해주자 했던 마에하타에게 죽은 소년의 그림은 전율을 느끼게 한다.
아이가 그린 9년전 산장 사건(모방범)의 집.
거기다 아이는 언론에 노출 되지 않았던 것까지 그림속에 표현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마에하타는 다시 잊지 못할 악몽을 다시 대면하고자 한다.
그 잔혹함이라는 무게에 짖눌려 살았던 지난 9년간의 삶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시작이다.(본인은 처음부터 의식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에 그녀가 만나는 것은 온갖 형태의 가족이다.
근대가 시작되면서 이미 전통적인 의미의 가족은 해체되었다.
대가족제하에서 가족이 모든 구성원을 아우르고 규제하고 또한 안아주기도 하던 그런 가족은 이미 오래전에 해체되고 없다.
그럼에도 가족이란 자고로 그러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는 참 끈질기게도 살아남는다.
"친척 중에 품행이 좋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할만한 일을 저지릅니다. 결국은 철창 신세를 지게 됐습니다. 그런 사람을 보고 가족은 어떻게 해야 하는거지요? 그런 못된 것은 내버려둬라. 잘라내 버려라. 마에하타씨는 지금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가요? (293쪽)
마에하타가 조사를 위해 찾아간 푸른 하늘 모임의 사무장의 항변처럼 이미 해체된 가족이라는 현실속에서도 저 이데올로기만은 살아남아 저렇게 항변하고 있는 것이다.
딸을 살해하고 16년간이나 자신의 집 바닥에 묻어놨던 가족.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아들을 낳아 둘만의 집을 힘겹게 힘겹게 꾸려나가던 히토시네.
그리고 할머니의 아집에 휘두렸야 했던 히토시의 엄마 도시코의 집안과 일방적으로 희생되어버린 그녀의 삶.
이 모든 것들이 결국 가족이데올로기 때문에 나타난 희생들이다.
가족 내의 문제는 가족 내에서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 사회는 뒷짐지고 지켜보는 척만 하는 실제로는 아무것도 안하는 아이러니!
실제로 가족 구성원의 문제는 대부분 따지고 보면 사회 전체에 책임이 있는 것들이 대부분일터인데도 말이다
결국 뭐라 해도 이런 상황은 가족 전체의 파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극단적인 해체가 살해된 소녀 아카네의 가족에게서 나타나는 걸거고...
역시 미미여사의 진면목은 이런 사회파추리소설에서 가장 잘 발휘된다.
단지 모방범만큼의 스릴까지는 아니어서 별 하나를 뺐지만 역시 이번에도 잡으면 놓칠 수 없는 스릴이었다.
이틀밤을 꼬박 새게 만든 책.
혹시 다음 작품도 마에하타 시게코가 다시 나오는 시리즈가 되지 않을까? ^^
음 조금은 그녀가 모방범의 산장 사건을 극복하는 모습을 봤으면 하는 바램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