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촛불시위현장을 전하는 각종 소식들을 보면서 한편으로 고맙고 한편으로 빨리 저길 가야하는데 아쉽고 미안하고.... 특히나 초반에 중고등학교 아이들이 시위의 중심이었을때는 아 저러면 안되는데, 아이들을 전면에 저렇게 세우면 안되는데... 내가 지금 뭘하고 있지 하는 생각에 미안하고 죄스럽기만 하였다.

모처럼 토요일을 맞아 오늘 촛불시위에 참가하기로 한날  예전과는 참 기분이 다르다.
예전엔 거의 항상 약간은 과장된 면이 없지 않지만 비장함을 가지고 시위에 참가하여야 했다.
최루탄, 백골단, 그리고 연행과 구속의 두려움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 있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의 시위 참가는 일종의 나들이 같은 기분이다.
아주 가볍게 아이들과 오늘 뭘하러 가는지를 재잘되면서 즐거운 소풍이라도 가듯 가는 길.
아마도 거기에는 내 나이가 주는 여유일수도 있을거고, 세상이 조금은 변해준탓도 있을거고....

시위현장의 분위기도 많이 다르다.
전에는 늘 어딘가의 집단을 찾았다. 그리고 그 깃발아래 모이고...
보통은 조직적 동원이었던 탓일게다.
오늘 집회에서는 몇개의 깃발이 보이긴 했지만 예전처럼 많은 깃발도 아니었고, 정말 다양한 차림과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이 섞여있다. 그리고 어느 조직의 대표의 정형화된 연설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연단에 올라 하고싶은 말을 쏟아내는 모습.
그건 참 좋아보인다.

근데 걱정도 많이 된다.
이렇게 자유롭게 편안하게 진행되는 시위의 끝은 어떻게 될까라는...
9시에 자진해서 해산하고 (물론 서울은 점점 가두시위화 되어가는 모습이 나타나지만..)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안락하게 돌아가는 시위.
지금의 시민의 분노가 쇠고기 문제 하나만이 아닌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모아내고 표현하고 이끌어낼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의 부재를 걱정하는건 구시위문화에 내가 지나치게 얽매여 있기때문일까?
시민의 이 힘이 좀 더 큰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진짜 힘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쇠고기 문제 하나를 해결한다고 해서 현 정부의 온갖 실정이 감춰질 수 있는게 아닌데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지?

왜 나이가 들면 좀 더 현명해지고 지혜로워져 앞날의 모습도 좀 더 뚜렷해져야 할 터인데, 현실은 오히려 그 반대이니 안타까울 뿐이다.

앞으로도 내가 촛불시위에 참가할 수 있는건 기껏 많아야 일주일에 두번 정도일게다.
생활의 무게는 무겁고도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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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8-06-01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력안배해가면서 꾸준히 길게 끝까지 나갈 생각입니다. ^^ 지난주처럼 매일 나가다가는 지쳐서 안될거 같아요. 하루 건너 한번씩 나가든가 해야지.

홍수맘 2008-06-02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마 말로만 맘으로만 응원하는 저 역시 미안하고, 미안함 맘 뿐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