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의 다뉴브강변을 걷기로 한다.
이곳에는 부다페스트 야경의 메인인 국회의사당이 있다.
강 건너편에서 보는 야경도 멋지지만 가까이에서 보는 국회의사당은 입을 못 다물정도로 멋지다.
헝가리 건국 1천년을 맞아 1895년에 건설을 시작해 1902년 완공했다.
새 건물의 느낌이 살아있으면서도 고딕양식을 절충해 더없이 웅장한 건물로 완성되었다.
딸이 이런데서 일하면 출근하는 맛이 나겠다고 하는데 남편과 나는 그건 니가 출근을 안해봐서란다. 어디로 출근하든 그냥 무조건 출근은 싫은 것이야라고 했으나 아직 현실감 없는 딸은 수긍 안함.

국회의사당은 머러기트 다리와 세체니 다리사이 중간쯤 위치해있는데 국회의사당 전면 광장은 주로 헝가리 역사의 영웅들과 사회주의 시절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조형물들로 장식되어 있다.
스윽 한바퀴 둘러보고 다뉴브강을 따라 걸었다.
부다페스트의 다뉴브강변은 추모의 공간들로 채워져있다.
몇몇 조각상들은 모두 헝가리 독립을 위해 싸우다 죽었거나 1956년 소련의 침공에 맞서 탈소련과 개혁, 민주화를 위해 싸우다 죽은 사람들의 조각상이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소련 침공 당시 총리로 탈소련 정책과 개혁을 주도하다 소련에 의해 사형당한 너지 임레 총리의 동상이다.
원래는 국회의사당쪽에 있었으나 지금은 머러기트다리 앞 작은 공원으로 옮겨져 있다.
구석진곳으로 옮겨진데에는 오늘날 헝가리가 독재국가임에 기인한단다.
독재자는 민주주의를 주장했던 너지 임레총리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분은 헝가리인들에게는 투사라기보다는 그들 마음속깊이 존경스런 스승이나 아버지의 모습인가 생각되었다.
위압적이지 않은 동상의 모습이 좋았다.

너지 임레 총리의 동상에서 조금만 가면 머러기트 다리다
이곳은 2019년 5월 한국인들이 탄 유람선이 침몰했던 안타까운
이곳에는 유람선 희생자들을 우한 추모비가 건립되어 있다.
추모비는 전면에는 추모문구가 뒷면에는 희생당한 사람들의 이름이 한글과 헝가리어, 영어로 새겨져있다.
잠시 고개숙여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우리는 여기 올 생각만 했지 꽃 한송이라도 사올 생각을 못했는데, 한국인 여성 2명이 국화꽃을 들고와 추모의 기도를 하는걸 봤다.
기억하는 마음이 고맙고 좀 더 성의를 갖추지 못한 내 마음이 좀 부끄러웠다.

이곳에서 다시 세체네 다리쪽으로 발검음을 옮겨가다보면 강둑에 온갖 신발들이 놓여있다
2차세계 대전 중 나치와 손잡았던 헝가리는 국내의 유대인들을 살해한다.
도나우강변에서 1만명이 넘는 유대인들이 총살당했다고 한다.
그 자리에 일종의 설치미술로 추모하고있다.
낡은 신발들은 남녀 어린이까지 슬픈 모습으로 구겨져있다
이곳에서 죽은 유대인들은 독일인이 아니라 헝가리인들에 의해 죽임당했다.
이런 과거사에 대해 반성할줄 아는것은 아무리 늦더라도 망각하는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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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1-03 0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뉴브강가는 추모의 공간으로 꾸며져 있군요 전쟁이란 참... 전쟁이 일어나면 누구나 누군가를 죽이거나 죽임 당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때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