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리진 2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5월
평점 :
신경숙과 역사소설이라....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간의 우리문학에서 역사소설이란 민족주의 아니면 맑시즘(?? 이건 좀 애매하긴 하다. 그냥 두리뭉실 민중주의라고 할까?)을 벗어나서 이야기 하기 힘들고....
따라서 역사소설이라면 항상 대하소설의 뉘앙스을 느끼게 된다
거기에 신경숙씨의 가늘디 가늘고 숨조차 쉬기 힘든 내면의 독백같은 문장들이 어울리려나 싶은 것.
하지만 역시 신경숙과 역사소설은 어울리지 않았다.
이걸 역사소설이라고 한게 도대체 누구야라고 묻고 싶다.
이것은 그저 아프디 아팠던 한 여인의 독백이지 역사소설은 아니다.
그 여인은 그저 여인일수도, 또는 그와 운명을 같이 했던 조선이라는 나라일수도 있을테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을 배경을 달리하는 다른 시대, 혹은 다른 나라로 옮겨놓는다 해도 고쳐야 할 부분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조선의 궁중 무희 리진은 그대로 조선을 빼닮았다.
그런데 여기서 리진이 조선을 빼닮았다 함은 누구의 시선으로 보여진 조선이냐는 물음을 전제해야만 한다.
그것은 콜랭으로 대표되는 서구와 같은 강대국에 비친 조선의 모습이다.
아니 그렇게 비쳐졌으리라 생각되어지는 모습이겠다.
그녀는 한마리 나비로 연상된다.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하는 그녀의 춘앵무도 그 나비를 연상시킨다.
아니 그녀의 몸짓, 빠져들듯 깊을 검은 눈동자, 단조로우나 물기가 배어있을 목소리까지도...
아름답고 신비롭지만 지붕을 두드리는 빗줄기에도 찢어질 한없이 연약한 나비.
그럼으로 해서 그녀가 자기 주장을 드러낼때의 콜랭은 곤혹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왜 이집트이 것이 여기에 와있어요?
콜랭, 사람들은 나 또한 당신이 조선에서 가져온 수집품들같이 구경하죠.
서구인이 본 조선도 이런 모습이었을까?
아름다운 산천을 배경으로 착하고 순박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살고 있으나 또한 무언가 함부로 하지 못할 기품을 간직하기도 한 그런 나라.
하지만 약하디 약하여 누군가의 보호를 벗어나면 곧 쓰러질 것 같은.....
콜랭의 보호에서 벗어난 리진이 그녀에게는 어머니와도 같은 중전에게 돌아오나 곧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곧 파멸의 길로 휩쓸려 들어가 버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그러하다.
소설의 이런 면은 역사소설의 혐의를 풍기기도 하지만 작가가 마음을 쓰고 애절해 하는 것은 여인을 둘러싼 환경이 아니며 역사적 배경도 아니다.
그녀는 리진의 마음으로 상징되어지는 조선이라는 나라에 안타까운 애도시 한자락을 올리고 싶었던 듯하다.
리진의 아름다움과 그녀에 대한 애틋함.
그것은 조선이라는 불행한 결말을 간직한 나라에 대한 애틋함이 아니었을까?
작가가 써내려간 문장과 리진의 애틋한 모습과 그리고 조선의 아픈 결말이 하나로 겹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