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주말을 이용해 친정식구들과 짧은 휴가를 다녀왔다.
국도변을 신나게 달릴때쯤 차선 하나를 줄줄이 점거하고 달리는 그야말로 삐까뻔쩍한 스포츠카의 행렬을 본다.
똑같은 색깔의 똑같은 자동차 10여대가 줄줄이 줄줄이 달린다. 그래도 운전은 조심스럽긴 하다.
일단 자동차에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외제차임에 분명한 2인용 스포츠카다. 비싸보인다.
아니나다를까 옆에서 저거 한대에 1억을 넘는다는 소리를 한다.
똑같이 생긴 스포츠카에는 거의 똑같이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들이 운전중이다.
설마 이들이 모두 택배사원은 아닐거고 내 머리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20대 초반에 저런 자동차를 자신의 힘으로 벌어서 장만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들이 부럽지는 않다. 다만 짜증과 욕만 튈뿐이다.
2.
작가 김훈이 전에 자전거 여행에 관한 책을 썼었다.
책을 안읽은 나는 그저 자전거라면 30여만원대의 자전거가 제일 비싼건줄 알았다.
그런데 김훈의 자전거는 천오백만원짜리란다.
그리고 이번에 남한산성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미국 나사에서 만든 4천만원짜리 자전거를 장만할 계획이란다.
일면 보기에 진짜 부르조아적인 취미라고 비아냥을 받을 수도 있겠다.
자전거 한대에 4천만원이라니....
하지만 김훈은 당당하다.
30여년을 야근과 철야를 밥먹듯이 해서 생긴 여유인데 좀 봐주면 안되겠냐고...
딱히 반박할 말이 없다.
따지고보면 좀 괜찮은 자동차 한대값일 뿐이다.
한 10년 야근 철야한 사람들 중에도 자전거는 아니지만 자동차는 그 가격대의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가?
그렇게 따지면 김훈의 자전거 사치는 정당하다는 생각도 할 수 있다.
아니 솔직히 말한다면 부럽다.
나도 퇴직이후 저렇게 내가 하고싶은 뭔가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여유를 갖고싶다.
3.
이랜드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한달 70-80만원때문에 맨땅에서 잠을자고 싸우고 깨진다.
거기서 돈의 액수가 조금 더 올라간다고 해서 그들이 삶이 질이 그다지 많이 달라질 것같지도 않다.
그들은 아마도 평생을 뭐빠지게 일을 해도 1억짜리 스포츠카는 커녕 천오백만원짜리 자전거도 마련할 전망은 없다.
아들녀석이 철없게 조르는 10만원대의 자전거 하나도 사줄수 있을까 없을까를 수십번은 저울질하고 계산하고 해야할게다.
그들에겐 자신의 취미나 문화적 생활이라는 것도 사치일뿐....
어쩌면 너무나도 경제적 여유가 없는 그들의 삶은 단 한번의 바람만으로도 파탄의 나락으로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저 3가지 경우의 비율은 어느정도일까?
노동과 인간의 논리가 아니라 철저하게 돈이 돈을 버는 자본의 논리만이 진리인양 활개치는 세상에서 3번째의 삶은 끊임없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그것은 자신이 2의 삶이라고 안도하고 있을 사람들도 언제 상황이 바뀔지 모른다는 것이다.
1로 올라갈 가능성은 로또 1등에 연속으로 당첨되는것만큼이나 어려울 것이고,
3으로 내려갈 가능성은 너무 많이 열려있다.
나의 삶은 어디에 속할까? 그리고 당신의 삶은?
이랜드 노동자들을 비롯한 비정규직의 문제가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하기에 우리의 삶은 너무 위태로운것 같지는않은가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