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일생의 전반부를 이용해서 시나리오를 쓰고, 후반부를 이용해서는 시나리오에 따라 영화를 찍는다. 우리들은 완성된 시나리오에서 벗어날 수없다. - P98

비밀이란 그런 것이다. 비밀의 존재를 숨기고 없는 척할수록 그 비밀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 어디를 가도 그 비밀이 따라온다. 시간이 쌓이면서 그 비밀을 지키고 싶기도 하고 없애버리고 싶기도 한 두 가지 생각이 끊임없이 경쟁을 벌이며 우리를 기진맥진하게 만든다. - P111

어떤 사람이 아주 희소한 언어를 익혔다면, 그 사람은 남은 삶을 모두 쏟아서라도 그 언어를 사용하는 타인을 찾으러 다닐 것이다. 단 한 사람이라도 좋다.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을 찾을 수있다면 그들은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에도 그 희소한 언어를 이용해 서로 소통할수 있을 것이다. - P147

인간은 왜 기억이라는 걸 간직할까? 기억의 존재가 인간이 소멸을 향해 단호히 걸어가도록 할 뿐이라면,
그런 심리 메커니즘이 왜 진화 과정에서 도태되어 사라지지 않은것일까? 인간은 왜 자신을 살아가기 힘들게 하는 기억을 삭제할수 없을까? - P179

오드리가 눈을 깜빡거렸다. 또 울려는 줄 알고 장중쩌는 ‘울지마세요‘라고 말하려 했다. 다행히 그녀는 이내 눈물을 삼켰고, 눈빛에 희미한 빛 같은 것이 어룽거렸다. 너무 외로웠으니까요. 그녀의 대답에 장중쩌는 콜라를 마시다 말고 멍하니 그녀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순간 아래로 쑥 꺼지는 느낌이 들었다. 놀라서 아래를내려다봤지만 두 발은 바닥에 단단히 붙어 있었다. 그는 한참 후에야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했다. 그는 마음이 움직였던 것이다. 그 말을 내뱉은 순간 오드리의 목소리가 장중쩌의 마음을 관통했다. 너무 외로웠으니까요. 그녀는 장중찌가 오랫동안이 세상에 대해 품고 있던 이해하기 힘든 당혹감을 한마디로 정리해버렸다. - P246

몸안에 거대한 자물쇠가 있는데 열쇠는 내가갖고 있지 않은 듯한 기분이었다.  - 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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