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은 열렬히 그녀를 그리워했다. 그는 타고나기를 사랑이 많았고, 보통 사람보다 더욱 공감을 필요로 했다. 그는 공감에 굶주렸으며, 그에게 공감이란 지적인 이해를 의미했다. 루스의 공감이 대개감상적이고 의례적이라는 것을 그는 아직 알지 못했다. 그녀의 공감은 대상에 대한 이해보다는 온화한 성품에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마틴이 그녀의 손을 잡고 반갑게 얘기하는 동안 그녀는 사랑에 촉발되어 그의 손을 마주 잡았고, 그가 무력하게 누워 있는 모습과 병고가 그의 얼굴에 새겨 놓은 흔적을 보고 그녀의 눈은 눈물로 반짝거렸다. - P14
"바로 그 점이 잘못 생각하는 거야." 그는 더 나아갔다. "사회의 모든 사람들, 사회의 모든 파벌들, 아니, 거의 모든 사람과 파벌들은자기들보다 잘난 사람과 파벌을 모방해, 그럼, 누가 제일 잘났을까? 게으름뱅이들, 돈 많은 게으름뱅이들이지. 그들은 세상에서 뭔가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는 것을 알지 못해. 게으름뱅이들은 그들의 일에 대한 대화를 듣기가 지루하니까, 그런 건 전문적이라서 얘기하면 안 된다고 선포해. 마찬가지로 그들은 전문적이 아니라서 얘기해도 되는 것들이 뭔지도 선포하지. 최신 오페라, 최신 소설, 카드게임, 당구, 칵테일, 자동차, 말타기 쇼, 송어낚시, 참치 낚시, 큰 짐승 사냥, 요트 항해 따위.. 들어 봐, 다 게으름뱅이들이 아는 것들이야. 사실 그런 화제에 대한 대화는 게으름뱅이들의 전문적인 이야기가 되지. 그런데 제일 웃긴 대목은, 그 많은 똑똑한 사람들과 똑똑해지려는 모든 사람들이 게으름뱅이들의 강요를 받아들인다는 거야. 나로서는 사람에게서 최상의 것을, 당신이 전문적 잡담이나 뭐라고 부르든, 원해." - P31
인생과 책에 관해 마틴은 그들보다 더 많이 알았고, 그들이 자신들이 받은 교육을 어느 구석과 틈새에 처박아 두었는지 궁금했다. 그는 자신이 비범한 두뇌 능력의 소유자임을 알지 못했다. 심연을 탐구하고 궁극의 사고를 해낼 수 있는 사람을 모스 가의 응접실에서는찾을 수 없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또한 그런 사람은 지상과 떼 지어모여 사는 생물들 저 위의, 푸른 하늘에서 홀로 나는 독수리처럼 외롭다는 것을 꿈에도 몰랐다. - P42
"그리고 말이야." 그는 끝까지 밀어붙였다. "자기는 나를 사랑하지. 그런데 왜 사랑할까? 내 안에서 나로 하여금 글을 쓰지 않으면 견딜수 없게끔 하는 것이, 자기의 사랑을 내게로 끄는 바로 그것이야. 자기가 만났고 사랑할 수도 있었던 다른 남자들과 내가 다르기 때문에, 자기는 나를 사랑하는 거야. 나는 회계사무소의 책상에 앉아 잔돈푼을 따지고 법적으로 티격태격하는 데 맞지 않아. 내가 그런 일을 하게 해 봐. 다른 남자들처럼 만들어서 그들이 하는 일을 하게 하고, 그들이 숨 쉬는 공기를 숨 쉬게 하고, 그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으로 세상을 보게 해 보라고. 그러면 자기는 다른 남자들과 나의 차이를, 나 자신을, 자기가 사랑하는 바로 그것을 파괴해 버리는 거야. 글을 쓰고자 하는 욕망이 나를 살아 있게 해. 내가 단순한 사람이었다면 글을 쓰려고 하지 않았을 거고, 자기가 나를 남편으로 삼으려고 하지도 않았을 거야." - P76
그는 해도도 키도, 가야 할 항구도 없었다. 하지만 표류하는것도 최소한의 삶이었으며, 아픈 삶이었다. - P172
그는 잡지에서 자기에 관한 기사들을 읽어 보았다. 그 기사들에묘사된 제 모습을 살펴보아도 자신의 정체성과는 도저히 연결시킬수 없었다. 그는 살고, 전율하고, 사랑한 사람이었다. 느긋한 동시에생명의 나약함에 너그러운 사람이었다. 뱃머리에 서서 낯선 섬들을돌아다녔으며, 싸움박질하던 시절에는 제 패거리를 이끈 사람이었다. 그는 도서관에 가득 찬 수천 권의 책을 처음 보고 기절초풍했고, 그 후로 제방식을 찾아내어 그 책들을 섭렵한 사람이었다. 밤늦도록 불을 밝히고 잠을 쫓아가면서 제 자신의 책들을 써낸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 사람, 모든 군중이 식사 대접을 하려 드는 엄청난 식욕의 소유자는 그가 아니었다. - P219
이제 그는 알았다. 자기가 정말로 그녀를 사랑한 것이 아니었음을. 그가 사랑한 사람은 이상화된 루스, 자기 자신이 창조한 천상의 존재, 자기가 쓴 연애시의 환하게 빛나는 정신이었다. 부르주아인 실제의 루스, 부르주아들의 모든 결점과 가망 없이 왜곡된 부르주아 심리를 가진 그녀를, 그는 사랑한 적이 없었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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