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카펫이 깔린 계단을 밟고 2층에 올라서면 테라스까지 이어진 탁트인 공간에 넓게 펼쳐진 카페 겸 레스토랑 ‘라파뷔 La Fabu‘
가 눈에 들어온다. 영화를 보고 나면 쫓기듯 지체 없이 뒷문으로나와야 하는 일반 극장에서와 달리, 누구든 이 여유로운 공간에걸터앉아, 착한 가격의 유기농 와인을 마시며, 보고 나온 영화를논할 수 있다. - P18

영화관 2층에 자리 잡은 도서관은 ‘북 리브 Boug Lib‘라는 이름의도서운동 단체가 운영한다. 누구든 세상과 나눠 읽고 싶은 책을북 리브 운동에 참여하는 공간에 갖다 놓는다. 그럼 그 책등에 푸른색 ‘Bouq Lib" 스티커가 붙고, 서가에 꽂힌다. 사람들은 그 책들을 거기서 읽어도 되고 마음 내키면 들고 떠나도 된다. 다 읽은 책은 사람들 눈에 띄는 어디에든 놔두어야 하는 것이 게임의 규칙이다. 그곳이 카페든 화장실이든 공원 벤치든 상관없다. 프랑스에서널리 상용화된 공공자전거 벨리브를 좇아 작명한 듯한 이 ‘책 돌려보기 운동‘은 2011년 바로 여기 몽트뢰이에서 시작된 시민운동이다. - P19

한국에서 만나는 폐지 줍는 노인들은 재생 경제에 기여한다는면에서 비슷한 목적을 나누지만, 그들을 향한 한국 자본주의 사회의 시선은 그들의 피곤한 얼굴에 더 선명한 고단함을 새긴다. 라칼리포니를 꾸려가는 노인들 얼굴에 깃든 밝은 빛은 존엄한 노년의 삶에 대한 하나의 대안을 제시한다. 그들이 자신들의 지혜와가치를 녹여내고 펼쳐갈 공동체의 주체가 될 때, 노년의 존엄은완성된다. 그리고 뒤 따르는 세대들은 그러한 노년을 바라보며 알맞게 익어 향기를 내뿜는 인생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 P40

그에 반해 이 법이 가져다주는 이득은 명백합니다. 동네 서점이라고하는, 책이 생존하고 전달되는 데 가장 이상적인 공간을 이 법이 지켜냅니다. 이걸 없애고, 대형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만 살아남게 만들어버린다면, 그것은 독자를 소비자로 바꿔버리는 행위예요. - P52

1975년 낙태 합법화는 프랑스에서 여성 해방을 알리는 가장 또렷한 신호탄이기도 했다. 피임 방법이 불완전하던 시절, 원치 않는 임신을 중단시킬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며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선택권을 쥐게 된 여성은 적극적으로 자기 생애를설계하는 주체가 되어갔다. 68혁명이 확산시킨 개인주의의 확대와 전통적 가치관의 붕괴는 자칫 가족을 위협하는 요소로 해석되는 듯했으나, 결과는 그 반대로 나타났다.
여성이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자신의 직업적 성공에 몰두하는것에 대한 사회적 억압들이 서서히 수그러들자 비로소 출산을 강제된 의무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행복의 요소로 받아들였다. - P98

마지막으로, 여성이 출산과 육아를 위해 여성성을 포기하지 않게 해주는 사회적 시선이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제도적 의지가 만들어내기 힘든, 그래서 가장 어려운 대목이 이 네 번째 항목이며,
프랑스와 독일의 출산율 격차를 만들어내는 연금술의 가장 미세한 비법이기도 하다. 출산이 개인의 기쁨에 기반을 둔 선택이어야 하듯이, 육아 또한 여성이 사회적 윤리와 관성에 복종하지 않고, 여성으로서의 욕망과 엄마로서의 즐거움을 모두 누릴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 P107

"마크롱 정부의 모든 정치는 가난한 사람들의 옷을 벗겨서 부자들에게 더 갖다주는 걸로 점철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그에 앞서 장기 실업극복과 노동정책이 성공해야 하며, 최저임금이 올라야 하고, 주거 정책이 개선되어야 한다" - P134

사실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으로 치유는 시작된다. 그것은 진실이 갖는 치유의 힘이다. 진실이 세상에 드러나는 순간, 금기의 둑은 허물어지고, 썩어가던 공동체 안에는 비로소 맑은 물이 스미며새로운 에너지가 약동한다. 미투는 그것이 시작되는 순간 거대한연대의 고리를 만들고, 그것은 거부할 수 없는 에너지를 분출시킨다. - P169

전국 17개 국립대학에선 2019년 9월부터 비유럽권 학생들에대한 등록금의 대거 인상안을 거부한다는 공식 입장이 나왔다.
학생들뿐 아니라, 대학총장협의회에서도 비유럽권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차별적 등록금 인상은 강력한 비판과 저항을 불러왔다. - P173

경제적 위기에 몰렸던 사람들은 동시에 정신적 소외와 절망에처해 있었다. 이들은 노란 조끼 운동이 만들어낸 교차로라는 아지트에 모여, 비로소 사회적 가족을 만나고 인간의 공동체가 갖는 놀라운 치유의 힘을 발견했다.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커플이노란 조끼들 사이에서 탄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 P181

의심을 금지하는 시대는 이성의 작동을 마비시키는 시대다. 거기에 순순히 침묵하는 지식인, 묵묵히 수용하는 시민들은 질식된영혼을 방치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손상된 이성이 사회에 남긴상처는 불가역적이기에. - P203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그러하듯, 대한민국에도 식약처가 있고, 질병관리청이 있다. 그러나 팬데믹 여부를 결정하는 기구는WHO다. 오로지 WHO만이 그것을 판단하고 공표할 수 있다. 그판단이 틀렸다 해도, 그것을 지적하고, 바로잡을 그 어떤 권위를가진 기구도 존재하지 않는다. 팬데믹에 맞설 새로운 백신의 안정성과 효과를 점검하고 허가를 내주는 기구는 미국의 FDA, 유럽의 EMA 정도다. WHO가 팬데믹을 선포하면, 각국 보건당국은팬데믹을 위한 국제적 공조 시스템 속에서 작동하게 되고, FDA나EMA가 취하는 치료약이나 백신에 대한 판단을 대부분의 국가들이 따른다. - P205

"코로나 백신은 정기적으로 맞는 게될 거예요.... FDA 예산은 우리가 허가 내주는 제약회사로부터 들어오거든요. 그들이 백신을 주기적으로 놓을 수 있게 되면, 우린지속적 수입원이 생기는 셈이죠." " - P207

세상은 온전히 경쟁으로만 굴러가며, 그 경쟁을 ‘공정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 믿는 사회에선 99퍼센트의 부를경쟁에서 승리한 1퍼센트가 갖고, 1퍼센트의 부를 99퍼센트가 나눠 갖는 모순에 대해 함구한다. 결과가 아무리 개떡 같아도 그게공정한 경쟁의 결과라면 깨끗이 입 다무는 게 공정이다. 다만, 너희패자들에게 던져진 1퍼센트만큼은 루저들끼리의 경쟁에 승리하는 자에게 ‘공정하게‘ 준다. 오케이? 드라마는 우리 사회가 봉착한한국식 자본주의 가치의 진수, ‘공정한 경쟁‘의 모순을 폭로한다. - P224

코로나19 치료에 유의미한 결과를 입증하지 못한 렘데시비르에 대해선 우호적 결론을, 코로나19 치료제로서 이미 곳곳에서임상적 성과를 확인한 HCQ에 대해선 과도한 용량을 사용하며 무용하다는 결론을 내린 두 연구는 공교롭게도 모두 빌 게이츠 재단의 지원을 받은 같은 연구단체의 손에서 빚어졌음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 P260

우리 사회는 부끄럽다. 정부와 부모들이 여러분들에게 한 일, 우리가선택한 일, 즉 학교의 폐쇄, 운동장의 폐쇄 등에 대해 우리는 충분히비판하지 않았음을 최대한 명확히 말하고 싶다.
2020년, 스무 명의 20세 이하의 사람이 코로나로(혹은 코로나와 다른병과 함께) 사망했다. 반면, 같은해 152명의 14세 이하의 아이가 살해되었다. 2019년에 비하면 40명이 많은 수치다. 이 숫자는 작은 임대주택에서 고립된 채로 지내야 했던 아이들의 상황을 대변할 뿐 아니라,
넓은 집에서 숨을 곳이나 그들을 보호해줄 공간 없이 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되어야 했던 아이들의 상황도 대변해준다. - P278

저자는 "기부사업은 세계화된 경제계에서 가장 번창하는 산업"이라고, 게이츠의 마르지 않는 곳간의 비밀을 설명한다. 이들의 기부는 교육, 농업, 보건 분야의 정책 영역에서 억만장자들이전대 미문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데 직접 기여하고, 상위 1퍼센트 부자들은 자신들을 부유하게 만들어준 구조를 더 강화시키기때문이다. 더구나, 그들은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는 정부와 달리국회의 논의를 거칠 필요도, 감사를 받을 필요도 없다. "내 돈 내가쓰고 싶은 곳에 폼나게 쓴다"는 ‘기부‘란 이름의 자유로운 행위는,
그 모든 귀찮은 절차를 피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자신이원하는 영역의 질서를 개편하게 해주는 도구다. 정치인들처럼 시시때때로 표를 구걸할 필요도, 가진 권력을 하루아침에 잃을 것을염려할 필요도 없는 그들은 유아독존의 존재다. 현명하게도 게이츠 재단은 학계와 주류 언론, NGO에도 넉넉하게 선의를 베풀어온 덕에 웬만한 잡음들을 소거할 수 있었다. - P295

2000년,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세워 자선사업이라는 우회통로를 통한 사업전략을 찾아낸다. 그는 무기제조업, 몬산토-바이어 등의 농화학기업, 제약회사,
정유회사, 패스트푸드 체인 등에 투자해 얻은 배당금으로 교육,
GMO 농업, 질병 퇴치 등에 나섰고, WHO를 비롯한 수많은 의학연구소와 대학 등에 후원해왔다. 그가 투자해온 제약회사들의 이름은 길리어드, 화이자, 노바르티스 등 소위 빅 파마다. 그의 자선사업은 아프리카, 인도 등에서 에볼라, 에이즈, 결핵, 소아마비 등의퇴치를 위해 자신이 투자해온 제약회사들의 백신을 공급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즉, 자선사업이라는 구실로 자신이 투자한 회사의성장을 돕고, 거기서 나오는 이익을 취해온 셈이다.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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