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친화적 도시를 구상하려면 사회 운동의 역할을 반드시고려해야 한다. 주변화된 집단에게 투쟁 없이 뭔가 - 자유 권리, 인정, 자원 - 가 주어지는 경우는 아예 없거나 매우 드물다. 투표권이든, 버스에 탈 권리든, 권력의 공간에 들어갈 권리든간에 사람들은 항상 변화를 요구해야 했다. 그 요구는 때때로 시위운동의 형태를 띠는데 페미니스트들의 요구 또한 다르지 않다. 나는 (여전히 불완전할지언정) 내가 즐기는 자유가, 매기 넬슨 Maggie Nelson의 표현을 빌리면, <다양한 젠더를 가진 엄마들>의 대담한 행동에 의해 생겨났음을 안다. 그 엄마들은 도시와 거기에 수반되는 모든 것, 즉 직장, 교육, 문화, 정치 등에 대한 접근권을 요구하기 위해 머리와 가슴과 몸으로 싸웠다. 현재와 미래의 여성 친화적 도시에 관한 나의 생각 한가운데에는 이 역사의되새김과 그 안에서 내가 있었던 곳 찾기가 있다. 우리가 가진 것중에 싸우지 않고 얻은 것은 없다. 우리가 앞으로 얻을 것 중에도싸우지 않고 주어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 P182

솔직히 말하면 트랜스젠더 여성에 대해서는 별로 얘기하지 않았고 젠더플루이드와 바이너리는 거의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1990년대 중반에는 확실히사용되지 않았던 개념인) 시스젠더 여성인 나에게 TBTN 운동의 <여성만 허용>이라는 특징은 흥분과 우월감의 요소였을 뿐이다. 트랜스젠더 여성이 환영받을지 환영받지 못할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마치 내가 우리의 소음 때문에 영업을 방해받았을성 노동자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것처럼, 또 그 동네 여자들과 그들이 이 <되찾기> 행위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생각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 P186

성폭행, 아동성폭력, 가정 폭력 같은성폭력 생존자들의 경험그리고경찰 가혹행위, 인종차별, 성차별같은국가폭력 및 기타제도화된 폭력의 생존자들의 경험을 기리는 민중 행사 (…………)이 행사는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모든 젠더를 환영한다. 184또한 이 행사는 휠체어접근가능하고 수어 통역, 도우미, 아이 돌봄서비스가 제공된다. - P188

 도시의 젊은 여자인 나에게만 다른 규칙을 적용하는 시스템. 그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성폭력으로 벌하겠다고 위협하는 시스템, 그런데 행진과 시위는 나에게 받아쳐도 된다고 받아치는 게 좋다고, 받아쳐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것은 내가 페미니스트로서 도시에 요구하는 사항을 말로 표현할수 있는 수단이었다. 또 그것은 특정한 행동, 감정, 심지어는 <잡년) 같은 폄훼하는 말을 되찾는 것이 나에게는 가능한데 어떤 사람들에게는 가능하지 않은 이유를 생각해 보라고 나를 압박했다. 바꿔 말하면 나는 도시의 페미니즘 정치가 얽히고설킨 권력관계로 점철되어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 P193

때로는 그냥 거리로 나가야 한다!
권리란 강의실이나 소셜 미디어에서 혹은 선거 정치를 통해서도쟁취하거나 지킬 수 없다. 모든 일은 현장에서 일어난다. - P212

<성희롱은매일 여자들에게 어떤 공간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 P223

반면에 가정 폭력, 지인에 의한 성폭행, 근친상간, 아동학대,
그 밖의 <사적인> 그러나 훨씬 만연한 범죄들은 대단히 적은 관심을 받는다.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이러한 관심도차이는 여자들의 공포를 바깥으로, 집과 가족에게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향하게 함으로써 핵가족 같은 가부장적 제도를 강화하고 여자들이 안전해 보이는 겉모습 때문에 이성애적 관계에의존하게끔 만든다. 여기서 생기는 악순환이 무엇이냐 하면 집이라는 <안전한 공간에서 경험된 폭력을 예외적인 일인 것처럼보이게 만들어서 더욱 관심 밖으로 몰아낸다는 것이다. - P224

「여성학 개론」에 나올 법한 이야기지만 그래도 반복해야 한다. 여자들의 공포가 가진 사회적 기능은 여성에 대한 통제다. 공포는 여성의 삶을 제한한다. 그것은 우리의 공적 공간사용을 제한하고, 직장을 비롯한 경제적 기회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우리를 - 이것이야말로 <진짜> 모순인데 - 남성 보호자에게 의존하게 만든다. 이 모든 것은, 여자들이 집이라는 사적 공간에 묶여 있고 핵가족이라는 제도 안에서 가사 노동을 책임지는 이성애 가부장적 자본주의 시스템을 지탱한다. 그것은 남자라는 집단에게 이익을 가져다주고 현상(現狀)을 효과적으로 유지하는시스템이다. - P225

우리는 안전한 도시의 형태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거기에 사적인 안전 조치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은 안다. 안전한 도시는 범죄 예방이나 적절한 조사를 경찰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다. 안전해 보이는 겉모습을 위해 성 노동자, 유색인, 젊은이, 이민자를 저버리지 않을것이다. 백인 여성 특권층의필요와 욕구를 중심에 두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물리적 변화가가부장적 지배를 무너뜨릴 거라고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가장 취약한 계층의 필요와 관점에서 출발하는 교차적접근법이 요구될 것이다. 여자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믿는 것이표준 관행이 될 것이다. 사적 공간의 폭력과 공적 공간의 폭력 사이에 존재하는 상관관계에 대한 이해가 증가할 것이다. - P249

여성 친화적 도시는 그것을 실현하는 데 청사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나는 슈퍼 페미니스트 도시 계획가가 나타나서 모든것을 무너뜨리고 새로 시작해 주길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도시가 어떻게 사회를 (젠더, 인종, 성적 지향 등과 관련하여) 조직하는 특정한 방식을 유지하기 위해 세워졌는지가 보이기 시작하면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설 수 있다. 우리가 가진 도시 공간을 사용하는 데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대안적 공간을 만드는 데는 끝없는 선택지가 있다. 우리가 그것을 발견하고 키우는 법만 배울수 있다면 작은 여성 친화적 도시들이 곳곳에서 싹트고 있다. 여성 친화적 도시는 출세 지향적 프로젝트다. 사실은 완성의 유혹에 저항하는 <완성> 계획이 없는 프로젝트다. 여성 친화적 도시는 도시 세계에서 다르게 살기, 더 잘 살기, 더 공정하게 살기에 관한 현재 진행 중인 실험이다.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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