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순간을 목격할 때마다 초록은 자신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능에 대해 생각하곤 했다. 별 관심도 없으면서 좋은건 귀신같이 알아보고, 이거다 싶으면 망설이지 않고 달려드는 과감함까지. 언젠가 김구름이 한마디로 정리해준 적도 있었다. "금수저라서 그래"라고. - P12

"이건 위험한 사상이고 과정이야. 꼭 친화성주의나 콜로니독립주의 같은 걸 선언해야 그때부터 위험해지는 게 아니란다. 어떤 시기에는 무언가를 선언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지. 어느 동네사람들이 서로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지내기 시작했다는 소문은 항상 거기에 속하지 않은 다른 동네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우주 건너에서 들려오는 소문이라고 덜 불온한것도 아니고." - P68

엄밀히 말하면 그건 순환이 아니라 여과다. 진정으로 순환이라는 말을 쓸 수 있으려면 집을 나간 물이 반드시 ‘세상‘을떠돌다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사비처럼 작더라도 일단 세계는 세계여야 한다. 화장실을 떠난 물이 바로 주방으로 들어가거나, 옆집까지만 잠깐 나갔다가 그대로 집으로 돌아오는 것도 용납이 안 된다. 다른 이유는 없고, 함께 순환에 참여한 구성원이 누구인지가 너무 확실하게 정해지기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딱 저 사람과 저 사람이라니! 얼마 전에 우주를 건너온 사람에게 그것은 윤리적인 거부감마저 불러일으키는 짓이었다. - P99

‘내일은 떡볶이랑 칵테일 먹으러 가자. 둘이 어울리는 건지는 나도 몰라 망한 조합일지도 모르니까 이번에는 내가 살게,
작업비는 한 푼도 못 받았지만,
그리고 여기까지 찾아와줘서 고마워. 그 먼 데서 이 깊숙한곳까지 찾아와줘서, 정말로.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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