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찾아다닌 내 젊은 시절의 고운 사랑 같은 책을 찾았는데 어찌 우편으로 받겠소? 내가 직접 모셔가야지." - P23

S씨가 돌아가고 난 다음 나는 혼자 남아 우두커니 주위를 둘러봤다. 눈길 닿는 곳마다 책이 가득 쌓여 있고 그 위로 무심하게 음악이 흐른다. 이 책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갖가지 의미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숱한 사연들을 생각하면 곧 연주회가 시작되는 공연장 맨앞자리에 앉은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늘 마음이 설렌다. 이것이 내가 책과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다. - P32

사람의 이야기란 얼마나 사소하면서 깊은가. 나는 C씨가 왜 이토록 잔잔한 서해를 좋아하게 됐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바다는 오늘도 알려지지 못한 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채 조용히 찰랑거리고 있을 것이다. 그 곁에서,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풀잎은 그들의 언어로가만히 노래한다. - P83

모든 책은 인생과 마찬가지로 아이러니하다.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책을 쓴 사람의 갖가지 인생 이야기가 거기 오롯이 담겨 있기때문이다. - P106

"책은 제가 찾았지만, 이 책이 나타날 마음이 없었다면 저는 지금도 어느 도서관 책 무더기 사이에서 헤매고 있었을 겁니다."
"책이 자기 스스로 나타나줘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제 경험상 그렇습니다. 책은, 그 책을 만날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책은 사람의 마음을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그 간절한 마음을 알아보고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는 거라고 할까요?
이번 경우엔 K님의 마음이 책과 통했나 봅니다. 그러니 이 책을 오래 간직해주세요. 이번엔 꼭 읽어보시고요." - P115

"서삼치書"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책에 관한 세 가지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사람을 그렇게 부른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가책을 빌려달라고 하는 사람이요, 둘째는 빌려달란다고 순순히 빌려주는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셋째는 빌린 책을 돌려주는 사람, 혹은빌려준 책을 돌려받으려 하는 사람이다. - P217

"이 책은 예전 모습 그대로네요. 기억이 납니다. 수십 년 전 일들이요. 부끄럽던 제 생각과 행동도 이 책은 다 알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변한 건 접니다. 진짜 감옥에 있던 건 신영복 선생이 아니라 저였어요. 저 자신을 가둔 생각의 감옥에 갇혀 살면서도 부끄러움을 몰랐어요." -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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