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지 마, 플로라. 그렇게 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지 뭐, 그렇지 않아? 만일 그렇게 되었더라면 넌 네가 지금 그렇게나 경멸하는 돈만 많은 멍텅구리 여편네로 전락하고 말았을 거야. 천만다행이었어. 아레키파에서 그런 수모를 당했기 때문에, 넌 그에 대한반감으로 불의에 대해 알 수 있었고, 불의를 증오할 수 있게 되었고, 또 불의에 맞서 싸울 수 있게 되었던 거야. 아버지의 고향은 네게 프랑스에서의 풍요로운 삶을 보장해주지 못했어. 그렇지만 널반항아로, 정의의 투사로, 천덕꾸러기‘ 로 만들어 놓았어. 천덕꾸러기‘, 그래 넌 자신만만하게 네 자신을 그렇게 불렀어. 네 자서전을 쓸 때 말이야. 그러니 어찌됐던 간에, 플로라, 넌 아레키파에감사할 일이 많아.
- P262

프랑스를 떠나 남태평양으로 가노라, 돈으로 썩어문드러진 유럽 문명을 버리고 순수하고 원초적인 세상을 찾아가노라, 겨울을모르는 그 땅과 하늘, 예술이 상거래 상품으로 취급당하지 않고,
삶 그 자체 · 일종의 종교 · 일종의 스포츠로 여김 받는 곳, 에덴동산에 살았던 아담과 이브가 그랬던 것처럼 예술가도 손만 뻗치면풍성한 나무에서 먹을 것을 부족함 없이 구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찾아가노라. 그러나 현실과 네 이상은 달라도 너무 달랐어, 코케.
- P280

코케, 너를 남태평양까지 끌어들인 그 문화에서 이게 살아남은것이라곤 그것밖에 없었어. 편견에 휩쓸리지 않은 곧은 사랑, 양성을 구비한 사람이든 누구든 모든 사람을, 모든 형태의 사랑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그 지혜로운 너그리움. 그러나 이것도 얼마 가지 못할 것이다. 유럽은 머지않아 타아타 바히네‘ 마저 끝장내고 말 것이다. 고대의 신을, 고대의 신앙을, 고대의 관습을 끝장내버린 것처럼. 고대에 존재했던 그 건강하고 유쾌하고 힘이 넘치는 그 문명을 끝장내버린 것처럼 말이다.  - P289

그래, 플로라. 직접 경험한 역사는 잔인하기 이를 때 없었지만, 책을 통해 읽는 역사는 사이비 애국자들의사기극에 지나지 않았지.
- P346

"내 그림이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해주었으면 좋겠어, 폴, 예수가 말로 사람들을 위로했듯 말이야. 고전 회화에서 후광은 영원한것을 암시하는 거야. 나는 그 후광을 내 그림에서는 색의 방사와진동으로 표현하고 싶은 거야."
- P384

사슬을 끊을 것이다. 진짜 사는 것답게 자유롭게 살 것이다, 부족한 점을 채우겠노라, 지성을 개발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을 할 것이다, 많은 일을, 다른 여자들이 네가 살아왔던 삶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P403

플로라, 네가 그때 조금만 달랐어도 넌 귀부인이 될 수 있었을거야. 『어느 사생아의 인생 역정』 이라는 책과 암살당할 뻔했던 일로 잠시 상당한 인기를 누렸으니까 말이야. 지금쯤 조르주 상드 같은 여자가 되어 있었을 테지. 상류사회의 귀부인으로, 사람들에게둘러싸여 존경을 받으며, 활발한 사회 활동을 비롯해 글을 써서 사회 불의를 고발할 수도 있었을 테지. 사교계의 존경받는 사회주의자, 아마 그 정도는 될 수 있었을 기야. 그러나 행인지 불행인지 그렇게 될 수 없었어. 너는 곧바로 알 수 있었어. 파리 사교계의 얼굴마담으로는 사회 현실을 조금치도 바꿀 수 없고, 정치적인 문제에어떤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음을 말이야. 행동이 필요했던 거야.
하지만, 어떻게? 어떤 식으로?
- P418

노동자들과 여성들이 서로 다가서도록 만든다. 그래서 둘 사이의 담을 허물어 동맹군을 형성한다. 그러면 경찰도 군대도 정부도 그 동맹군을 진압할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하늘 천국이 더 이상 꿈만은 아닐 것이다. 사제들의 강론 속에서나 신자들의 믿음 속에서나 가능했던 그 하늘 천국이 생생한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나날이 체험하는 그런 삶으로, "플로라, 네가 정말 자랑스러워."
플로라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 "오, 주여, 나와 같은 여성을 열명만 이 세상으로 보내주소서, 그리하시면 이 땅에 정의가 실현될것입니다."
- P465

선택받은 한줌의 사람들을 위한 지상 천국을 세우기 위해 이불완전한 세상을 저버릴 수는 없는 일이야. 그런 곳은 세상 어디에도 있을 수 없단 말이야.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 이 세상의 불완전함에 맞서 싸워야 하는 기아. 이 세상을 개혁시키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투쟁해야 하는거야.
- P473

"나를 위해 울지 말아요." 어느 날 엘리사와 샤를의 귀에 이런소리가 들렸다. 부부는 침대 발치에 앉아 플로라를 지키고 있었다.
"그냥 나를 본받아 행동해주세요."
- P525

플로라, 넌 진짜 그렇게 했어. 심장 근처에 총알이 박혀 있음에도 불구하고몸이 불편하고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네 기력을 갉아먹는 익명의 사악한 무리들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넌 지난 8개월동안 그 일을 이루어냈어. 성과가 별로 없었다고 치자. 그건 노력이 부족해서, 확신이 부족해서, 용기가 부족해서, 이상이 부족해서그런 것이 아니었어. 성과가 별로 없었다고 치자. 그건 세상만사란원래 꿈속에서와는 달리 만만치가 않기 때문이었어. 플로라, 참 유감천만이지.
- P530

천국놀이라니! 넌 아직 그곳을 찾지 못했어, 코케. 천국은 네 손아귀에서 잘도 빠져나갔지. 천국이 실제로 존재할까? 도깨비불은 아닐까? 신기루는 아닐까? 넌 다음 생에 가서도 천국을 찾지 못할 테지. 왜냐하면 클루니 수녀회 수녀가 예언했듯이 네 자리는 지옥에준비되어 있을 게 확실하니까 말이야.  - P539

 그중 가장마음에 드는 그림은? 당연히 마음씨 착한 수녀>라는 그림이지.
몸집이 왜소한 가톨릭 선교회 수녀가 ‘마후‘ 와 대조를 이루고 있는 그림, 수녀는 두건과 수녀복과 덮개로 몸을 감싸고 있지, 수녀가 걸친 것은 인간의 육체, 자유, 맨몸뚱이, 자연의 본모습을 위협하는 상징물들이야. 반면에 반벌거숭이 ‘마후‘는 자신만만한 태도로 솔직하게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 보이고 있어. 나는 자유로운 존재다. 남자든 여자는 무슨 상관이야, 내 성은 내가 만들어간다. 내 상상의 나래에 재갈을 물리지 말라. 서로를 도저히 용납할수 없는 두 개의 문화, 두 개의 관습, 두 개의 종교를 대비시켜 보여주는 그림이야, 힘이 없어 굴복 당한 민족의 고상한 예술과 도덕, 힘이 있어 정복한 민족의 저열한 타락상과 억압, 네가 바에 오호 대신 ‘마후‘ 와 정을 통했다면 그 마후‘는 여전히 네 곁에 남아 널 돌보아주었을 것이 틀림없어, 사실이 그렇거든. - P544

전기 작가들은 한결같이 코케의 삶을 공평치 못한 것의 상징으로 내세웠다. 코케의 삶은 이 눈물의 계곡에서 천국을 찾으려 애쓰는 예술가들의 운명과 종종 비교되었다. 최근 이 섬에서 일어난사건 중에서 언급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폴 고갱이라는 작자가급사했다는 것뿐입니다. 유명한 예술가이긴 했지만 하느님의 원수인 동시에 이 땅의 모든 순결한 것들의 대적이기도 했습니다.
- P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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