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의 사랑의 구두점, 이 쉼표를 내게 맡기면 느낌표로 만들어줄게.
- P177

한 사림은 왼쪽 집 벽에, 또 한 사람은 오른쪽 집 벽에 등을 기댄채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도시는 지구상에 베네치아밖에 없다.
- P183

인간은 극사실주의속에서 태어나 점점 더 느슨해져서 아주 대략적인 점묘법으로 끝나 결국엔 추상의 먼지로 날아가버린다.
- P215

열다섯살 때 나도 해변에서 내 또래 남자애들을 상대로 이두박근과 복근 시합을 벌였었다. 열여덟 살인가 스무 살 때는 수영복 아래쪽이 얼마나 불룩한지를 자랑했다. 서른 살, 마흔 살이되면 남자들은 머리카락을 비교한다(대머리에겐 불행이다). 쉰살 때는 배(배가 안 나와야 한다), 예순 살 땐 치아(빠진 게 없어야한다), 이제 소위 원로라 불리는 늙은 악어들의 모임에선 등, 걸음걸이, 입을 닦는 방식, 일어나는 방식, 외투를 걸치는 방식을 비교한다. 한마디로 나이, 나이를 비교하는 것이다. 아무개가 나보다.
훨씬 늙어 보이지, 안 그래?
- P217

여럿이 어울려 있을 때 우리 얼굴에서 쉽게 읽을 수 있는 메시지는, 그 그룹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욕망, 거기 속하고 싶다는 억누를 수 없는 욕구다. 그걸 교육이나 맹종 혹은 주관 없는 성격의탓으로 돌리는 게 보통이지만 그게 티조의 가설이었다——난거기서 오히려 존재론적인 고독에 저항하는 시원적(始原的) 반응을 본다. 본능적으로 유배의 고독을 거부하고, 공동체에 끼어드려는 몸의 반사적인 움직임이랄까. 심지어 피상적인 대화를 하고 있는 순간에도 그러하다.  - P223

여자들이 더 오래 살게된 건 아기를 낳다가 죽는 일이 없어지면서부터라는 것이다. 오늘날 수명에서 여자가 남자를 앞지른 것은, 잃어버린 수천 년을 되찾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라는 것이다.
- P257

그 시절엔 여자 혼자서다른 여자들에 둘러싸인 채로 분만을 했다. 남자들은 자신들이 맡은 종족 번식에서의 능동적인 역할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신석기 초기에 머물러 있었던 것 같다. 임신한 여자에 관해 얘기할땐,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고 표현했지. 마치 아이가 성령의 작품이라고 믿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사실 여자는 ‘기다리는 게 아니라 아이를 만드는 데 일조를 한 거고, 정작 기다리기만 하는 건 남자인데 말이야. 그러나 남자는 기다린다는 걸 숨기기 위해 여자를속여 왔어. - P297

인간이 진정으로 겁을 먹는건 오로지 자기 몸에 관해서뿐이다. 자기가 말로 한 걸 누군가가 진짜 행동으로 보여줄 수도 있다는 걸깨닫는 순간, 공포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진다.
- P315

긁는 즐거움, 짜릿한 쾌감이 점점 커지다가 결국 시원함으로 끝나는 것뿐 아니라, 특히 가려운 지점을 1밀리미터 오자도 없이 정확히 찾아냈을 때의 희열이란, 그거야말로 자신을 잘 이해하는것 아닐까. 긁어야 할 지점을 옆 사람에게 정확히 가리켜준다는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다른 사람은 날 만족시킬 수 없다. 누가하는 목표 지점을 살짝 비껴가기 일쑤다.
- P319

그런데도 이 변치 않는 김정은 어찌 된 걸까? 몸 구석구석이 다퇴화되고 있는데도 삶의 환희는 변함없이 남아 있으니, 어제 모나가 내 앞에서 걸어가는 걸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티조가 말한 모나의 여왕 같은 자태, 늘 모나의 뒤를 따라 걸어가길 40년, 그사이에 물론 모나의 몸은 무거위겠고 탄력도 잃었지만,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몸만 무거워진 거지 걷는 자세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고, 난 모나가 걷는 걸 보면서 늘 똑같은 즐거움을 느낀다. 걸음걸이가 곧 그녀다.
- P367

하지만 내겐그 기억들만으론 충분치 않았다. 내가 그리워한 건 그들의 몸이었으니까! 내 앞에 마주하고 있어 손만 뻗치민 만질 수 있는 몸, 그거야말로 내가 잃어버린 것이었다! 그 몸들은 더 이상 내 풍경 안에 들어 있지 않았다. 그들은 집을 조화롭게 꾸며주다 지금은 없어져버린 가구들과도 같았다. 그들의 육체적 존재가 갑자기 얼마나 그립던지! 그들 없는 세상이 얼마나 히전하던지! 당장 여기서그들을 보고, 그들을 느끼고, 그들의 소리를 듣고 싶었다! 후추 님새 나는 아줌마의 땀, 티조의 허스키한 목소리, 거의 꺼져가는 아빠의 숨소리,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그레구아르의 탄탄한 몸.
- P448

그래, 나의 도도, 이젠 가야 할 때가 된 것 같구나, 겁먹지 마, 너도 데려가줄게.
- P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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