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시대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쉬이 판단이 서지않을 때가 많다. 과거의 동지들이 가장 험한 적이 되어 낮을 붉히고 뿔뿔이 흩어진다. 정체성의 뿌리였던 젊은 날이 통째로 부정당하는 고통을 날마다 겪는다. 악과의 싸움은 외려 쉬웠다. 용기만 있으면 충분했으니까. 모순과의 싸움이 어려운 것이다. 그것은냉철한 지성을 요구한다.
- P5

‘역사란 승자의 발자취‘라는 역사가의 말을 나는 믿지 않는다.
깊은 의미에서 역사는 잘 진 싸움의 궤적이다. 패할지라도 우리가 끝내 포기할 수 없는 가치를 향한 싸움 말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역사는 이상주의자의 좌절을 통해 발전해 온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는 싸움도 해야 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 세상이완전한 지옥이 되지 않은 것은 지는 싸움을 해온 사람들 덕분이다. 진 싸움이 만든 역사가 희망을 지켜주었다.
- P8

아차, 앞에 인용한 볼프 비어만의 말에는 한마디가 더 붙어 있다. 그의 말을 온전히 옮긴다.
"이 시대에 희망을 말하는 자는 사기꾼이다. 그러나 절망을 설교하는 자는 개자식이다."
- P9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코로나 위기는 우리 사회에 혁명적인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근본적인 체제 변화와 근원적인 인식 변화가 있어야 한다. 코로나 대유행이 깨우쳐준 길은 분명하다. 자주 국가, 복지국가, 생태 국가가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 P19

불안은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본원적인 힘이며, 사회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숨은 지배자다. 불안은 인간을 길들이고, 소진시키며, 예속시킨다. 불안은 비인간적인 체제를 유지시키고 강화하며,
변혁을 차단하고 저지한다. 불안은 무한 경쟁의 논리 속에서 심화되고 일상화된다. 그리하여 마침내 불안은 생명을 죽인다.
한국 사회에서 불안이 극단적이고 편재적인 것은 그것이 실존적, 철학적 불안이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불안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가 극단적 불안사회로 변화하기 시작한 시점이 바로 신자유주의의 지배가 시작되는 시기와 일치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 P27

권위주의적 성격을 극복하기 위해 그가 강조한 것이 ‘반권위주의 교육과 ‘비판 교육이었다. 권위 앞에서 쉬이 순종하는 약한 자아가 민주주의에 가장 위협적인 요소이기에, 학생들의 비판 의식을 고취해 강한 자아를 가진 시민으로 길러내는 것이 민주주의 교육의 요체라는 것이다.  - P36

광화문의 열기에도 불구하고 헬조선의 현실은 변한 게 없다.
이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제 광장 민주주의가 현장 민주주의로 확장되고 심화되어야 한다. 삶의 현장에서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실천하고, 실현해야 한다. 내 마음속에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일터에서 촛불이 타올라야 한다. 촛불이 나를 변화시키고, 일상을 변화시키고, 현장을 변화시키고, 사회를 변화시키고, 마침내국가를 변화시켜야 한다. ‘내 안의 최순실‘을 불태우고, ‘내 안의박근혜‘를 몰아내야 한다.
- P47

1970~1980년대 군사 독재 시절에 거리에서, 교정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며 젊은 날을 보낸 우리 세대에게 민주주의는 ‘쟁취‘의대상이었지, ‘감행‘의 대상은 아니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독재와 싸워서 되찾을 제도‘로 알았지, 일상의 삶을 변화시킬 ‘태도‘
로 생각지 못했다. 우리는 광장에선 민주주의의 투사였지만, 일상에선 민주주의자가 아니었다.
- P55

한국 교육의 패러다임을 경쟁과 우열, 승자독식의 원리에서 교감과 평등, 연대의 원리로 전환하지 않는 한 한국 사회는 오만하고 이기적인 엘리트들이 대중을 깔보며 자신들의 특권 수호에만매진하는 엘리트 특권 사회로 굳어져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교육부는 교육 문제를 단지 입시 문제로 보며 경쟁을 부추기고있으니, 그 무능과 단견에 절망할 뿐이다.
- P71

86 세대의 실패는 이 세대의 비극을 넘어 한국 사회의 비극이다. 한때 정의를 외치며 자신을 희생했던 세대의 정치적 실패는사회 전반에 더 큰 실망감과 좌절감, 냉소주의와 패배주의를 퍼뜨린다. 지금 한국 사회를 휘감고 있는 거대한 무력감의 뿌리는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이 86세대에게는 어쩌면 마지막 기회다. 재벌개혁, 정치개혁, 교육개혁, 검찰개혁, 사법개혁을 결연히 감행하여 100년 대한민국을 ‘새로운 대한민국의 원년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하여후세대에게 ‘지옥을 넘겨주지 않는 것, 이것이 86세대에게 남겨진 마지막 시대적 소명이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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