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처음에는 소박하게 초상을 기록하는 데 쓰였다. 하지만 사진의 편리성과 값싼 비용에서 정치적 이용 가능성을 발견한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사진을 식민지 주민들을 상징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도구"36 로 사용했다. 이를테면 제국주의자들은 서구에 널리 퍼진 통념에 맞는 복장을 입혀놓은 인디언을세워놓고, 그 초상이 아메리카 원주민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선전하는 사진을 찍었다. 또 오스트레일리아의 원주민의 신체치수를 기록한 사진을 찍어 그것을 인종적 특성이라며 체계화하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 이때 개개인의 정체성은 삭제되고 억압된다.
- P111

조선총독부의 사진들은 일본인과 조선인이 얼마나 다른가를 판단해 조선인의 타자성을 생산하는 도구로 쓰였다. 그렇게생산된 타자성은, 일본인들을 우월한 인종으로 놓고 조선인을 열등한 인종으로 규정해 침략과 인종차별을 합리화하고,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는 명분이 되었다. - P112

한 인물은 어째서 자기에게 가면을 씌웠는지 묻는다. 대답은 "가면은 인간을 잔인하게 만들기 때문, 얼굴을 가렸을 때 무엇도 함께 가려질 수 있는지 꿰뚫어보는 대목이다.
- P117

힙합 그룹 퍼블릭 에너미의 척 디Chuck D는 흑인 음악의 역사를 안다면 흑인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말한다. 왜냐면 미국 흑인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출구가 없었거든요. 그러나 블루스로 우리의 내면을 표현할 수 있었죠.
젖과 꿀이 흐르는 이 땅에서 우리는 배를 곯았어요."
- P184

그래서 작품이 촉발하는 사유의 깊이가 깊을수록 관람객은 그작품에 깊이가 있다고 말하고, 반대로 보잘것없으면 그 작품에깊이가 없다고 여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같은 작품을 놓고도설왕설래하게 된다. 우리는 작품의 깊이를 놓고 논쟁하면서, 사실상 자신과 상대방의 사유의 깊이를 논쟁의 대상으로 삼는다.
- P246

사유는 오직 언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때문에 추상회화나 연주 음악처럼 언어가 없는 예술은 더욱고통스럽다. 그런 예술들에 사유를 촉발하는 언어조차 없는 것이다. 술라주의 말처럼, 이미지도 언어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추상회화 앞에서 어리둥절하고 고통스러워하면서 우리 자신을향해 돌아서서는 우리 자신을 사유하게 된다.
우리는 추상회화를 읽어낼 수 없다. 우리는 그 대신 자신을,
고통스러워하는 자신의 언어를 읽어내고 사유하게 된다. 그리고 당연히, 그 일을 즐긴다. 예술이 촉발하는 사유의 고통은, 그예술의 이해되지 않는 아름다움처럼 때때로 충분히 즐길 만한고통이기 때문이다. 무해한 고통이기 때문이다.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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