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우리가 서로를 알아봤을 때는 그저 우습기만 했지.
그쪽 세계의 나도 주목받지 못하는 한심한 연주자에 불과한데,
다른 세계에 있는 나도 소질 없는 멜론 장수라니 말이야."
"하지만 이제는 그게 그렇게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단다. 나는 이렇게 매일 아침 수레를 끌고 시장에 나오는 일도,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일도 좋아하거든,  - P51

"우리의 현실이 정말로 같을까? 그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것만이 진실한 대화일까? 너는 그것을 어떻게 확신하지? 어떤사람은 수요일에서 바닐라 냄새를 맡고, 또 어떤 사람은 남들이 결코 구분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빨간색을 구분하지. 우리는 바다를 유영하는 고래의 관점을 상상하지 못하겠지. 자신의수천 배나 되는 몸집을 가진 동물에 기생하며 살아가는 진드기의 관점을 헤아려볼 수도 없겠지. 평생을 살아도 우리는 타인의 현실의 결에 완전히 접속하지 못할 거야. 모든 사람이 각자의 현실의 결을 갖고 있지. 만약 그렇게, 우리가 가진 현실의결이 모두 다르다면, 왜 그중 어떤 현실의 결만이 우세한 것으로 여겨져야 할까?"
- P57

어떤 이들은 낯선 외국어로 가득한 서점을 거니는 이국적인 경험을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완전한 이방인으로서의 체험, 어떤말도 구체적인 정보로 흡수되지 못하고 풍경으로 나를 스쳐지나가고 마는 경험……..
- P63

덕분에 이 서점의 책들은 읽히지 않음으로써 가치를 부여받았다.  - P63

"그러다 이곳 행성어 서점의 존재를 알게 됐죠. 그제야 알았어요. 저는 앞으로도 수만 개의 언어를 할 수는 없겠지만, 그수만 개의 언어를 쓰는 사람들조차 읽지 못한 책들이 저를 기21다리고 있었던 거예요."
- P72

나는 현실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끊임없이 요동치던 것이었다. 사람들이 나에게 덧씌워 보는 것과 실제로 만드는 것은 달랐다. 나는 괴물이 되었다가 평범한 아이가 되었다. 이끄는 자가 되었다가 밀려나는 자가 되었다. 소망의 표면 아래 진짜 미래의 모습이 채워졌다. 나는 그 간극을 감당할 수 없던 거였다.
- P82

카메라를 들고 산책을 나섰을 때, 리키는 오솔길 끝 전망대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것을 보았다. 웅성거리는 소리도 없이조용해서 어쩐지 그 풍경은 그 자체로 한 장의 사진처럼 느껴졌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한 노인이 조립식 이젤을 세워 놓고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 P105

소년은 이따금 우리에게로 걸어와 우리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늪의 수면 위에 부유하는 우리를 살피면 마치 우리가 무슨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처럼,
- P121

"어차피 가면을 쓰지 않아도 우리는 서로의 진심을 모르지요. 생각해보세요. 저는 지금 당신을 향해 웃고 있을까요? 아니면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을까요? 어느 쪽이든, 그게 제 진심일까요?"
- P136

그래도 어느 순간 다현은 인생의 쓴맛이라는 비유를 이해할수 있게 되었고, 어디선가 그런 맛이 느껴진다는 생각이 들 때면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 사장과 나누었던 기묘한 점심을떠올리곤 한다. 어쩌면 아주 오래전 다른 행성에서 스쳐 지나갔을지 모르는 그와의 대화를, 그리고 구름을 한 스푼 떠먹는느낌이었던 푸딩의 맛을그러다 보면 혀끝에 약간의 알싸한 단맛이 감도는 것 같기도 했다.
- P20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