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처럼 가볍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그것들에게도 무게가 있다. 오른쪽 어깨 위, 스웨터 올 사이로 가칠가칠했던 아마의 두 발이 떠오른다. 내 왼손 집게손가락을 횃대 삼아 앉아 있던 아미의가슴털은 따스하고 부드러웠다. 이상하다. 살아 있는 것과 닿았던감각은, 불에 데었던 것도, 상처를 입은 것도 아닌데 살갗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그전까지 내가 닿아보았던 어떤 생명체도 그들만큼 가볍지 않았다. - P109
그렇게 두 개의 시야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건지 나는 알고 싶었다. 저 엇박자 돌림노래 같은 것, 꿈꾸는 동시에 생시를 사는 것같은 걸까. - P114
여기쯤 멈춰 서서 엄마는 저 건너를 봤어. 기슭 바로 아래까지차오른 물이 폭포 같은 소리를 내면서 흘러갔어. 저렇게 가만히있는 게 물 구경인가, 생각하며 엄마를 따라잡았던 기억이 나. 엄마가 쪼그려앉길래 나도 옆에 따라 앉았어. 내 기척에 엄마가 돌아보고는 가만히 웃으며 내 뺨을 손바닥으로 쓸었어. 뒷머리도, 어깨도, 등도 이어서 쓰다듬었어. 뻐근한 사랑이 살갗을 타고 스며들었던 걸 기억해,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 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 - P311
.자료가쌓여가며 윤곽이 선명해지던 어느 시점부터 스스로가 변형되는걸 느꼈어, 인간이 인간에게 어떤 일을 저지른다 해도 더이상 놀라지 않을 것 같은 상태…. 심장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가 이미떨어져나갔으며, 움푹 파인 그 자리를 적시고 나온 피는 더이상붉지도, 힘차게 뿜어지지도 않으며, 너덜너덜한 절단면에서는 오직 단념만이 멈춰줄 통증이 깜박이는....... - P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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