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구나, 여행을 하면서 내가 찾는 경험은 ‘살아 있구나‘라는실감이다. 그게 전부다. 일상이 싫고 여행이 좋아서 여행지에서진정한 자유를 찾는다는 뜻이 아니다. 아니라고!
- P9

하지만 팬데믹을 정통으로 경험한 세대가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지리라. 그리고 여행 방식도, 이 책을 쓰는 동안 나는 여행하는 방식을 바꾸었고, 독서는 더 즐거운 여행의 체험을 제공하게 되었다. 장소보다 ‘보는 눈‘을 키우는 여행 패턴. 방 안에 앉아서 화성보다 먼 곳까지 여행하는 책 읽기의기쁨.
- P21

소리를 내어 좋아하는 시의 제목을 읽어 본다. "나는 내 인생이마음에 들어." 이 말은 어쩐지 약간의 용기를 필요로 한다. 나는내 인생이 마음에 들어. 문장의 마침표가 내 귀에 들어오기도 전에 이렇게 말해도 되는 걸까 근심에 잠긴다. 나는 아직, 그렇지만 나는, 나는 사실, 내가 내 인생을 좋아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가끔은 여기가 끝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럴 때면 이 시를 생각한다. 나에게는 아직 건너 보지 못한교각이 있고, 던져 보지 못한 돌멩이들이 있다. 이 시에는 이런문장도 있다. "텅 빈 미소와 다정한 주름이 상관하는 내 인생!"
느낌표가 있다. 이 느낌표가 나는 사랑스럽다.
- P27

꿈만 같다. 오늘은 여기 있지만 내일은 그곳에 있을 것이다. 오늘은 여기 있지만 어제는 저기에 있었다. 갑자기 나는 한국어가한마디도 들리지 않는 곳을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사람이 됐다.
있는 장소가 바뀌면 나도 바뀌는 기분. 그러니 집에 돌아오면 모든 게 없던 일이 되는 기분.
- P33

여행 화집에서 키스하는 사람, 눈물 흘리는 사람을 볼 때 동의를 구했을까 궁금해진다. 하지만 개와 고양이, 새라면 언제든안심이다. 그들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으려 애쓰며 조심스레 사진을 찍는다. 타인의 삶은 구경거리가 아니다.
- P59

사치란 무엇일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사치라고 생각하다.
사회생활 연차가 쌓이자 하고 싶지 않은 걸 하지 않는 것이 사치구나 싶다. 하고 싶지 않은 건 하지 않고 살려 하면 일상이 잘 돌아가지 않는다. 매일 싫은 일을 하면서 하루를 밀어낸다.  - P91

그리고 때로는 길을 잃었을 때 내가 아는 첫 출발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종종 삶이 벅찰 정도로 문제를 양산할 때 역시 원점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한없이 갑갑하게 느껴지는 상황에서어딘가로 여행을 떠나 ‘환기‘를 하려고 시도할 때가 있다. 하지만어쩌면 일시적 환기가 아니라 원점이 어디인지 차분하게 찾아내실타래를 다시 풀고자 노력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시간이 이미흐른 뒤에 원점은 원점이 아니게 되어 버린다. 내가 지금 머무는이곳이 원점이 된다. 그때 다시 시작하는 용기를 잃지 않기, 때로 여행은 답이 아니다.
- P10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