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까지는 출간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봤는데, 이후 좀 바쁘면서 놓치고, 한 번 손을 놓고 나니 쌓아두고 아 저거 봐야하는데 하며 한숨만 쉬던 책.

드디어 올 여름에 마스터스를 마스터하고야 말겠다라고 오늘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이런 결심이 하나도 필요없다.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6부 시월의 말이란 제목의 유래가 엄청 재미나면서 좀 엽기적이다.

로마에서는 10월에 전차경기를 벌이고, 그중 우승한 전차의 오른쪽 말을 시월의 말로 정한단다.

시월의 말은 의식에 따라 창에 찔려 죽임을 당하고, 생식기는 따로 절단되어 베스타 신녀들이 재가 될때까지 불에 태워 로마 건국기념이레 제물로 바치는 빵에 그 재를 섞는다.

그리고 말의 머리는 로마의 하층민들이 두 패로 나누어 싸워 이긴쪽이 가지고 자신의 구역에 매단다니....

가장 뛰어난 것을 마르스 신의 신전에 바친다는 의미같은데 아 불쌍한 말!

해석하건대 이 시월의 말은 결국 카이사르를 은유하는 것일테다


6부는 품페이우스가 죽고  카이사르에 대항해 공화정을 지키려는 카토 일파와 카이사르의 내전 후반부부터 카이사르의 죽음까지를 다룬다. 

결국 로마 공화정이라는 과거와 제정시대라는 미래를 위한 제물로서의 카이사르라는 것일까?


지금 보고 있는 6부 1권에서는 드디어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가 만났다.

클레오파트라는 전혀 세기의 미녀가 아니고 오히려 카이사르는 첫만남에서 클레오파트라가 못생겼다고 생각하는게 이채롭다. 그녀는 아직 세기의 미녀가 되기에는 너무 어리다.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의 관계는 뭐랄까? 

연인간의 관계라기보다는 어린 여왕을 카이사르가 아버지 또는 스승처럼 가르치는 것 같달까? ㅎㅎ

물론 여기에는 연인이고 아내고 뭐고 모든 것에 앞서서 카이사르가 로마를 가장 사랑한다는 것에 첫번째 원인이 있기도 하다. 


알렉산더가 이집트를 점령하고 알렉산드리아를 건설, 알렉산더의 죽음 이후 그의 부하에 의해서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건설되는데, 그들의 지배형태가 사실 참 헷갈렸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명쾌해진다.

마케도니아인들이 주를 이루는 인구 300만의 알렉산드리아와 이집트는 사실상 분리되어있다고 보는게 옳다.

이집트 원종교의 신관들에게 파라오라는 호칭을 따로 받아야 진정한 이집트 전체의 왕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클레오파트라가 알렉산드리아의 왕이자 파라오로서 성장해가는 과정, 그리고 당시의 이집트의 풍경과 사회체제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 아 그리고 사족! 사람들이 클레오파트라는 그냥 이집트의 여왕이라고 생각하며 그냥 순수 이집트인이겠지라고 생각하는데 인종적으로 그녀는 백인, 그리스인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마케도니아인과 중동지역의 혼혈이 맞겠다. 아버지는 마케도니아인, 어머니는 아랍쪽







 카이사르는 거기서 빠져나와 시민관을 거머쥐었다. 용맹함으로 가장 두각을 나타낸 이에게 주어지는 그 떡갈잎관은 극히 드물게 주어지는 까닭에, 그것을 얻은 자는 여생 동안 모든 공식 행사에서 그 관을 작용할 자격을얻었고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박수를 보내야 했다. 원로원이 소집될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카이사르에게 박수쳐야 하는상황을 비불루스가 얼마나 질색했던가! - P29

"왕위에 오른 프톨레마이오스 혈통은 모두 파라오이기도 하지 않나?"
"아니요, 카이사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아이들의 부친인 아울레테스는 파라오였던 적이 없습니다. 그는 나일 강의 이집트 원주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사제들을 회유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반면클레오파트라 여왕은 어린 시절 한동안 멤피스에서 사제들과 함께 지냈습니다. 그녀가 왕위에 오르자 사제들은 그녀를 파라오로 성별했고요. 왕과 여왕은 알렉산드리아식 칭호일 뿐, 이집트 본토인 나일 강 유역 이집트에서는 아무런 영향력이 없습니다."
- P51

‘확실한 건, 그는 말을 계속했다. "이번 전쟁에서 죽은 사람들 대부분은 마케도니아인과 마케도니아계 그리스인이라는 것이오. 아마 10만 명쯤 되겠지. 그러니 여전히 당신에겐 돌봐야 할 300만 명 가까운사람들이 남아 있소. 살 곳과 일자리가 사라진 사람들 말이오. 당신이알렉산드리아의 대다수 백성들에게 사랑받을 절호의 기회가 왔다는걸 부디 깨닫기 바라오. 로마는 강대국이 된 이래 폐허로 전락한 적이없고, 로마의 일반 민중이 등한시된 적도 없소. 당신네 프톨레마이오스왕족과 마케도니아 정복자들은 로마보다 훨씬 큰 땅덩이를 자기네 마음대로 다스려왔고, 거기에 박애정신이라고는 없었소. 그런 방식은 바뀌어야 하오. 그렇지 않으면 군중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성난 무리로돌아올 것이오."
- P172

"프톨레마이오스는 대단히 그리스화된 가계인데 왜 옛 이집트인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건물을 지은 거요? 당신들은 심지어 그리스 문자대신 상형문자까지 사용하고 있잖소."
"아마 우리 중 대다수가 파라오였기 때문일 거예요. 사제들이 워낙고대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도 확실한 이유고요. 사제들이 건축가와 조각가, 화가를 제공하거든요. 때로는 알렉산드리아에까지 말이에요. 하지만 필라이 섬의 이시스 신전을 볼 때까지 기다려봐요! 거기엔 그리스 양식을 살짝 가미했거든요. 내 생각엔 그곳이 이집트 전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전 복합건물로 널리 알려진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인 듯해요."
- P192

우리 로마인에게 달은 비나 여자의 월경주기나기분 변화를 의미하는 반면, 그들에게 달은 그저 땅을 낳은 밤하늘인누트의 일부일 뿐이다. 그들의 신들을 우리 로마인이 보는 방식으로,
서로 다른 두 세계의 연결 통로를 만들어내는 힘으로 상상한다는건... 아니, 그들은 그런 세계에 살고 있지 않다. 이곳에서 신은 태양이고 하늘이고 강이고 인간이고 동물이다. 어떠한 추상적인 개념도 내포하지 않은 우주론이다.
- P194

"인색하게 굴지 마시오, 클레오파트라! 당신 돈을 써서 백성들을 먹이시오, 가난한 자들에게 비용을 떠넘기지 마시오! 로마가 무산자들과별 갈등이 없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오? 전차 경주 입장료를 받지말고, 아고라에 무료로 몇 가지 구경거리를 올릴 생각을 하시오. 그리스인 배우들로 이루어진 극단을 데려다가 아리스토파네스와 메난드로스같이 유쾌한 희극작가들의 작품을 공연하게 하시오. 일반 민중은 자기네 삶 자체가 비극에 가까워서 비극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그들은 한나절 잠깐이라도 웃으면서 걱정근심을 잊어버리고 싶어한다. 공공분수를 지금보다 훨씬 많이 설치하고 공중목욕탕도 몇 개 만드시오.  - P203

로마에서는 목욕탕에서 한 번 마음껏 즐기는 데 1분의 1세스테르티우스밖에 들지 않소. 그 돈이면 사람들은 몸도 깨끗해지고 기분도 좋아져서나가는 거요. 여름 동안은 저 망할 새들을 관리하시오! 남녀 몇 명을 고용해서 거리 청소를 하고, 오물을 내보내는 하수구가 있는 곳마다 제대로 된 공중변소를 설치하시오. 알렉산드리아와 이집트는 관료들로 꽉차 있으니 귀족은 물론 다른 인구까지 포함하는 시민 명부를 마련하시오. 또 빈민들에게 매달 밀 1메딤노스를 받을 자격을 주는 곡물 목록을작성하고 맥주를 빚어 마실 수 있게 보리 배급도 포함하시오. 당신이소득으로 받는 돈은 썩어 없어지게 처박아두지 말고 고루 분배해야 할것이오. 그 돈을 쌓아두면 경제가 붕괴하는 거요. 알렉산드리아는 이제길들었지만, 계속 그 상태로 있을지는 당신 하기에 달렸소."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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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8-06 16: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의 이상한 작가의 그 무지막지
한 책도 읽었는데, 이 마성의 시리즈
는 왜 그러지 못한 걸까요...

너무 책들이 많다는 핑계를 대보렵
니다.

바람돌이 2021-08-06 16:50   좋아요 1 | URL
일본의 이상한 작가... ㅋㅋ 동의합니다. 근데 글을 진짜 잘 쓰는 이상하고 나쁜 작가입니다. ㅎㅎ
이 시리즈는 책이 진짜 많아서 사실 덤비기는 힘들죠. 전체 21권, 그것도 거의 500페이지가 넘는....
그런데 정말 재밌어요. 그 이상한 여자의 책하고는 비교 불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