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가 판치는 세상"에 대한 공포의 원체험과 냉전적 지식이 한국에서 자유세계로 발신되었다. 냉전 공포의 원체험과 지식은 자유진영의
‘상상적 공동체‘ 형성과 윤리 · 도덕, 그리고 정체성 내용의 주 재료가 되었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그 공포의 정체는 ‘빨갱이의 만행(또는 악행)이 판치는 현실에서 기인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빨갱이 ‘부지 (국가에 반역이 뇌는 일에 동조나 가담한 자) 낙인에 대한 공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빨갱이 점령으로 오염된 공간에 있던 사람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오염되지 않았음을 필사적으로 자기 증명하지못하면, 물리적 · 사회적 죽음의 문턱으로 넘어설 수 있었기 때문이다. - P245

이 공간은 한국이 앞으로 주도해나갈 탈냉전 · 탈분단과 평화 시대의전망에 불협화음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매년 200만 명(70만 명은 어린이와 청소년 · 학생)이 다녀간다는 용산 전쟁기념관 공간의 구조와 전시내러티브의 구체적인 내용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을 차곡차곡쌓아가야 한다. 이 결과물들을 갖고 전쟁사가 아닌 평화사의 관점에서,
반공주의적 · 국가주의적 이념 · 정동 장치가 아닌 공공 역사교육의 장이라는 관점에서 평화기념관의 구조와 전시 내러티브를 바꿔야 한다.
- P283

역사를 숫자로 기억한다는 것은 그 역사적 배경과 맥락은 삭제되고숫자가 지시하는 사건만으로 기억하게 만든다. 숫자는 하나의 상징이고 숫자와 함께 제시되는 화염과 탱크의 이미지는 바로 그날의 북한의불법 침입만 연상케 한다. 따라서 ‘6.25‘라는 명칭은 ‘6·25 전에 전개된한반도 분단과 내전 상황, 남북 간 국지적 교전 상황 모두 6·25 불법 기습 전쟁을 위해 발생한 것이라는 왜곡된 기억을 만든다. 전쟁기념관의건립 목적인 전쟁 준비 만반의 태세라는 전쟁정치가 작동하는 것이다.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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