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르 카레의 첫 번째 소설 <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와 세번째 소설이자 그에게 최고의 명성을 안겨준 출세작인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합본으로 읽었는데....
혹시 이 합본판을 읽는 분들이 있다면 반드시 죽은자에게 걸려온 전화를 먼저 읽든지 아니면 건너뛰든지 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제 막 근사한 미슐랭 만찬을 배부르게 먹은 사람이 연이어 양만 많고 조미료듬뿍인 길거리 음식을 먹고싶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그리하여 스마일리는 학교도 부모도 연대도 직업도없고 부우하지도 가난하지도 않으며 아무런 딱지도 붙지 않은 채 사교계의 급행열차 승무원 칸에 실려 가다가 분실된짐으로 분류되었고, 이혼이 찾아왔다 가자 어제 날짜 뉴스가되어 먼지 앉은 선반에 박혀 누구도 소유를 주장하지 않는운명이 되었다.
- P334

스마일리의 살아남은 부분은 사랑이나 무명 시인을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외모와 어울리지 않았다. 그 부분은 스마일리의 직업, 즉 정보부원으로서의 스마일리였다. 스마일리는 이 일을 즐겼고, 그 덕분에 자신만큼이나 성격과근원이애매한 동료를 만날 수 있었다. 또한 한때 인생에서 가장 사랑했던 것들을 다시 대할 수 있었다. 자신의 추론을 현실에적용하는 훈련을 통해 인간 행동의 수수께끼에 대해 학문적유람을 하는 것 말이다.
- P335

그러나 누가 알 수 있단 말인가? 헤세가 뭐라고 썼더라기이해라, 안개 속을 헤매노라면! 나무는 다른 나무를 보지못하네. 모든 것이 홀로 있을 뿐.) 우리는 다른 사람에 대해아무것도 몰라. 아무것도, 스마일리가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가깝게 지내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다른 사람의 가장 깊은 곳의 생각을 살펴도,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 P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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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6-15 09: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다른 버전(열린책들에서 나온 한 권짜리)으로 읽고, 아주 나중에 <죽은 자에게 걸려온 전화> 읽으려던 참에, 이 합본판 사놨는데 아직 안 읽었어요. 아니 근데 ˝건너뛰어도˝ 무방하다고 하시니 눈물이 앞을 가리옵니다. ㅎㅎㅎ

바람돌이 2021-06-16 00:24   좋아요 1 | URL
안타까운....ㅠ.ㅠ 하지만 어떤 책이든 모든 사람이 사랑할 수 없듯이,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읽힐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잖아요. 잠자냥님에게는 좋을 수도 있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