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슈아 웡은 2017년 일본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진격의 거인〉과 홍콩 시위를 이렇게 정의했다. "거인은 인류가 사는 벽을 파괴하려 하고, 인류는 벽을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합니다. 하지만그 벽은 거인이 만든 깃에 불과했죠." 벽 안에 사는 인류는 일국양제 속에서 편안함을 누리는 홍콩 시민을, 거인은 중국 혹은중국 공산당을 상징한다. 홍콩이 일국양제를 파괴하려는 중국공산당과 싸우고 있는데, 알고 보니 일국양제를 만든 게 중국인상황도 애니메이션의 설정과 닮았다. 이처럼 우산혁명은 일국양제라는 벽이 중국에 의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현실을 홍콩인에게 각인시켰다.
- P148

첫날 애드머럴티 역에 내렸을 때,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건 태어나서 처음 봤어.
막무가내로 시위대를 밀어붙이는 경찰을 붙잡고 울면서 설득하는 사람이 있었지. 경찰에게 ‘당신도 홍콩 사람이다‘라고 하더라고, 홍콩 사람? 홍콩인? 난 한 번도 내가 홍콩인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는데 그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더라. 텐트에 있는 내내 ‘홍콩 사람이란 뭘까? 나는 홍콩 사람인가?‘를 고민했어. 어느 날 그곳에서 만난 테레사 언니가 ‘우리가 우리의 홍콩을 지켜야 한다‘라고 말해줬어. 지금 생각하면 별 얘기가 아닌데, 그때는 갑자기 사명감이 생겼던 거야."
- P151

 이제 우리는 사법 정의의 실현으로 비칠수도 있는 송환법 개정에 홍콩 시민들이 반대한 까닭을 알 수있다. 가장 큰 이유는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박탈당할 것이라는 두려움이다. 시민들은 코즈웨이베이서점 납치 사건을 보면서 자신도 언제든지 납치, 불법 구금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송환법 개정은 납치와 구금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일이다. 과연 누가 이런 법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 P190

여기서 기억해야 할 점은 이들은 그저 집회를 주최했을 뿐이라는 점이다. 이번 홍콩 시위의 가장 큰 특징은 지도부가 아예없다는 점이다. 2014년의 경험 탓에 사회적 명망가에 대한 불신이 상당했고, 만약 카리스마적 리더를 세울 경우 그가 부재할때 집회를 이어나갈 결속력이 약해진다는 단점도 있었다. 따라서 2019년의 시위는 그 누구도 지도부를 자처하지 않는 모델을만들어냈다. 이들은 ‘여러 단체와 모임은 상황에 따라 각자 행동하고, 학생 시위대의 자율권을 존중한다‘는 대원칙을 정했다.
- P213

원 할아버지는 그게 위안이 됐는지 입을 열었다.
"홍콩 사람들처럼 기구한 운명을 가진 사람도 없을 거야. 나는 1967년 영국 놈은 물러가라고 목이 터져라 외쳤는데, 지금손주는 유니언잭을 들고 영국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고 있으니 말이야."
- P238

원 할아버지는 중국을 조국이라고 생각한다. 원 씨는 중국의지배는 어쩔 수 없는 순리지만 중국이 홍콩에 약속한 것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을 나간 손자는 자신을 홍콩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고 뭘 할아버지가 골수 친중파인 것은 아니다. 그저 현실에 순응한 사람일 뿐이다. - P238

한마디로 무소불위의 국가보안법이 탄생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기존의 법률이 국가보안법과 충돌할 경우 국가보안법을 우선 적용한다고 부칙에 명시했다. 그렇게 2020년 7월1일,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지 정확히 23년 만에 항인치항, 고도자치, 일국양제가 막을 내렸다. 사방에서 중국이 홍콩을 병합했다는 탄식이 터져나왔다.
- P299

다시 싸움을 시작한 미얀마 사람들이 부럽고 존경스러워. 적어도 그들은 자신의 정부와 싸우잖아. 돌이켜보면 우리는 홍콩 행정부와 싸우지 않았어. 우리는 인구가 홍콩보다 186배나많은 중국을 상대로 싸워야 했지. 네 책의 추천사를 쓰지 못해서 미안해. 이제 우리는 그 누구에게도 신분을 드러내고 말할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이해해줘. 어디에서든 널 다시 만날 수있다면 좋겠어. 그때까지 잘 지내."
"그래 메이야, 너도 잘 지내, 나의 도시 홍콩에게도 인사를전해줘. 길을 가다가 원 씨네 가게 문이 열려 있으면 들어가서탕위엔 한 그릇을 시키고 안부를 전해줘. 나도 너희들이 보고싶다. 언젠가 우리가 모여서 2019년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면, 그 장소는 분명히 홍콩일 거야. 그때까지 무사해줘, 꼭 다시만나자."
-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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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6-02 1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홍콩에 딱 한 번 다녀오고 (하지만 짝사랑은 80년대 부터 품고요)
여행 중 bgm은 그 시절의 영화음악이었고요,

그러나 이젠
홍콩 정치 뉴스에 가심이 아픈 나날입니다. .... 꼭 다시 만나자, 홍콩아.

바람돌이 2021-06-02 10:48   좋아요 0 | URL
그래도 다녀오셨네요. 저는 못가봤습니다. 이 책을 끝까지 보고 나면 살짝 그 시절의 홍콩은 이제 끝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제목도 리멤버 홍콩인듯하구요. 마음이 많이 아프고, 홍콩인의 마지막 말에 가슴이 많이 아프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