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따르면, 게토 봉기는 단순히 유대인들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투쟁이었다. 이것은 폴란드 낭만주의의 언어로 받아들여졌다. 즉 누군가의 행동은 그것이 가져온 결과보다는 의도로 판단해야 하고, 희생은 고결한 것이며,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는 것은 영원히 존경받을 고결함의 극치라는 것이었다. 때로는 과장되거나 때로는 망각되는 빌네드의 메시지의 핵심은 바로 바르샤바 유대인 레지스탕스 문제는 유대인의 존엄성뿐만 아니라 누군가는 더 애를 썼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렇지 않았던 폴란드인, 영국인, 미국인을 포함한 인류의 전체의 존엄성에 관한 문제라는 것이었다. - P526

독일군의 패배가 눈앞에 있다는 것은 분명 반길 만한 소식이었지만, 마찬가지로이내 소련군이 바르샤바를 접수할 것이라는 예상은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폴란드 국내군이 독일군과 공개적으로 싸워 승리한다.
면, 그들은 붉은 군대가 자신들의 집을 차지하는 상황을 맞이할 것이었다. 반대로 그들이 독일군과 싸워 패배한다면, 곧 들이닥칠 소비에트에게 자신들은 손쉬운 상대이자 무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꼴밖에되지 않을 것이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소비에트와(혹은 서방 동맹국들과) 협상할 자리조차 얻지 못할 것이었다. - P536

이런 점에서보면, 폴란드는 소련뿐만 아니라 서방 동맹국들에게도 배신당한 것이었다. 이들은 폴란드인들에게 타협할 것을 요구하며, 폴란드인들의 손에 기대 이하의 결과물만을 쥐여주었다. 그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미 국토의 절반이 적국에 양보된 것이었다.
- P538

독일에 맞선 합동 전투에 참여하기 위해 스스로 정체를 밝힌 폴란드인들은 훗날 소련 지배에 저항할지 모를 위험인물들로 다뤄졌다. 소련은 폴란드 독립을 주장하거나 대변하는 조직 따위를 지원할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소비에트 지도부 및 내무인민위원회의 눈에 폴란드인들의 정치 조직은 (공산주의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반소비에트 책동의일부일 뿐이었다.
- P539

 소련의 관점에서 보면,
바르샤바 봉기는 독일인들, 그리고 독립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던질 수 있는 폴란드인들을 줄인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것이었다. 독일은 상당수가 겹치는 폴란드 지식인 및 폴란드 국내군 병사 제거라는,
소련에게 반드시 필요한 일을 대신 해줄 것이었다.  - P550

미코와이치크가 모스크바에 도착한 1944년 7월 말, 영국대사는 그에게 모든 것을 받아들이라는 말을 건넸다. 즉 폴란드 영토의 절반인 동쪽 땅을 포기하고, (학살의 책임은 소비에트가 아닌 독일에 있다는 소련 버전의 카틴 대학살을 받아들이라는 것이었다. 미코와이치크가 알고 있던 것처럼, 루스벨트 역시 카틴에 대한 소비에트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쪽을 선호했다.  - P551

 다 죽어가던 수감자들을 해방시킨 미군과 영국군은 자신들이 나치즘의 공포를 목격했다고 믿었다. 그들의 사진작가와 촬영기사들이 베르겐벨젠과 부헨발트 등지에서 찍은 사체 및 시체나 다름없어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히틀러가 저지른 최악의 범죄를 나타내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바르샤바 유대인 및 폴란드인들이, 그리고 바실리 그로스만과붉은 군대의 병사들이 인지하고 있었듯이, 이는 진실과는 거리가 먼이야기였다. 오히려 최악은 바로 바르샤바 폐허 속에, 트레블린카 벌판에, 벨라루스 습지대에, 바비야르 구덩이들 사이에 있었다.
- P561

스탈린은 자신이 구상한 동유럽 제국에서 대량학살 정책만큼은 구상하고 있지 않았지만, 폴란드는 인종적 순수성이 지켜지는 지역의중심이 되어야 했다. 독일은 독일인들만의 나라가 되고, 폴란드는 폴란드인들만의 나라가, 그리고 소련령 우크라이나의 서쪽 지역은 우크라이나인들만 사는 땅이 될 것이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소수 인종을 대표하기도 하는 사람들을 포함한 폴란드 공산주의자들에게 그나라의 소수 인종들을 청소하도록 시킬 작정이었다.  - P565

신생 폴란드는 피란이 추방으로 바뀔 때쯤 수립되었다. 휴전과 함께공식적으로 수복 지구로 불리던, 폴란드의 새로운 서쪽 영토에서는조직적인 인종 청소가 시작되었다. 1945년 5월 26일, 폴란드 공산당중앙위는 폴란드 영토 내의 모든 독일인을 추방하기로 결정했다.  - P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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