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픽션을 쓰고자한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여러분이 곧알게 되겠지만 이러한 견해는 여성의 참다운 본성이니, 픽션의참다운 특성이니 하는 문제는 미해결로 남겨두는 셈입니다. 나는이 두 문제에 관한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하는 의무를 피해왔으므로 나에 관한 한 여성과 픽션은 미해결의 과제입니다.  - P10

그러나 그 생각이 아무리 작고 보잘것없는 것이라 하더라도그것은 그 나름대로의 신비로운 속성을 지니고 있어서, 마음속에도로 집어넣으니까 즉시 매우 재미있고도 중대한 것이 되더군요.
그것은 쏜살같이 나아가다가 밑으로 가라앉고, 여기저기에 번쩍번쩍 나타나며, 여러 상념의 대단한 파도와 격랑을 일으켜서 나는 도저히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내 자신이 잔디밭을 가로질러 굉장히 빠르게 걸어가게 된 것이 이렇게 하여 일어난 일이지요.  - P13

그런데 여기 나는 도서관으로 들어가는 문에 실제로와 있었습니다. 내가 그 문을 틀림없이 열었나 봅니다. 왜냐하면하얀 날개 대신 검은 가운을 펄럭이며 길을 가로막는 수호 천사처럼, 뭔가 불허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은발의 친절한 신사가 갑자기 나타나서는 돌아가라고 손을 흔들며, 낮은 목소리로 숙녀분들은 대학 연구원을 동반하거나 소개장을 지녔을 경우에만 도서관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하고 유감스럽게 말했기 때문입니다.
- P16

옥스브리지의 오찬회와 정찬회를 다녀오자 질문들이 쏟아지기 시작했으니까요. 왜 남자들은 포도주를 마시고 여자들은 물을 마시는가? 왜 한쪽 성은 그렇게 부유하고 다른 쪽 성은 그다지도 빈곤한가? 가난은 픽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예술 작품을 창조하는 데는 어떤 조건들이 필수적인가?  - P39

또한 우리는 무엇보다 환상의 동물이므로 인생은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요구합니다. 자신감이 없이는 우리는 요람 속의 어린 아기와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헤아릴 수 없으면서도 말할 수 없이 소중한 자질을 가장 빠르게 갖출 수 있을까요? 다른 사람들이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함으로써 이지요.
즉, 자신이 다른 사람에 비해 타고난 우월함을 가지고 있다고 느낌으로써 이지요 - 그 우월함은 재산, 지위, 곧은 콧대, 혹은 롬니가 그린 할아버지의 초상화일 수도 있지요.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애처로운 책략에는 끝이 없으니까요. 따라서 뭔가 정복하고 지배해야만 하는 가장에게는 사실상 인류의 절반인 수많은 사람들이 본디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되겠지요. 이것이 실제로 그의 권력의 중요한 원천 중 하나임에틀림없습니다.  - P52

그 시절의 쓰라림을 기억해보면고정된 수입이 가져오는 엄청난 기질의 변화는 실로 괄목할 만한 것이라고 말입니다. 세상의 어떤 강제력으로도 나에게서 내오백 파운드를 빼앗아갈 수는 없지요. 음식과 집과 옷은 이제 영원히 내 것이지요. 따라서 단지 노고와 노동뿐만 아니라 증오와신랄함도 그치게 됩니다. 나는 어떤 남자도 미워하지 않습니다.
그가 나를 해칠 수 없으니까요. 나는 어떤 남자에게도 아첨을 떨필요가 없습니다. 그가 나에게 줄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그래서 나 자신이 인류의 절반에 대해 새로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미세하게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 P56

픽션은 거미집 같아서 어쩌면 대단히 가볍게, 그러나 여전히 네 귀퉁이가 모두 삶에 부착되어 있지요. 종종 그렇게 부착되어 있다는 것이 거의 감지되지 않는데, 예를 들어 셰익스피어의희곡은 홀로 완벽하게 매달려 있는 듯이 보이지요. 그러나 거미집을 비스듬히 잡아당기고 가장자리에 갈고리를 걸어 끌어올리고 가운데 부분을 찢어보면, 이 거미집들은 실체 없는 피조물들이 공중에다 친 것이 아니라 고뇌하는 인간들의 작품이며 건강과 돈과 우리가 살고 있는 집과 같이 지극히 물질적이고 구체적인 것에 부착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 P61

그리하여 하나의 매우 기이한 합성체가 나타나게 되지요. 즉,
상상 속에서는 여성이 대단히 중요하나 실제로는 완전히 무가치하다는 말입니다. 시에서는 그녀가 표지에서 표지까지 스며들어있고, 역사에서는 거의 부재중이라는 말입니다. 픽션 속에서 그녀는 왕과 정복자들의 삶을 지배하고, 사실에 있어서는 그녀의손가락에 억지로 반지를 끼워주는 부모의 아들에게 속한 노예였지요. 문학작품에서는 가장 영감을 받은 말과 가장 심오한 생각이 그녀의 입에서 나오고, 실생활에서의 그녀는 거의 읽을 줄도철자법도 모르며 단지 그녀의 남편이 소유한 재산이었던 거지요.
- P63

게다가 19세기 초에 여성들이 받았던 문학훈련은 인물의 관찰과 감정의 분석에 대한 훈련이었지요. 그녀의감수성은 몇 세기 동안 공동 거실의 영향을 받으며 교육되었지요. 사람들의 감정이 그녀에게 새겨졌으며 개인적인 인간 관계들이 눈앞에 항상 있었지요. 따라서 중산층 여성이 글쓰기에 전념하였을 때에 그녀는 자연스럽게 소설을 썼습니다. 비록 꽤 분명하게 보이다시피 여기에 언급된 네 사람의 유명한 여성들 중 두명은 본래 소설가가 아니었는데도 말입니다. 에밀리 브론테는 시극을 썼어야 했고 조지 엘리엇의 넘쳐나는 넓은 마음은 그 창조적 충동이 역사나 전기를 쓸 때 널리 퍼져나갔을지도 모릅니다.
- P94

아마 여성이 종이에 펜을 갖다 대면서 발견하게 되었을 첫 번째 일은 그녀가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는 공통의 문장이 없었다는 것이지요. 새커리, 디킨스, 발자크와 같은 모든 위대한 소설가들은 빠르면서도 추레하지 않고 표현력이 풍부하면서도 까다롭지 않은 자연스런 산문을, 공동 소유물이 되기를 그치지 않은 채 자신들만의 색조를가지고 썼습니다. 그들은 당시에 널리 통용되던 문장에다 그 산문의 기초를 두었지요.  - P106

 그러나 거의 예외 없이 여성들은 남성들과의관계를 통해서 보이고 있습니다. 제인 오스틴의 시대까지 픽션속의 모든 위대한 여자들은 다른 성에 의해 보일 뿐만 아니라 다른 성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보였다는 것을 생각하니 이상하였지요. 그런데 그것은 여성의 삶 중에서 얼마나 작은 부분인가요. 그리고 남성이라는 성이 자신의 코 위에 걸쳐놓은 까맣거나 장미빛인 안경을 통하여 그것을 관찰할 때 남자들은 그 작은 부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지요. 아마 이래서 픽션 속의 여성들이 특이한 성격으로 나타나는데, 그녀는 놀랄 만큼 극단적으로 아름다우면서도 혐오스럽고, 천국 같은 선함과 지옥 같은 타락 사이를 왔다 갔다 하지요 - 왜나하면 그녀의 연인인 남자가 자기의 사랑이 올라가고 가라앉는 대로, 순조롭거나 불행한 대로, 거기에 따라서 여성을 보기 때문이지요.  - P115

예를 들어, 문학작품 속에서 남자들이 오로지 여자들의 연인으로만 그려지고 남자들의 친구나 군인, 사색가, 공상가로는결코 그려지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십시오. 셰익스피어의 희곡에서 얼마나 작은 역할이 그들에게 할당되었을 것이며, 문학은 얼마나 상처를 입었을까요! 오셀로 같은 인물의 대부분과 안토니같은 인물의 상당수는 아마 계속 존재하겠지요. 그러나 시저나브루투스, 햄릿, 리어, 혹은 자크는 없었을 것이며 문학은 믿을 수없을 정도로 빈곤해졌을 겁니다. 실로 문학이, 이제까지 여성에게 닫혀 있었던 문으로 인해 축적할 수 없을 정도로 빈곤해졌듯이 말입니다. - P116

우리는 그 당시의 셰익스피어에게로 돌아가야만 합니다. 셰익스피어는 양성적이었으니까요. 키츠, 스턴, 쿠퍼,
램, 그리고 콜리지도 그러했지요. 아마도 셸리는 무성無性이었지요. 밀턴과 벤 존슨은 내면에 너무나 많은 남성적인 허세를 지녔지요. 워즈워스와 톨스토이도 그러했지요. 우리 시대에는 프루스트가 양성적인데 아마 여성적인 성격이 조금 더 많다고 말할 수도 있지요. 그러나 그런 단점은 너무나 희귀해서 불평을 할 수가없습니다. 그런 유의 혼합이라도 없이는 지성이 우세하게 되어마음의 다른 능력들은 굳어지고 메마르게 되니까요.  - P143

누가 되었든 글 쓰는 사람이자신의 성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은 치명적이라는 것입니다. 순전히 그리고 단순히 남성 또는 여성이 되는 것은 치명적이며 우리는 남성적 여성 또는 여성적 남성이 되어야만 합니다. 여성이 어떤 불평불만이든 그것을 조금이라도 강조하는 것, 정당하더라도어떤 주장의 변론을 펴는 것, 어떤 식으로든 의식적으로 여성으로서 말하는 것은 치명적입니다. 그리고 ‘치명적‘ 이라는 것은 언어상의 비유가 아니지요. 왜냐하면 그런 의식적인 편견을 가지고쓰인 것은 반드시 없어질 운명에 처하게 되니까요. 그런 것은 더이상 풍부하게 되지 않지요. - P144

예찬과 비난은 똑같이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습니다. 아니, 가치를 재는 소일거리가 제아무리 즐겁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일 중에서 가장 쓸모없는 일이며 그 측정 자들의 법령에 굴복한다는 것은 태도 중에서 가장 굴욕적인 태도입니다. 여러분이 쓰고 싶은 것을 쓰고 있는 한 그것이 중요한 전부이지요. 그것이 몇 세기 동안 중요한 것인지 아니면 몇 시간 동안만 중요한 것인지는 아무도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손에 은항아리를 들고 있는 교장 선생님이나 소맷자락에몰래 측정 자를 숨기고 있는 어떤 교수님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여러분 비전의 머리카락 한 올이나 그 색조의 미묘한 차이라도희생한다는 것은 가장 비열한 배반입니다. 이에 비한다면 인간의재난 중에 가장 엄청난 것이라고 일컬어지곤 했던 부와 정조의희생은 벼룩에 뜯긴 정도의 사소한 상처에 불과하지요.
- P147

그 누구도 문제의 요점을 이보다 더 명백하게 표현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가난한 시인은 오늘날 쥐뿔만 한 기회도 갖지 못하고 지난 이백 년 동안에도 그러했다.…… 영국의 가난한 아이가아테네 노예의 아들보다 위대한 작품이 탄생되는 지적 자유에로해방될 희망이 더 많이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이것이지요. 지적 자유는 물질적인 것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시는 지적 자유에의존하지요. 그리고 여성들은 단지 이백 년 동안만이 아니라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줄곧 가난하였지요. 여성들은 아테네 노예의 아들들보다도 지적 자유가 더 없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여성은 시를 쓸 쥐뿔만 한 기회도 갖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내가돈과 자신만의 방을 그렇게도 강조한 이유이지요. - P149

내자신의 마음을 샅샅이 뒤져봐도 나는 남성의 동료나 남성과 대등한 사람이 되어 더 고귀한 목적을 향해 세상에 영향을 끼쳐보고자 함에 대해서는 어떠한 숭고한 감정도 발견하지를 못하니까요. 알고 보니 나는 그저 다른 무엇이 되기보다 자기 자신이 된다.
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일이라고 간략하고도 단조롭게 스스로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만일 내가 그 말을 고귀하게 들리도록 하는 법을 안다고 한다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자 하는 것은꿈도 꾸지 말라고 말하는 것일 테지요. 사물을 있는 그 자체로 생각하십시오.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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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4-04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엄청 어렵게 읽은 기억이 납니다 ㅎㅎ 등대로나 델러웨이 부인 읽으려고 대기중~~!

바람돌이 2021-04-04 22:06   좋아요 1 | URL
등대로를 엄청 어렵게 읽어서 전 미리 각오를 하고 읽기 시작했어요. ㅎㅎ 읽기 쉬운 책은 아니지만 등대로보다는 낫더라구요. 그래서 이게 어딘가 하면서 읽었습니다. ^^
전 다음 책으로 <버지니아 울프라는 이름으로> 평전 나온거 한 번 읽고 그토록 재밌다는 올랜도로 가볼까 싶어요. 우리 같이 힘내서 열심히 읽어봐요. 버지니아 울프는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으니까요. ^^

새파랑 2021-04-04 22:09   좋아요 0 | URL
자기만의 방 읽고 좌절했다가 올랜도 읽고 다시 관심이 가더라는ㅎㅎ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