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무덤이었다. 우리의 두려움이나 고통은 모두 폐허 아래 묻혀버렸다. 부활은 없을 것이다. 깨어 있는 시간 동안 맨덜리를 생각할 때면 그렇게 끔찍하지 않았다. 두려움이라고는 없이 살았던 곳,
그런 모습을 그리기 때문이었다. 여름의 장미 정원, 해 질 녘에 노래하던 새들, 밤나무 아래에서의 차 한잔, 아래쪽 풀밭에서 전해지던 파도 소리….
- P9

우리는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과거는 아직도 너무나 가깝다. 뒤로 밀쳐놓고 잊어버리려 했던 것들이 다시 떠오른다.
두려움, 근거 없는 공포를 가라앉히려 안간힘을 쓰면서 느끼는 (이제는 다행히도 진정되었지만) 내밀한 불안감 같은 것이 어느새 삶의 동반자가 되었다. 전에도 그랬듯이 말이다.
- P10

하지만 내 삶의 멜로드라마는 이미 충분했고 그래서 현재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받을 수만있다면 나는 내 오감까지도 기꺼이 포기할 작정이다. 행복은 획득하는 소유물이 아닌, 생각의 문제이고 마음의 상태이다. 물론 지금의 우리에게도 절망의 순간은 찾아온다. 하지만 시계로 잴 수 없는 시간이 영원으로 치달을 때 나는 그의 미소를 보면서 우리가함께 있다는 것, 함께 걸어간다는 것, 어떤 의견 차이도 우리 사이의 장벽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이제 우리는 서로에게 아무 비밀도 없다. 모든 것을 공유한다.
- P11

환상은 부드럽고 다정하다. 그 덕분에 우리는 슬픔과 후회를 이길 힘을 얻고 스스로 선택한 유배 생활의 고통을 누그러뜨린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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