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다는 행위가 이토록 우아하게 느껴질 수 있다니...
갑자기 책 읽는 나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작가님.
네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다.

귀를 기울인다는 건 공간과 시간과 침묵이 필요한 공동체행위지요. 읽기는 귀 기울이기의 한 방법이고요. 읽기는 그냥 듣기나 보기처럼 수동적인 행위가 아닙니다. 행동이죠. 여러분이 하는 행동, 끊이지도 않고 알아들을 수도 없이 지껄이고 외쳐 대는 매체의 돌격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여러분이 여러분의 속도대로 읽는 겁니다. 여러분을 압도하고 통제하기 위해 빠르고 거세고 큰 소리로 밀어붙이는 내용이 아니라, 여러분이 받아들일 수 있고 받아들이고 싶은 내용을 받아들이는 거예요. 이야기를 읽으면서 여러분이 어떤 당부를 받을 수는 있겠지만, 강매를 당하지는 않아요. 그리고 읽을 때는 보통 혼자라 해도 다른누군가의 정신과 교감하지요. 세뇌를 당하거나, 조작당하거나, 이용당하는 게 아니에요. 상상력의 현장에 함께한 거죠.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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