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라는 약한 존재가 되고 난 뒤에야 나는 사람의 선의에기대는 법을 익히게 됐다. 낯선 도시에서 길을 잃은 여행자에게는근처에 있는 호텔을 찾아가는 게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일이겠지만, 그 동네 주민에게는 산책만큼 쉽다. 그러므로 그 여행자에필요한 행운은 단 한 사람, 그 호텔의 위치를 아는 현지인을 만나는일이다. 대단한 사람이 아니어도, 대단한 결심이 아니어도 괜찮다.
서로가 약간의 용의를 내기만 하면 된다.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용의.
선뜻 도와주겠다는 용의, 여행지의 행운이란 이런 두 사람이 만날 때일어나는 불꽃 같은 것이다.
- P5

여행이란 가지 못한 길에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라고, 그러고 보면 여행을 통해 나는 비정함을익혔다. 눈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그토록 찬탄하던 곳과 작별하는 법을알게 됐으니까. 이젠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 P31

2009년 캐용고는 글로벌 소프 프로젝트 Global Soap Project 를설립했다. 그 단체는 호텔 체인과 연계해 한 번 쓰고 남은 호텔 비누들을회수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하여 설립 3년째인 2012년에는 60 만개가 넘는 재활용 비누를 만들어 제3세계 아이들에게 나눠줬고,
2013년에는 200만 개가 넘는 비누를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여행하는내내 나는 그 많은 호텔 비누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건 마치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존재론적인 질문처럼 느껴졌다.
심각하고 복잡해진다면, 정답일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 많은 호텔 비누는 제대로 씻지 못해 질병에 시달리는 제3세계아이에게 간다. 정말이지 이건 내가 상상하지도 못한 멋진 정답이다.
비누는 계속 청결의 상징이 되어야겠다.
- P35

 20년 전의 나는하루라도 빨리 늙어버리고 싶은 20대였고, 이제야 그 소원을성취해나가고 있으니까. 하지만 젊음은 소중하다고 남들이 말하거나말거나 기필코 낭비하고 마는 그 무모함만은 부러웠다.
- P38

그래서 여행에 가장 적합한 사람은 젊은이가 되는데, 이 젊은이란 사실실제적인 나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낯선 도시에 처음 발을 디딘사람이라면 누구나 ‘여행자 또는 젊은이‘가 될 수 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너무나 서툴러서 태연하게 황당한 실수를 저지르는 자신을감당해야 한다. 만약 그게 힘들다면, 당장 여행을 포기하는 수밖에.
물론 예외는 있다. 잘 짜인 패키지 관광을 떠나는 방법도 있지만,
이쯤이면 왜 효도 관광은 예외 없이 패기지로 떠나는 것인지 알겠지.
여행은 그렇다 치고, 그게 인생이라면 어떨까? 서투른 자신을 보는 게싫다고 패키지 인생을 선택한다면? 이번 여름 여행지에서는 이 질문을자신에게 던져보자.
- P39

자유는 남들이 바라보는 세계에 대한이해에서 비롯한다. 더 많은 사람의 관점에서 이 세상을 바라볼 수있을 때, 나는 더욱더 자유로워진다. 그런 점에서 나는 모든 사람이되고 싶지만, 그게 가능할 리가 없다. 그래서 세상에는 이토록 많은 책이있는 게 아닐까? 원한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라도 될 수 있다. 이 자유를만끽하고 싶다.
- P75

이런 부산 말고 다른 부산은 없을까? 그러자 부산을 잘 아는사람이 가야시장 맞은편으로 가서 186번 버스를 타보라고 말했다.
다음 날 나는 186번 버스, 그것도 운전수 쪽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건 내가 알지 못하던 부산으로 떠나는 여행의 시작이었다.
피난지 부산의 삶과 애환을 담은 노래만 있으면 최고였는데. 그러니다음에는 노래까지 준비해서 다시 타봐야겠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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