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어느 것 하나 기억나는 것은 없지만 끝없이,
끝없이 이야기를 하며 걸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하고도 기억나는 것이 없느냐고 재차 묻자 그건 말이지,라고 애자는말했다.
너무 소중하게 너무 열심히 들어서 기억에 남지 않고 몸이 되어버린 거야.
몸?
들었다기보다는 먹은 거야. 기억에도 남지 않을 정도로 남김없이먹고 마셔서, 일체가 되어버린 거야.
- P9

애자는 나나와 나에게 그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려준 뒤, 언제고 그런 식으로 중단될 수 있는 것이 인생이라고 덧붙였다. 너희의 아버지는 비참한 죽음을 맞았지만 그가 특별해서 그런 일을 겪은 것은아니란다.
그게 인생의 본질이란다.
허망하고,
그런 것이 인간의 삶이므로 무엇에도 애쓸 필요가 없단다.
- P12

정말 맛있었지.
특별하게 화려한 반찬도 없었는데.
도대체 비결이 뭐냐고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순자씨는 나를 한번쓱 바라보더니 연륜이라고 대답했다. 나이를 말하는 거냐고 묻자단순하게 그런 것은 아니라고 그녀는 말했다.
새끼를 먹여본 손맛이지.
그런 연륜, 하고 그녀는 덧붙였다.
- P43

아무튼 자기들 일은 아니니까, 언니하고 나를 멀리서, 멀리서관찰하면서, 친절하게 대해준 거야. 언니가 나한테 그러고 있어, 싫다고도 하지 않고, 싸우려고도 하지 않고, 지금 그러고 있어. 나는다 알고 있는데? 성가시면서. 나를 싫다고 생각하면서. 언제나 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러면서 거짓말로 친절하지.
싫은 것을 감추고 보살피지.
나나는 걷던 것을 멈추고 털썩 앉으며 말했다.
언니가 그렇게 하니까 나는 굉장히 약해진 것 같고,
세상에 나 혼자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외로워져.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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