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테오도어아도르노는 아우슈비츠 이후에는 시가 존재할 수 없다고 했지만, 참상 속에 나비가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세상을 좋게만들기 위해 애쓰는 우리는 세상의 좋은 것을 맛보면 안 되는것일까? 혁명가들과 활동가들이 줄곧 스스로에게 던시고 있는질문이다. 케이스먼트는 대답한다. 좋은 것을 맛보자. 청옥색 &유황색 나비를 잡으러 다니자. 강에서 수영을 즐기자. 일기를 쓰자. 정의를 위한 투쟁이라는 끝없는 과업에는 휴식의 시간이 필요하다. - P104
남성성은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로서 인종이나 제국이라는 요소보다 훨씬 중요했다. 는 것, 남성성 개념을 흔들어놓을 수 있다면 다른 모든 것에 대한 재정의가 가능하리라는 것을 케이스먼트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당대의 반응은 분명하게 시사하고 있다. 그는 공무와 성애를통해 권위 스펙트럼의 양극, 곧 제국의 권위와 침실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있었던 동시에 남자라는 생물체를 다양성을 가진 존재로,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잔혹하면서 더 취약한 존재로, 더 달라질 수 있는 존재로 재창조하고 있었다. 아일랜드는 혁명 이후지금까지 교회와 정부가 주도하는 성(性) 보수주의로 유명세를떨쳐왔다. 케이스먼트가 당대에 벽장 안의 게이였듯 아일랜드에서는 지금도 대부분의 게이가 벽장 안에 숨어 있다. 라고 더블린의 한 레즈비언 시인이 나에게 말하기도 했다. - P117
리와 패디에게 걸인의 이야기를 들려준 노인이 자기가 어렸을 때 스키베린에서 그런 일을 입에 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고 한 것처럼, 대기근을 입에 담는 사람들은 대기근을 직접 겪은 이들이 아니라 대기근의 참상에 경악한 목격자들이나 대기근을 정당화하려고 애쓰는 위정자들이었다. 대기근의 목격자들이 끊임없이 언급하는 요소 중 하나가 침묵(죽은 사람들의 침동, 죽은 사람들을 묻고 홀로 살아갈 힘이 없었던 사람들의 침묵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유령의 몰골로 길 닦기 또는 돌 깨기 같은 구호사업에 동원되었던 사람들의 침묵)이다. 대기근의 역사를 발굴하고자 했년 어느 19세기 역사가는 이렇게 말했다. 여러 아일랜드 귀족들로부터 똑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대기근 이후로 몇 년간 거의 모든곳에 만연해 있던 것, 그들에게 그 무엇보다도 섬뜩한 느낌을안겨주었고, 그들로 하여금 이 나라가 겪은 불행을 가장 깊게느끼게 만든 것은 바로 그 지독한 이례적인 침묵이었다는 이야기였다." 트라우마는 침묵의 형태로 대물림된다. 침묵의 소리를 듣는 법을 알게 되기까지 몇 세대가 걸릴 수도 있다. - P134
사랑하는 사람들에 의해 불구가 되고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목숨을 구한 사람, 참혹한 죽음의 틈에서 부활한 사람은 누구일까? 항상 같은 길을 도는 떠돌이, 항상 같은 곳을 떠도는 떠돌이는 누구일까? 다리가 불편한데 걸어 다니는 것이일인 사람은 누구일까? 달이 가고 해가 가도, 온갖 해방운동과희망이 흥망성쇠해도, 수백만 명이 해외로 떠나도, 세상은 광란의 발전과 파괴와 변화의 20세기로 바쒸어도, 내내 같은 길을 떠도는 사람은 누구일까? 리와 패디의 걸인이 그 수수께끼의 대답이었다.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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