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아키아의 내부를 둘러보면 추억들이 저마다 내게 속삭이며 말을 걸어온다. 그건 각각의 물건에 애초부터 완결된 형태로 담겨 있었던 이야기가 아니다. 그 물건이 나를 향해 밟아온 여정의 이야기이면서 그걸 내가 맛이 하느라 남긴 자취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수집이란 그 물건의 오랜 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얹고 싶은 마음이다. 내가 눈 돌린 세계에 나름의질서를 부여한 뒤 그 세계에 나를 붙들어 매는 행위다. 그러니까 수집품은 그 물건의 역사와 수집한 사람의 삶이 만나 뒤엉키는 순간에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다. 나는 지나은 삶의 은유로 가득 찬 추억의 극장 파이아키아에서 끊임없이 서성이는 관객이다.
- P32

나이가 들어갈수록 다양한 취향에 대해 마음을 열게되고, 타인의 취향에 대해 적대감을 드러내지 않게 되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시금, 취향의 비무장지대.
- P392

동네 레코드숍에서 쥬스 뉴튼의 레코드판을 사 들고 돌아오던날, 설레면서도 아쉬웠다.
왜냐하면 집에 레코드판을 들 수 있는 오디오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음악을 틀 수 있는 기기라곤 당시 우리 집에 카세트테이프 레코더밖에 없었다. (하도 많이 들어서 그 카세트테이프레코더의 모델명이 지금까지 생각난다. 아직 LG가 아닌, ‘금성‘에서 나왔던 TCR-433이었다.) 레코드판을 틀 수 있는 오디오도 없는데 얼마나 갖고 싶었으면 레코드판을 먼저 사 들고 들어오다니. - P395

그냥 그건 유전자의 문제다. 말하자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수집하는 자와수집하지 않는 자. 물론 그 둘 사이에 우열 같은 건 없다. 하지만 명백히 차이는 있다. 좀 더정확히 말하면 나는 수집하는 자가 아니라, 수집하지 않을 수 없는 자다.
- P472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크(pek0501) 2020-10-23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때 두 종류의 사람으로 나누곤 했죠. 독서를 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
그다음엔 글을 쓰는 사람과 쓰지 않는 사람으로 나눴고요. ㅋ

바람돌이 2020-10-23 21:11   좋아요 1 | URL
하하하 그렇게 나누면 끝이 없을것같네요. 전 특별히 사람을 나누어서 생각하는건 잘 모르겠어요. 친한 사람과 친해지고싶지않은 사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