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와트 - 신화가 만든 문명, 개정판
서규석 지음 / 리북 / 2006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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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와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이게 하는 돌의 예술의 극치
따 프롬 사원의 밀림의 나무들이 돌로된 건물을 휘감은 사진은 언제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럼에도 앙코르지역을 여행하겠다는건 두려움이 앞선다.
유명세만 잔뜩 들었지 도대체가 아는게 하나도 없다.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유물들이 힌두신화에 기반하고 있는데 그놈의 힌두 신화에 대해서도 아는게 없으니...
캄보디아 앙코르왕조의 역사에 대해서는 더더욱 먼나라 얘기다.

이런 저런 여행서들은 의외로 많지만 어느것도 체계적으로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것은 보기 힘들다.
대부분이 유물사진과 그에 덧붙인 건축과 조각들이 얼마나 훌륭한가라는 감탄사를 연발할뿐....
그런 단순한 여행서들 사이에서 이 책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한다.

이 책은 일단 요즘 보기 드물게 잔잔한 글씨에 445페이지에 달하는 만만찮은 분량이다.
한마디로 쉽게 손이가지는 않는다.
거기다가 꽤나 학술적인 내용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더더욱 접근을 어렵게 한다.
하지만 용기를 내서 덤벼본다면 의외로 얻을 것이 많은 책이다.

책은 앙코르 왕조의 역사를 먼저 전한다.
앙코르 왕조 자체가 제대로된 일과된 기록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서술에 어려움이 많은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
그럼에도 앙코르 지역의 중요 유물들의 대략적인 시대순이나 그것이 건립되었던 시대적 배경 같은 것들의 흐름은 잡혀진다.
앙코르 왕도는 크게는 3시기로 구분되어질 수 있는데

초기 - 제 4대왕인 야소바르만 1세 시대 - 프놈바켕을 건설
중기 -수리야바르만 2세 - 앙코르 와트 건설
후기 -자야바르만 7세 -최대 번영기로서 앙코르 톰을 건설(관음불의 미소로 유명한 바욘사원이 있다.)
802년에서 1431년까지 약 600년간, 우리나라로 치면 통일신라 후기에서 조선초기까지의 시기에 해당한다.
시기별로 앙코르 왕조의 역사가 잘 정리되어있어 각 시기의 상징물과 당시의 정치적 역관계에 관해 대략이나마 연관설정을 해볼 수 있다.

다음의 내용은 13세기에 이 지역을 방문했던 중국 원나라 사신 주달관의 <진랍 풍토기>에 대한 소개와 그 번역 전문이 실려있다.
이방인의 눈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당시의 생활상을 여러가지로 잘 정리해 놓아 신기한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당시의 지배층 이외의 생활이나 풍속에 대해서는 많이 아쉽다.
이건 무엇을 보더라도 마찬가지인듯...

다음으로 본격적으로 앙코르 지역 유물들의 상징해독 작업이다.
이 부분이 사실 가장 어려웠는데 그것은 일단 힌두신화에 대한 사전 지식이 너무 없다는 것.
그 다음으로 본격적으로 학술적인 내용들이 등장하는 것.
건축에 담긴 신의 코드들을 숫자로 파악해내는 데서는 에휴 머리아파 하면서 설레 설레 넘기게 된다.
전문적인 학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면 뭐 그래도 상관없지 않을까 싶다.
숫자는 버려두고 각 조각들이 힌두신화의 어떤 내용을 표현한 것인지 그리고 그것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들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감만 잡기로 했다.
뭐 알아듣기 힘든 말은 버리고 알아들을 수 있는 것만 보겟다는 편의적인 독서방식이랄까?

가장 재미있었던건 힌두문명의 보고라는 서사시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의 초록이다.
앙코르 와트의 조각들이 이 두 서사시의 장면들을 묘사한 것들이 많은데 읽기 쉽게 이 서사시들을 발췌 초록이나마 실어줘서 정말 재밌게 읽었다.
역시나 익숙치 않은 신들의 이름이 머리를 아프게 했지만 일단 외우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이야기 책을 읽어나가듯이 읽으면 재미있게 읽어진다.
근데 읽다보니 힌두신화에서는 선/악의 대립개념이 불분명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한다.
무수한 신과 악마들이 나오는데 이것을 그냥 신과 악마라고 해놓으니 바로 선/악의 개념으로 대치되어 버린다.
아마도 기독교식의 선/악의 대립개념에 너무 영향을 많이 받아서일게다.
힌두신화에서 신은 절대선으로 보이지도 않으며 악마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사가 그렇듯이 이들 역시 서로 섞여있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읽기 만만찮은 분량이지만 어쨌든 한 번 읽고나면 대략의 흐름이 파악된다고 할까?
이 책을 읽은 연후에 다른 유물관련 책을 본다면 이해가 훨씬 쉬워질 것 같다.
어렵고 골치아픈 부분은  빼고 제 1부 앙코르문명의 개괄설명과 진랍풍토기, 그리고 힌두 서사시만 보더라도 앙코르를 이해하기에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덧붙여 한마디 - 이 책의 학술적인 가치에 대해서는 평가가 불가능하다. 결정적으로 내가 뭐라고 할만큼 아는게 없으니.... 여러가지 논쟁점에 대한 소개들이 있었지만 어느 한편의 내용을 지지하기에는 아는게 너무 없어 뭐라고 못하겠다. 그냥 참고하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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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1-28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이번달 말로 예정하신 여행, 다가오네요. 가시는거에요?
무척 준비를 많이하시는 님, 대단해요^^

BRINY 2007-01-28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트래블 게릴라에서 나온 거 딱 한권만 보고 가는데요^^;;

드팀전 2007-01-28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앙코르 가시나요? 저도 몇 년전 요맘때 다녀왔습니다.부산에서 출발하는게 시작이 안맞아서 서울에서 했는데..그게 힘들었지요.
앙코르 와트는 아침에 사원 밖에서 일출감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일출 대략 보시고 반드시 아침 사원을 들어가보시길 권합니다.무리에서 약간 일탈하셔야하고 기다리는 택시기사나 툭툭이 기사한테 양해를 조금만 구하면 됩니다.대개 관광객들은 일출을 밖에서 보고 식사하러 가시거든요.새소리와 빗질 소리만 들리는 아침 사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사원 위에서 옅은 안개를 끼고 깨어나는 숲들을 바라보면....




^^ 저희는 아기가 조금 더 크면 또 가려고요.와이프가 특히 좋아해요.


바람돌이 2007-01-29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31일날 출발이예요. 겨우 3일 남았네요. 워낙에 이 지역에 대해 아는게 없어서 이 기회에 공부겸해서 이것저것 보긴하는데 아무리봐도 수박 겉핥기라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ㅠ.ㅠ
브리니님/트래벌 게릴라에서 나온 책도 보고싶었는데 결국은 못보네요. 뭐 보긴 이것저것 봤는데 정리가 안돼서 뒤죽박죽입니다. 가서 보면 정리가 좀 되어질까 기대하고 있죠 뭐.... ^^;;
드팀전님/어쩌다보니 단체여행이 돼버렸고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제약이 많을 것 같아 조금 김이 새고 있습니다. 처음에 계획했던대로 단 둘만의 자유여행으로 밀어붙여야 했는데.... ㅠ.ㅠ 목표가 하나 생겼어요. 저도 드팀전님 부부처럼 저런 사진 하나 남겨오는거요. 두분 너무 멋져보여요. ^^ 단체다 보니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님이 말하는 사원의 아침풍경은 마음속에 꼭 넣어갈게요. 기대됩니다. ^^

Ducky 2008-01-27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앙코르 책을 구하다가 바람돌이님의 서평을 보고 혹해서 이책을 구하기로 합니다. 그러면 안되는데. 흔히들 솔찍한 서평을 쓰지 않고 과장하는 경우가 가끔있고 그것을 믿고 주문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어서... 바람돌이님이 정확하게 서평을 쓰셨기를 바랍니다

바람돌이 2008-01-27 13:13   좋아요 0 | URL
서평이란건 어차피 주관적인거 아닌가요? ㅎㅎ 저의 경우는 실제로 갔을때 앙코르지역의 유적을 이해하는데 이 책이 가장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조금 지겨우셔도 뒤쪽의 라마야나나 마하바라타는 2번 이상 읽어주시면 도움이 많이 되실거예요. 기대에 부응할지는 모르지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