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 만난 날로부터 치면 20년이 조금 못된 19년째다.
뭐 만나자 마자 한눈에 뽕가서 연애를 한건 아니지만서도 원래부터 무지하게 친했었다.
이른바 쌓인 정이 어느날 사랑이 되어버렸다고나 할까?
어쨌든 본론은 아쉽게도 연애담이 아니고, 갈수록 우리 둘이 너무 닮아간다는거다.
뭐 같이 살면서 제일 자주 보는 사람이니 당연하겠지.
다른 부부들도 보니까 처음에는 풍기는 분위기가 닮아가고 나중에는 외모까지 닮아가더라만....
거기다 우린 하는 생각까지 거의 비슷하다.
가끔 재미없기도 하다.
별로 논쟁이 안된다.
한마디를 내뱉어도 저인간이 어떤 맥락에서 어떤 말을 생략하고 저런 말을 꺼내고 그 속마음은 무엇이고가 확 잡혀버린다.
뭐 피차일반이다.
그러니 말하다가 재미없다.
부부싸움도 그렇다.
내가 제일 많이 하는 말이 "됐거든! 지금 무슨말 하려고 하는지 아는데 듣기 싫거든!"이다
옆지기가 쓰는 수법은 아예 가로채서 자기가 나한테 다다다다 해놓고 바로 내가 하고자 한말을 자기가 해버리고는 "니 이 말 할려고 그랬지" 한다. ㅠ.ㅠ
오늘은 간만에 애들을 할머니집에 재우고 둘이서 밥을 먹었다.
둘만 얘기하면서 밥먹는거 오랫만.
아니 둘이서 차분히 얘기를 하는거 자체가 오랫만이다.
애들도 애들이지만 둘다 요 근래에 너무 바빠서 집에와서 애들 재우고 나면 말도 하기 싫은 상태가 꽤 됐었다.
하여튼 간만에 둘이서 밥먹다가 자연스레 화제가 오늘 있었던 전교조 결선투표로 이어졌다.
그동안 우리 둘다 거의 이름만 조합원이었지 뭐 제대로 하는게 없었다.
또 선거에 대해서 큰 관심도 못가졌고 각자 학교에서 선전물 온거 보고 각자 알아서 찍은것.
근데 첫 투표와 오늘 결선 투표까지 우리 둘이 찍은 사람이 똑같다.
그것도 남들 잘 안찍는쪽으로다가....
심지어 이유조차도....
뭐 특별하게 둘이 어떤 진영이나 편을 지지하는 게 있는것도 아닌데...
지나치게 부부가 닮아가는건 좋은 일일까? 나쁜 일일까?
나중에 이러다가 진짜 할말이 없어져서 실어증 부부가 되는건 아닐까?
눈으로만 말하는 아주 고요한 집안!!
왠지 으시시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