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독재 상징 김지하, '박정희식 파시즘'으로 가고 있다"

 

천규석 주장… "생태ㆍ농업 포기하고 세계화에 투항"

 

  김지하 시인은 극우 파시스트인가, 새로운 생명사상의 개척자인가?

최근 '유목-농경문화 통합론'과 '동북아 문화 공동체'를 주창한 김지하 시인의 비전이 사실은 '박정희식 국가주의'의 아류에 불과하다는 강도 높은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이 비판은 김 시인의 서울대 미학과 동료이자 한살림 운동을 함께 일궜던 천규석 대구 한살림 이사와 생명ㆍ환경운동의 후배 우석훈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에 의해서 제기됐다는 점에서 각별히 주목된다.

  "김지하의 '유목-농경문화 통합론은 생태-농업 포기하자는 것"
  
  천규석 이사는 오는 15일 발행될 예정인 <녹색평론> 2005년 11~12월호(통권 제85호)에 기고한 '김지하의 유목-농경문화 통합론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김지하의 유목-농경문화 통합론은 사실상 도시의 농촌 흡수통합을 기정사실화하는 또 다른 서울 중심주의, 시장 제국주의"라며 "그 연장선상에서 제시된 '한반도 문화 허브'론도 박정희의 국가주의 비전의 아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천 이사는 김 시인과의 대학 시절부터 최근까지의 인연을 담담하게 회고한 뒤 "최근 그의 담론에서 여러 차례 되풀이되는 농업 관련 발언들은 여러 가지 의문과 이견을 자아내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지하는 (생태주의) 농업 일변도나 유목 일변도의 외짝 문명으로는 세계의 현재와 미래를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유목-농경적 통합 문명'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런 창조적 통합을 반대할 사람은 아마 없겠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 실체는 모호하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천 이사는 "통합을 하려면 통합의 주체인 양쪽 당사자가 대등해야 하지만 이미 유럽과 미국의 도시 문명으로 상징되는 유목주의가 이미 온 세계 농촌을 모두 짓밟거나 흡수통합해버린 시장 제국주의 시대에 그것과 통합될 농업과 생태주의는 없다"며 "김지하의 주장만 듣고 보면 마치 생태주의 농업이 세계적인 유목주의에 대등하게 저항하거나 심지어 압도하고 있는 듯 들린다"고 꼬집었다.
  
  천 이사는 "둘의 통합 이전에 통합의 한 대상인 지역의 농민과 농사부터 먼저 살리는 것이 순서"라며 "이런 고민이 없는 김지하의 주장은 지금의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속에서 유목주의의 흡수통합 압력에 맞서 어렵게 숨을 지탱해 오고 있는 생태주의와 농업에 희망과 용기를 주기보다는 '김 빼고 초 쳐' 흡수통합된 상태 그대로 두자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지하, 도시중심 문화의 우월주의 극복 않고는 아무 것도 못해"
  
  천규석 이사는 더 나아가 김지하 시인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문화운동 우선주의'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을 전개했다.
  
  천 이사는 "김지하는 도시를 중심으로 인터넷 등 디지털 문화가 활발해지는 이 때 생명운동가들이 귀농과 같은 실천에 매달려 있는 현실을 비판하면서 (심지어'생태 파시즘'이라고 매도하면서) 디지털과 에콜로지가 공생하는, 즉 노트북, 자동차, 휴대전화를 사용하면서도 유기 농산물을 먹는, 두 가지 다 지향하는 문화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김 시인의 문화운동론을 소개한 뒤 "온갖 도시의 기득권은 그것대로 다 누리면서도 납 들어간 조기와 오염된 썩은 배추 대신 건강한 유기 농산물을 먹고 싶다는 그의 주장은 지나친 욕심으로밖에 안 들린다"고 비판했다. 그는 "도대체 도시에서 문화운동을 한답시고 도시로, 도시로 가는 현실에서 그 유기 농산물은 누가 농사를 지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천 이사는 "더구나 생명운동의 대부로 자처했던 사람조차 생태와 농업보다 은연중에 유목문화와 도시에서 하는 문화운동을 우위에 두고 실재하지도 않는 생태농업과 도시 유목문화의 통합론을 펴고 있는데 (지역에서) 남아날 생태와 농사가 어디 있겠느냐"며 "그의 비전대로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일부 소수의 '잘난 놈'들이지 모든 세계 민중은 아닐 것"이라고 꼬집었다.
  
  천 이사는 "농업만으로 인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지금 대세인) 태생적으로 지속 불가능하고 비(非)자급적인 유목문명만으로도 더 이상 안 된다"며 "지금 필요한 진정한 문화운동은 '도시중심ㆍ유목중심의 교육과 문화'라는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끝까지 밝히고 폭로해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공동체 교육과 문화를 스스로 찾아가도록 하는 자치운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락 한 포기 안 심고도 잘 먹고 잘 사는' 그 도시 중심 문화 우월주의부터 극복하지 않고는 사람의 마음도 세상도 제대로 변화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하가 목숨 걸고 쟁취한 민주 국가의 목표가 고작 박정희 비전이라니…"
  
  천규석 이사는 또 "한반도 전체를 해양과 대륙을 연결하는 다리로 보고 동북아시아의 물류 중심지, 문화 교류의 중심지로 올라서자는 김지하의 주장은 박정희의 공업화 국가 비전과 다를 게 없다"며 "굳이 차이가 있다면 박정희가 단순한 물질과 산업적 물량중심주의자라면 김지하는 지식, 정보 등 문화적 물량중심주의자라는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천 이사는 "이런 지식, 정보, 문화의 물량중심주의 또한 박정희 식의 산업적 물량중심주의의 결과의 연장선상이라는 점에서 결코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다"며 "같은 비전의 물량-물류 국가주의도 박정희가 하면 독재고 김지하가 하면 민주주의냐"고 반문했다.
  
  그는 "김지하가 목숨 걸고 그에 대항해서 쟁취한 민주화된 국가 목표가 박정희의 비전과 차별점이 없는 것이 개탄스럽다"고 덧붙였다.
  
  이런 천 이사의 주장은 우석훈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이 최근 발행된 <말> 11월호(통권 제233호)에 기고한 또 다른 김지하 시인에 대한 비판 '나치 칭송곡 울린 바그너가 되려는가'와 일맥상통한다.
  
  우석훈 실장은 "김지하가 지난 1월 펴낸 <생명과 평화의 길>(문학과지성사)은 저자 이름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어느 극우파 사상가가 쓴 것이라고 오해될 정도의 내용을 담고 있다"며 "제조업에서 벗어나 서비스와 문화 컨텐츠를 중심으로 육성하면 한반도가 동아시아뿐 아니라 세계의 중심지가 될 것이며 신세대와 지식인들에 의해 세계적 문화 대혁명이 한반도로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그의 주장은 나치 치하 제3제국의 영광에 대한 노골적 칭송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강양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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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21C 한국 지식인들의 자화상] (1) 무크·계간지들의 몰락
‘정리된 議題’ 세워야 … “지식인을 겨냥하라”

2005년 11월 10일   강성민 기자 이메일 보내기

연재순서

(1)계간지, 무크지들의 몰락
(2)무기력한 학술단체들
(3)국가가 관리하는 지식인들
(4)어정쩡한 비판으로 체면 유지하기
(5)과학에 무지한 반쪽짜리 인문학
(6)이데올로기가 된 교양주의

지식인의 존재론적 특징은 무엇일까. 그것은 현실에 비판적으로
개입하면서, 동시에 스스로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을 통해 거듭난다는
것에 있지 않을까. 우리 시대 지식인들은 너무 빨리 급변하는 환경에
처해, 외부적 관찰에만 몰두한 나머지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잃어버린
측면이 있는 듯하다. 교수신문은 대학과 사회가 함께 거대한 구조조정을
행하고 있는  지금 이 시점이야말로 지식인들의 자화상을 그려볼
적합한 시기라는 판단 아래, 스스로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필요한
몇몇 풍경을 중심으로 지식인들의 자화상을 그려보고자 한다.

추풍에 지는 낙엽처럼 학술계간지들이 그 終焉을 고하고 있어 씁쓸한 날들이 되고 있다. 일지사에서 발행하는 ‘한국학보’가 얼마 전 김성재 대표의 타계에 뒤이어 종지부를 찍었는가 하면, 과학계의 원로들이 이끌어오던 ‘과학사상’도 2005년 전반기호(50호)를 마지막으로 복간의 기약 없이 휴간됐다. 두 학술지의 종간은 그 분야에서 선구적 역할을 해온 일지사와 범양사출판부, 두 출판사를 함께 떠나보내는 한 時代와의 이별로도 여겨졌다.


아무리 생겼다 사라졌다 하는 잡지시장이라지만, 요즘 계간지들이 푹푹 쓰러지는 풍경은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다. 지난 2003년 휴간된 ‘사회비평’은 결국 유야무야됐으며, 올해 초 휴간을 표명한 ‘당대비평’, 인문학 분야의 격월간지 ‘비평’도 새로운 방향을 모색 중이라지만 앞날이 잘 안보이고 있다. 개마고원에서 발행하던 ‘인물과 사상’, 진중권·김규항 등의 문화평론가들을 길러냈던 ‘아웃사이더’도 몇 달 전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다.


일반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학문후속세대들이 바통을 넘겨받으면서 아카데미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생산해내던 ‘모색’, 사회현상 분석과 비판을 모토로 세웠던 ‘스모그’, 우리말로 철학하기를 표방하며 ‘철학사전’도 펴내고 활발히 활동했던 ‘사이’ 등이 어느 사이엔가 주변에서 사라져 버렸다.


궁금한 것은 이런 현상을 문제시하고 설명하려는 지식인들의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휴간·종간을 선언한 당자들은 “출판사 경영상의 이유가 가장 크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인문사회 출판의 전반적 퇴조현상과 맞물려서 그 위에 가장 가냘프게 얹혀져 있던 계간지들이 먼저 철퇴를 맞는다는 것쯤은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진단이 거기에만 그쳐서는 곤란할 것으로 보인다. 학술무크지·계간지들이 줄줄이 몰락하는 것에는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고, 담론계에 던지는 메시지와 향후 변화에 대한 불길한 예감도 스며있다.


먼저 한국 지식인들의 의제 설정 능력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사회와 철학’을 발행했던 이학사의 강동권 대표는 “처음엔 테마를 잡는 게 괜찮았는데, 호를 거듭할수록 박사를 막 받은 필진들이 글을 쓰고, 테마설정에도 밀도가 떨어지면서 학계에 이슈를 던지지 못했다”라고 말한다. 이것은 같은 출판사에서 펴내는 ‘이론과 사회’라는 학술지와 대비되는 점이 있다. 강 대표는 “학회에서 출판비를 일부 감당하고, 교정도 철저하게 보면서 글의 성격도 ‘이론’으로 특화돼 잘 운영된다”라고 말한다.


‘의제 설정’과 ‘주문생산’의 비효율성에 대한 지적이다. 이에 대해서는 ‘당대비평’ 편집주간을 맡았던 김진호 씨도 동감한다. 그는 “어떤 기획을 해도 그것이 짜임새 있게 갖춰지기에는 한국사회의 지식의 풀이 굉장히 얇다”라고 털어놓는다. 매체환경의 변화속도를 지식인들이 따라잡지 못한 측면도 크다고 김 씨는 지적한다. 가령 ‘당대비평’을 비롯 ‘인물과 사상’, ‘아웃사이더’ 등의 잡지들이 했던 우리 사회에 대한 도발적인 문제제기를 ‘오마이뉴스’ 같은 인터넷 매체들이 다 해버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터넷매체가 하지 못하는 ‘성찰성’을 강화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하지만 ‘매체의 변화’라는 외부의 적을 내세운 선형적 구조 속에서만 문제를 진단하는 것은 진부한 느낌마저 든다. 얼마 전 인문사회 출판인들의 모임인 ‘인사회’ 홈페이지에 역사책을 주로 내는 서해문집의 영업담당인 김일신 씨가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시장에 책임을 돌리기보다 인문사회 출판이 ‘담론의 부재’에 시달리고 있음을 고백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김 씨의 말인즉, 장하준 교수의 책을 펴낸 출판사의 임모 부장이 최근 출판의 어려움이 담론의 부재에 그 원인이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는 것. “임모는 한국경제에 대해 눈치 안보고 자기 할 말을 한 장하준式 담론이 어필한 거 아니겠냐”라고 했다고 한다. 이에 김 씨는 “담론이 부재하는 시대에 최소한의 정리된 형태의 문제의식들은 통한다”라고 결론내린다.


어쩌면 계간지 시장이야말로 ‘정리된 문제의식’을 모색해봐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한다. 갖가지 이론으로 세련되게 고양된 담론의 모더니즘 시대를 끝내고, 우리 시대 지식인들의 문제, 지식인과 대중의 문제, 삶과 이론의 관계 등을 투박하게 고민하는 리얼리즘 시대를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계간지와 단행본 출판의 관계에 대한 숙고도 필요한 시대가 왔다. 80년대에 무크지는 출판의 첨병 같은 것이었다. 오늘날 단행본 시장의 성장을 일궈낸 이들 잡지의 역할을 단순히 역사적 소임으로만 돌릴 게 아니라, 한국출판의 속성과 연결시켜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즉, 잡지들은 잔잔한 호수에 던져놓은 일종의 ‘밑밥’ 같은 것으로, 그 밑밥을 보고 몰려든 고기들을 낚는 게 단행본 출판이 아닐까 하는 느낌은 과연 공상일까. 


‘모색’의 향방을 모색 중인 오창은 중앙대 강사(문학평론가)는 계간지 침체를 성찰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지점을 제공한다. ‘모색’이라는 잡지는 ‘대학원생들의 참여’라는 데에 정체성이 있다. 최근 들어 이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 해외유학, 휴학 등으로 인재들의 품귀현상이 벌어지며, 어떻게 엮어서 인원수를 채우더라도 잡지 발간에 적합할 만큼 오리엔테이션을 시키는 데 너무 많은 공력이 든다는 것. 그래서 얼마 전 15명의 지식인들이 모여 토론을 했는데, “젊은 학자들의 안정적 연구공간을 먼저 마련하자”는 것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고 한다. 이것은 현재 유행하는 대중지향적 단체들과는 좀 다르다는 게 오 씨의 설명인데, “뜻을 지닌 학자들이 서로 친숙한 학술적 정체성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게 그의 강조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작가와 비평’ 편집주간인 문학평론가 최강민 씨는 “올 12월쯤 ‘비평과전망’ 동인들과 함께 연합하여 격월로 콜로키움을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한다. 당대 비평에서 문제가 될 만한 것을 본격적으로 토론하고 지면에 반영하는 것으로 적극적으로 나서야지 판매부수도 좀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대책회의의 결과다.


이런 움직임을 보면 계간지들의 침체에는 ‘모래알 편집위원 체제’의 영향도 꽤 큰 것 같다. 상시적 공간의 不在를 뼈저리게 느낀다는 점이 그걸 말해준다. 계간지를 내는 일을 ‘副業’ 정도로 여겨서는 몰락의 징후를 보이는 학술담론을 부활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이와 연관하여 지적할 것은 “독자들을 직접 챙기지 못하는 매체는 망할 수밖에 없다”는 진리가 계간지들의 위기를 진단하는 고급담론에는 잘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대비평’이 휴간되었을 때 가진 한 인터뷰에서 김진호 편집위원은 “문부식 前 주간이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이 문제가 되어 많은 사람이 배신감을 느끼고 떨어져나갔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의 전화통화에서 김 씨는 “떨어져나간 만큼 신규독자들도 확보됐는데, 그들이 1년후 정기구독을 갱신할 시점에서 관리할만한 여력을 출판사나 편집위원 측에서 공히 갖지 못했다”라고 털어놓는다.


과연 이것이 인력만의 문제일까. 혹시 오늘날 학문하는 데 있어서 가장 긴요한 ‘정성’이나 ‘헌신’의 문제는 아닐까. 김정란 상지대 교수(불문학)는 최근 칼럼에서 “대중은 이미 인터넷을 통하여 엄청난 양의 ‘수평적’ 정보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수평적 정보들은 그 자체로는 중요한 지속적 역할을 하지 못하고 지적 회로의 하수구로 휩쓸려 들어간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고만고만한 수평성의 표면을 갈라놓는 ‘성찰의 송곳’일 것이다. 그런 역할은 인터넷도 신문도 방송도 일반 단행본도 학술대회도 해줄 수 없다. 언론은 유명인사의 자극적인 한마디에 관심을 가질 뿐이며, 학문이나 이론의 전 단계에서 우리의 삶을 성찰적 품위로 다듬어줄 지식담론의 매체는 여전히 일정한 텀을 갖고 발행되는 독립계간지에 있다. 자본과 권력에 종속되지 않는 言路의 자율성이야말로 지식인들이 꿈꿔야 할 가장 우선적인 보금자리가 아닐까.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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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5-11-11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시의적절한 기획이다.
계간지나 학술지들이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내용을 [교수신문]이
먼저 기획으로 제시해주는구나.
어떤 내용이 나올지 한번 기대해보자 ...

쿠자누스 2005-11-11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글이네요.

로드무비 2005-11-11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찰의 송곳, 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어오네요.

balmas 2005-11-11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쿠자누스님/ 예, 정말 시의적절한 글이죠.
로드무비님/ ㅎㅎ 그러실 줄 알았어요.
 
 전출처 : balmas님의 "정신분석대사전 출간"

그래, 좋다, 다 좋다!

그런데 책값이 이게 뭐냐??

 

정신분석 대사전

정   가 : 150,000원
판매가 : 142,500원(5%off, 7,500원 할인)
마일리지 : 1,430원(1%)

 

몇년 전에 이 사전을 들춰본 적이 있는데,  정신분석을 개관하기에는 좋은 사전이다.

단순히 용어나 개념에 국한하지 않고 정신분석의 제도라든가 나라별 현황 같은 항목들도

다수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학설로서의 정신분석만이 아니라 운동, 제도로서의 정신분석을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된다.

다른 말로 하면 이 사전은 정신분석이라는 사상 또는 이론에 관심 있는 사람들, 특히

정신분석에 상당히 지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거의(또는 이 말이 너무 야박하다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도 된다.

학설이나 이론과 다른 내용에 대한 항목들이 많고,

또 전체적으로  항목수가 많은 만큼 개념이나 용어에 대한 설명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사상, 이론으로서의 정신분석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라플랑슈와 퐁탈리스의

[정신분석 사전](열린책들)이나 기타 외국어로 된 몇 가지 사전이 훨씬 도움이 된다.

 

놀라운 건 가격이다. 정가가 무려 15만원!!!

원서도 6만원이 못된다는 걸 감안하면, 정말 파격적인 가격이다.

1500쪽이라서 15만원인가?

사실 이 사전은, 대개의 사전과 달리 글자가 크고 행간이 여유가 있고

2단 편집도 아니기 때문에, 쪽수는 많지만 내용 분량은 그렇게 많지 않다.

한 5만원 내외로 했으면 (나를 포함해서) 그럭저럭 사볼 만한 사람들이 있었을 텐데,

15만원이라는 가격을 내건 속내가, 진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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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정신분석대사전 번역 출간
“정신분석 지식 체계 총망라…인접학문에 미친 영향·각 학파이론 등 다채로워

2005년 11월 09일   신정민 기자 이메일 보내기

무의식, 콤플렉스, 히스테리, 열등감, 욕망 등 정신분석학 용어가 일상 언어 속으로 깊이 파고들 정도로 정신분석이 뿌리내리고 있는 가운데, 정신분석에 관한 모든 것이 담긴 루디네스코와 플롱의 ‘정신분석대사전’(백의출판사 刊)이 번역 출간됐다.


정혜숙 전남대 교수, 강응섭 예일신학대학원 교수,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여인석 연세대 교수, 이유섭 명지전문대학 교수와 공동으로 루디네스코와 미셸 플롱의 ‘정신분석대사전’ 2002년 개정판을 공동 번역, 출간했다.


정신분석대사전은 무려 1천5백50쪽이 넘는 방대한 서적으로, 인간의 마음과 무의식을 이해하는 예술이라 할 수 있는 정신분석의 묘미를 맛볼 수 있기 때문에 분량이 많음에도 프랑스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책에는 정신분석과 관련된 용어와 개념뿐만 아니라 정신분석 지식체계, 병리적 실체와 치료기법, 정신분석 학파의 이론, 사회적 담론에 이르기까지 지난 20세기동안 이어져온 정신분석 사상 체계의 모든 요소가 총망라돼 있다.


또한 인접 학문과의 영향 관계, 전세계 정신분석가들과 정신분석학파의 소개, 주요 국가에서의 정신분석 운동 전개 양상까지 두루 섭렵할 수 있도록 분류돼 있다. 라캉 정신분석에 대한 명징한 해설이랄지 프로이트의 작품들에 대한 명쾌한 요약, 정신분석 계보와 연보는 이 대사전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이다.


루디네스코와 플롱은 서문을 통해 “이 사전은 단순한 용어사전이나 용어 해설이 아니며, 프로이트의 재발견을 탐구하는 도구도 아니다”면서 “지난 20세기동안 이어져온 정신분석 개념의 독특한 지식 체계와 끊임없이 재해석돼온 프로이트 작품의 역사 및 근본적인 독트린, 프로이트와 제자들의 계보, 그들의 방향성, 인접학문 분야에 미친 영향, 각각의 학파가 어떻게 변모했는지에 대한 담론까지 제시하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번역자들은 “욕망은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현상인데, 이 책은 여느 사전류와 달리 정신분석적 욕망을 피부로 느끼게 하는 감동이 있다”면서 “사전의 행간에서 그 욕망의 힘, 욕망의 존재를 발견하고 그 속에서 사고의 힘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신정민 기자 jm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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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5-11-11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 좋다, 다 좋다!

그런데 책값이 이게 뭐냐??

정   가 : 150,000원
판매가 : 142,500원(5%off, 7,500원 할인)
마일리지 : 1,430원(1%)

 

몇년 전에 이 사전을 들춰본 적이 있는데,  정신분석을 개관하기에는 좋은 사전이다.

단순히 용어나 개념에 국한하지 않고 정신분석의 제도라든가 나라별 현황 같은 항목들도

다수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학설로서의 정신분석만이 아니라 운동, 제도로서의 정신분석을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된다.

다른 말로 하면 이 사전은 정신분석이라는 사상 또는 이론에 관심 있는 사람들, 특히

정신분석에 상당히 지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거의(또는 이 말이 너무 야박하다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도 된다.

학설이나 이론과 다른 내용에 대한 항목들이 많고,

또 전체적으로  항목수가 많은 만큼 개념이나 용어에 대한 설명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사상, 이론으로서의 정신분석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라플랑슈와 퐁탈리스의

[정신분석 사전](열린책들)이나 기타 외국어로 된 몇 가지 사전이 훨씬 도움이 된다.

 

놀라운 건 가격이다. 정가가 무려 15만원!!!

원서도 6만원이 못된다는 걸 감안하면, 정말 파격적인 가격이다.

1500쪽이라서 15만원인가?

사실 이 사전은, 대개의 사전과 달리 글자가 크고 행간이 여유가 있고

2단 편집도 아니기 때문에, 쪽수는 많지만 내용 분량은 그렇게 많지 않다.

한 5만원 내외로 했으면 (나를 포함해서) 그럭저럭 사볼 만한 사람들이 있었을 텐데,

15만원이라는 가격을 내건 속내가, 진짜 궁금하다.

 


로쟈 2005-11-11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에 대한 소개를 했었는데, 아마도 그 '숭고한' 가격은 정신분석 담론의 높이(담)에 상응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반인들은 감히 넘볼 수 없는 영역이 있고, 그걸 번역해 내고 사서 소장하는 대단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아주 훌륭한' 책입니다...

balmas 2005-11-11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책 가격에 그런 숭고한 뜻이 ... ^^;;

숨은아이 2005-11-13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신분석적 욕망을 피부로 느끼게 하는 감동이 있다"니, 음, 갑자기 피부가 근질거립니다. ㅋㅋ (그런데 전문가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이라니, 값 때문에 비전문가들 역시 별로 사지 않을 것 같고, 저 책 누구한테 팔려나... 쓸데없이 출판사 살림 걱정이 듭니다. ㅎㅎ)

balmas 2005-11-13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말이 그 말이예요.
책을 팔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
 

11월 반딧불 안티아펙 영화제

 

 

 

10월 반딧불 후기

 

레즈비언들의 유쾌한 수다

허혜영(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지난 봄 뉴욕에서 벌어진 어느 술자리에서 남자를 사랑하는 그를 만났다. 그가 꿈에 부풀어 뉴욕 땅을 밟은 지 보름이 막 지난 때였다. 그의 유쾌함과 모든 이에 대한 천진난만한 호기심이 낯선 사람들로 이루어진 술자리의 흥을 돋았다. 그날 그 술집 테이블에서 그에게 미소를 보냈던 사람들은 화장실에서 이렇게 수군거렸다. “야, 걔 게이라며? 지가 말하고 다닌다며?”, “난 보고 딱 알아봤지!”, “게이친구 하나 있는 것도 괜찮잖아?”, “좀 불쌍하긴 하다”...

그날 그는 처음 말을 튼 여러 사람들과 술을 마시다가 몇 년 전 짝사랑했던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를 흘리면서(!) 커밍아웃을 했다. 그러니까 그의 커밍아웃은 내가 줄곧 상상해온 것처럼 은밀하지도 비장하지도 않았다. 마치 “토마토소스 스파게티보다 화이트소스 스파게티가 더 좋아”라고 말하는 것처럼, “내가 짝사랑했던 남자가 예쁜 여자만 좋아해서 여자가 되고 싶었던 적이 있어”라면서 그는 깔깔깔 웃었다. 나의 느린 뇌는 그가 방금 커밍아웃을 한 것이라는 사실을 놓칠 뻔 했다. 그는 성을 바꾸는 수술을 하고 싶었지만, “너의 정체성을 당당하게 인정하면서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그의 어머니 말에 수술 대신 뉴욕을 선택했다. 뉴욕에서 그가 이루고 싶은 가장 큰 소원은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그의 건강함이 좋았다.

지난 10월 반딧불에서 상영한 <그녀가 궁금해!>의 주인공들을 보면서 그가 생각났다. 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현실세계의 레즈비언이다. 아직 주변인들에게 커밍아웃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그들은 영화를 통해 세상에 커밍아웃을 하려하고, 반딧불에 온 사람들은 그들의 용기 있는 커밍아웃을 처음 본 관객이 되었다.

영화는 자기 정체성을 숨기고 사는 레즈비언들이 어떻게 그들만의 사회적 관계를 맺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지를 보여준다. 주인공은 어떤 사람에게 마음이 끌리게 되고, 그 사람을 볼 때마다 얼굴은 빨개지고 말은 더듬거리며, 밤잠을 설치면서 상대가 내 맘을 받아줄까 고민한다. 사랑이 시작되는 방식은 동성애자고 이성애자고 간에 다 똑같다. 하지만 사랑에 빠진 이성애자들이 오로지 어떻게 상대를 사로잡을까를 고민할 때, 레즈비언들은 상대도 ‘이반’일까를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것이 다르다. 영화에서는 우연을 매개로 두 사람이 서로 이반임을 확인하고 맺어지지만, 현실에선 얼마나 고통일까?

세계가 오로지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는 이성애자라면 교과서에 나오는 윤리 공식 외울 생각하지 말고, 상상력을 좀 발휘해보자. 내가 동성애자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런데 상대가 같은 ‘이반’인지 아닌지 몰라 속만 태우고 있다. 사랑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게 얼마나 미칠 노릇인가를! 내가 이반임을 털어놔도 아무렇지 않을 세상이라면 딱지 맞을 각오하고서라도 고백이라도 한번 해보겠건만. 애가 탄다!

영화 속에서 그녀들은 뉴욕의 그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하고 싶은 것들을 꿈꾸듯 말했다. 그녀들의 발랄한 웃음이 화면에 번져나갔다. 그녀들의 밝고 당당한 모습은 어떤 이성애자의 음탕한 시선보다 훨씬 건강했다.

그녀들은 말한다. 내가 이성애자가 아닌 것은 그대가 동성애자가 아닌 것과 특별히 다를 것도 없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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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5-11-10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스리 반가운 이름이 보여서. 추천도.33===3

balmas 2005-11-11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반딧불 ...
앞으로 모든 페이퍼 제목에 "반딧불"을 붙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