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화와노동
2006.04.11 | 304호
4차 카이로 국제회의 선언문

“세계화, 제국주의, 시오니즘에 맞서
팔레스타인과 이라크의 저항과 함께"

*출처 : 국제반전운동 메일링리스트
*번역 : 사회진보연대

제국주의와 시오니즘에 반대하는 투쟁에 있어 중대하고 위험한 전개가 진행되는 시기에 4차 카이로 국제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회진보연대
http://www.pssp.org | pssp@jinbo.net
(140-801) 서울시 용산구 갈월동 8-48 신성빌딩 4층
TEL:02-778-4001~2 | FAX:02-778-4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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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6-04-12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썼네요.
돈도 없고 바쁘기는 엄청 바쁜 데도 시간 내서
멋있게 개편했네 ...

2006-04-13 0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4-13 2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98호 2006년 2월 28일(화)


철도조합원들에게 드리는 글
-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의 전기를 마련하자!


노조 설립이후 크고 작은 투쟁으로 영일이 없던 철도노조가 이제 다시 새로운 투쟁에 나서고 있다. 작년 이래 말도 많던 파업이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장의 분위기도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한다. 집행부와 조합원이 다시 오지 않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국철도를 노동자와 시민의 철도로 바로 세우고, 지배세력의 신자유주의의 공세에 파열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몇 마디 첨언하고자 한다. 물론 우리도 함께 투쟁할 것을 약속한다.

 

노동권 악화와 공적서비스 후퇴를 부추기는 철도구조조정의 사슬을 끊어내라

IMF 구제금융 이후 진행된 철도 구조조정은 노동 강도 강화, 인력부족 및 장시간노동(주 40시간 도입에도 불구하고), 전환배치, 노동통제 강화, 비정규직화, 노조탄압 및 해고자 양산, 임금 인상 억제 등 노동권의 악화 과정이었다. 또한 철도 구조조정은 요금 인상 및 저가 열차 폐지, 사회적 교통약자에 대한 할인 축소 등 공적 서비스의 후퇴 과정이었다.

이런 노동권 악화와 공적 서비스 질 저하는 앞으로도 지속될 예정이다. 고속철도 건설 및 도입과정에서 정치인과 철도관료들의 부정과 무능에서 비롯된 철도적자를 ‘경영개선’이라는 미명하에 노동자와 시민에게 전부 전가하려 하고 있다. 철도공사는 본사 지사 조직 개편과 ERP 및 새로운 인사제도를 시행중이거나 도입할 예정인데 그 핵심은 수익성 위주의 개편이고 이윤이 안 남으면 그것이 사람이든, 역이든, 지방노선이든 모조리 자르거나 폐쇄하겠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핵심인 소유-금융의 원리를 공기업에도 관철시키겠다는 것이다. 2015년까지 신선개통 등으로 9,300여명의 새로운 인력이 필요로 되나 그것을 전부 기존인력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적자 노선인 적자 역 폐쇄 및 열차운행횟수 감소, 비정규직화, 직원 배치 안하기 등도 예정된 수순이다.

노동권 악화와 공적 서비스 후퇴를 부추기는 철도 구조조정의 사슬을 이번에도 확실히 끊어내지 못한다면 시민의 철도와 안정된 직장이라는 말은 이제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정권과 공사에 단호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철도노조는 그 동안 크고 작은 싸움에서 정권 및 사측과 합의를 하였다. 그리고 인력산정을 위한 공동프로젝트도 수행하였다. 그러나 그런 합의는 번번이 지켜지지 않았고, 오히려 노조 탄압과 대량 해고로 되돌아왔다. 이젠 명확히 할 때다. 한 때 진보를 자처하던 노무현 대통령 및 문재인 수석과 역대 사장 및 이철 사장은 신자유주의의 착실한 집행자라는 것을!! 이들은 노동권과 공적 서비스 후퇴, 철도 상업화를 통해서라도 철도 적자를 해소하고, 그래서 커져만 가는 정부 재정 적자와 정부 부채를 줄이려는 게 이들의 철도에서의 제일의 목표다.

1980년대 후반 이후 진행된 과잉축적/이윤율 저하로 구조적 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의 위기극복책은 그 담당자가 김영삼이든, 김대중이든, 노무현이든, 정권의 이름이 문민정권에서 국민의 정부로, 그리고 참여정부로 바뀌었다 한들 신자유주의라는 점에 변함이 없다. 이들은 ‘개혁’을 내세우며 자본의 소유권에 대해서는 터럭 하나도 건드리지 않고, 아니 오히려 막대한 특혜를 부여하고, 오직 노동자 민중의 제반 권리를 축소시키기에 바쁘다. 자본과 정권, 그리고 지배 언론에서는 이런 정책으로 한국경제가 살아난다면 그 정도는 참아주어야 하지 않은가 하고 선동을 하기도 했다. 이 외에 달리 길이 있냐면서. 그리고선 투쟁하는 민중들을 집단 이기주의로 매도한다.

그러나 언필칭 개혁정책의 성과는 도무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약속했던 경제 성장과 투자증가는 계속해서 정체하고 있다. 당연히 고용은 늘지 않고 있다. 그나마 느는 고용은 거의 저임금 비정규직이다. 반면 초민족적 투기자본은 증권거래소의 40% 남짓을 지배하면서 엄청난 자본 이득을 얻어가고 있고 배당을 해 간다. 2005년 한해에만 외국계 초민족적 투기자본은 증권거래소에서만 87조원의 투기이득을 얻었고, 약 75억 달러의 배당을 챙겨갔다. 사회적 양극화는 정확히 역대 정권들의 신자유주의 정책의 결과다. 이제 와서 노무현 대통령은 신자유주의 정책은 그대로 두고(비정규 악법 통과와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 시도를 보라), 세금을 좀 걷어서 사회양극화를 해결해 보겠다 하더니 가진 자들의 반발이 거세어지자 세금은 당장 안 걷고 사회양극화를 해결하는 데 얼마나 돈이 드는지 한 번 계산이라도 해 보자든지 하며 잠꼬대 같은 소리를 뇌까리고 있다.

이번 투쟁에서 필수적인 것은 노무현정권이나 공사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에 단호한 태도다. “책임 있는 관계자와의 면담” 운운하면서 중간에서 협상을 주선하는 일부 민중진영 인사들이나 상층 노조간부들은 특히 경계를 해야 할 것이다. 이런 태도로 접근하는 이들은 철도노조 집행부와 조합원에게 하등의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혼란과 패배만을 선사할 것이다. 과거 몇 차례의 투쟁에서 교훈을 얻을 것이 있다면 그것은 곁눈질 안하고 앞만 보며 줄곧 파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 길만이 조합원을 단결시키고 시민들에게 철도노조의 진정성을 알리는 길이다. 조합원들의 단결투쟁, 시민의 지지, 파괴력 있는 파업의 힘만이 승리를 가져올 것이다.

 

비정규직 - 정규직 노동자의 단결로 총파업투쟁 승리하자

비정규 악법 반대투쟁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철도노조는 단위사업장의 문제를 가지고 파업을 준비해왔다. 비록 철도의 공공성 문제, 비정규직 문제가 있긴 하지만 전 조합원을 비정규 악법 투쟁에 복무하도록 하는 것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비정규 악법이 통과된다면 앞으로 놓여 있는 철도 구조조정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며 현장 투쟁의 계기도 전부 사라질 것이다. 합법적으로 진행되는 비정규직화, 기간제 및 파견제 고용이나 해고를 반대할 명분이 사라진다. 노동조합 무력화와 고용불안은 불을 보듯 뻔하다. 비정규악법은 철도조합원 문제인 것이다. 철도노조의 비정규 악법 투쟁 참여는 그 자체 비정규 악법 투쟁을 강화할 것이고, 철도노조 단사 문제도 더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KTX 여승무원 투쟁에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들은 현재 철도에서의 비정규직화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을 외면하고 비정규직-정규직 단결을 이야기하기 힘들 것이다.

 

철도노조의 완강한 투쟁과 사회운동의 연대로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으로 나아가자!

마지막으로 이야기할 것은 싸움을 가능한 한 키우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는 철도도조 뿐만 아니라 상급단체와 사회운동단체 공동의 임무이다. 최근 몇 년간의 투쟁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투쟁에서 투쟁을 양적·질적으로 확대하려는 노력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정권과 자본에게 일말의 선의를 기대하고 있는 이런 투쟁이 압력성 투쟁, 하소연성 투쟁에 그치면서 패배와 정권이나 자본의 배신으로 끝이 났음을 기억해야 한다.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보수주의자든 과거의 진보주의자든 노동자와 시민의 권리를 훼손해서 자본과 자신들의 배를 채우려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전혀 포기하지 않고 있다. 가능한 한 투쟁을 키워 정권과 자본을 상대해야 한다. 이번에는 이것이 아주 용이한 상황이다. 비정규 악법이 환경노동위에서 통과되었고 본회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노조를 파업에 동참시킨다든가 아니면 파업은 아니라 하더라도 집회에라도 끌어들이기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한 번 솟아오른 투쟁의 파고를 계속해서 낮춰가면서 협상에만 매달리는 우를 이번에도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철도노조 및 운수공동투쟁과 민주노총의 비정규 악법 투쟁의 결합,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투쟁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투쟁에 커다란 전기를 마련하자. 이 투쟁에 철도노조의 커다란 몫이 있음을 명심하고 후회 없는 투쟁을 전개하길 당부 드린다. 물론 우리도 우리의 역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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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호 2006년 2월 15일(수)


전쟁과 신자유주의에 맞서 연대를 확장하자!
- 다중심 세계사회포럼으로 본 대안세계화 운동의 과제


세계사회포럼이 6회를 맞이하여 '다중심 포럼'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1월 19일~23일에는 서아프리카 말리의 수도 바마코에서 10,000명 가량이 모인 가운데 2006년 다중심 포럼의 첫 번째 행사가 진행되었고, 바로 뒤를 이어 1월 24일~29일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열린 두 번째 행사에는 십만 명 가량이 참석했다. 세계사회포럼은 전 세계의 다양한 사회운동들이 오늘날 세계 민중이 처한 삶의 위기의 원인에 대한 공동의 인식을 넓히고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개방적인 토론의 장'을 제공해왔다. 세계사회포럼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여기에 결합한 여러 사회운동들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비롯한 각 지역에서의 군사적 개입으로 인한 폭력의 확산, ▶WTO 혹은 지역/양국 간 자유무역협정 체결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민의 권리 축소, ▶남반구의 외채- 경제위기를 매개로 한 구조조정과 이에 따른 약탈체계의 강화, ▶의료·교육 등 기초서비스, 에너지·물과 같은 공유물의 상품화, ▶이주의 상업화와 불법화로 인한 이주자의 권리 박탈 등'금융-군사세계화'에 따른 빈곤과 폭력의 현실을 분석하고, 이를 사회운동의 의제로 제기해왔다. 이 과정에서 세계 민중이 경험하고 있는 거듭되는 위기의 해법은 각종 초국적 기구와 각 국 정부가 추동 하는'신자유주의적 처방'이 아닌'인민의 자율성-자기통치를 바탕으로 권리를 실현하고, 사회·경제적인 변혁을 지향하며, 사회운동과 공동체 사이의 교통과 연대를 확장하려는 운동'이라는 문제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한 편, 올해는 지난 6년 동안의 성과를 세계 곳곳으로 확산하고 더 많은 이들의 참여로 그 토대를 굳건히 다진다는 취지에서 개최지를 분산하여 진행하는 '다중심 포럼'의 형식을 채택했다. 이러한 다중심 포럼은 해당 지역 사회운동의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여, 규모와 내용을 비롯한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불균등한 형태를 띠고 있다. 각 지역에서 열리는 포럼의 면면을 통해 해당 지역/대륙의 사회운동이 안고 있는 고유한 의제 및 해당 지역/대륙 민중들의 요구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2006년 세계사회포럼은 앞선 두 행사에 이어 파키스탄 카라치(3.24~29)와 그리스 아테네(5.3~7)에서, 그리고 소지역별, 나라별, 주제별 포럼의 형태로 계속될 예정이다.

 

대안 형성, 공동 행동 조직: 세계사회포럼의 의미

세계사회포럼이 거듭되는 동안 세계사회포럼의 위상과 전망을 둘러싼 갖가지 논쟁이 제기되었다. "'또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라는 슬로건 속의'또 다른 세계'는 과연 무엇인가?", "세계사회포럼이 '조직'이 아닌 '공간'이라면 전국적이고 국제적인 차원의 행동 계획을 수립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정당과 무장조직의 참여를 배제하고 있는 원리헌장이 세계사회포럼의 힘을 약화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문제들은 거듭 제기되는 논쟁거리다. 이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세계사회포럼에 결합한 사회운동들은 '또 다른 세계'에 대한 전망을 꾸준히 제출해왔다. 또한 이를 통해 스스로를 '신자유주의 금융-군사 세계화'를 넘어설 대안으로 표상해왔다. 이러한 성과는 2006년 다중심 사회포럼의 첫 번째 행사가 시작되기 전 날 발표된 '바마코 호소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지식인과 활동가들이 50년 전의 '반둥회의'의 정신을 오늘에 되살려, '미 제국주의에 맞선 남반구-북반구 민중의 연대를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회의를 개최하고 이 호소문을 작성했는데, 이 호소문은 지난 5년 동안 진행된 여러 사회포럼에서 제출된 '대안'을 둘러싼 원칙을 다음과 같이 집약하고 있다. ① 경쟁이 아닌 연대를 바탕으로 함, ② 시민권과 양성의 평등을 전적으로 옹호, ③ 모든 다양한 구성원에게 창조적인 발전의 가능성을 제공하는 보편적인 문명의 구축, ④ 민주주의를 통한 생산과 재생산의 사회화 ⑤ 자연·자원 및 농지의 시장화 거부 ⑥문화적 산물, 과학적 지식, 교육, 의료의 상품화 저지 ⑦ 제한 없는 민주주의, 사회진보, 각 나라와 개인의 자율성을 포함하는 정책의 촉진 ⑧ 반-제국주의에 기초한 국제주의와 남-북반구 민중의 연대 강화. 이 호소문은 세계 곳곳의 민중들이 제기해 온 요구를 모아, 이를 사회운동이 시급하게 진행해야 할 과제로 제안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과 군사적 점령에 반대하는 운동 및 분쟁 지역의 저항하는 민중들과의 연대를 강화할 것, WTO 도하개발의제 협상 중단을 요구하는 투쟁 및 남반구 외채의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탕감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지속할 것, 금융자본이 주도하는 지역통합을 중단하고 지역 내 민중의 연대와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통합을 촉진할 것 등을 과제로 제출했다. 이를 실현하려는 사회운동이 꾸준히 출현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와 같은 원칙이 단지'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안적인 세계를 추동할 힘으로 작동할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뿐만 아니라, 세계사회포럼은 전 지구적인 차원의 공동행동을 제안하고 이를 추동하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국제위원회'와 같은 세계사회포럼의 공식기구와는 독자적으로 진행되지만 매년 세계사회포럼을 계기로 비아 캄페시나, 세계여성행진 등과 같은 대중조직이 주도해 온'세계사회운동총회'는 1년 간 세계의 사회운동이 집중해야 할 운동의 의제와 행동의 계기를 제시해왔고, 이를 바탕으로 전 지구적인 공동행동이 조직되어왔다. 올 해 역시 카라카스 사회포럼의 마지막 행사로 진행된 '세계사회운동총회'에서는 2006년 세계사회운동이 집중해야 하는 공동행동 계획을 담은'사회운동 호소문'을 발표했다.'바마코 호소문'의 제안을 반영하여'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 중단','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중단',' 대량살상무기와 핵무기 사용 중단','베네수엘라, 쿠바 등 미국의 군사적 개입에 저항하는 민중과의 연대 강화','도하개발의제 협상 저지',' 남반구 외채의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탕감'을 주요 요구로 하여 3월 18/19일 국제반전공동행동, 5월 경 제네바에서 열릴 WTO 일반이사회 대응 행동, 6월 러시아 성 뻬쩨르부르크에서 열리는 G-8 정상회담 반대투쟁, 9월 IMF-세계은행 연차총회 반대행동을 다양하게 조직하고 이러한 행동들을 결합시켜 내자는 호소를 담고 있다. 사회운동총회에 참석한 여성운동, 농민운동, 원주민운동 등은'여성 신체의 상품화 중단',' 식량주권(토지, 종자, 농업지식에 대한 농민의 통제권, 민중의 식량에 대한 보편적 접근권)'강화,'원주민의 자치 실현'고유한 의제와 이를 중심으로 한 각자의 행동계획을 공유했다.'세계사회운동총회'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해 분출한 다양한 사회운동들이 발견한 공동의 인식을 확보하고 연대를 실현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2006년 다중심 포럼을 통해 드러난 각 지역 사회운동의 현재

2006년 '다중심포럼'은 그동안의 세계사회포럼이 주 개최지였던 남미 사회운동에 치중되어 있었음을 드러내고 있다. 바마코 행사에 참가한 인원이 카라카스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바마코 행사 참가자들은 세계사회포럼 장소가 분산되어 더 많은 아프리카 민중들이 세계사회포럼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이전에는 활발하게 제기되지 못했던 아프리카의 고유한 의제들이 세계사회포럼의 주제로 다루어지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바마코 사회포럼에서는 수단-콩고의 분쟁, 오랫동안 아프리카 여성들의 권리를 침해해 온 성기절단 및 조혼과 같은 문제들이 다루어졌다. 아프리카 사회운동들은 각 국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아프리카 발전을 위한 새로운 파트너십(NEPAD)'와 같은 프로그램이 IMF와 세계은행의 주도 하에 이루어진 구조조정프로그램(SAPs), 빈곤감축전략계획서(PRSPs)와 같은 맥락의 신자유주의 정책개혁 프로그램임을 분명히 하고 이에 맞서 싸울 것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여러 비정부기구(NGO)가 진행해 온 IMF, 세계은행의 개혁을 위한 개입이 결국은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을 수용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사회운동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반대하는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아프리카 사회운동들에게 던져진 시급한 과제는 '내전' 및 '지역분쟁'을 종식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는 것이라는 인식을 확인했다.

카라카스 사회포럼에서는 이 지역에서 '금융-군사세계화'에 대항하여 분출하는 사회운동과, 이 지역에 잇따라 등장하고 있는 좌파정권의 관계가 뜨거운 쟁점이 되었다. 남미 지역의 사회운동들은 세계사회포럼 프로세스의 중심적인 역할을 차지하며 '신자유주의 금융-군사세계화'에 반대하는 대륙 차원의 연대를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지난 해 아르헨티나 마르 델 플라타(Mar del Plata)에서 열린'미주지역정상회의'에 즈음하여 사회운동들이 미주지역자유무역협정(FTAA) 체결 논의를 효과적으로 중단시킨 사례는 이를 보여준다. 포럼의 마지막 날 행사로 열린'세계사회운동총회'에는 최근 들어 각 국에서 좌파 정권이 줄을 이어 등장하고 있는 현상은 남미 대륙에서 폭발하고 있는 자유무역, 군사주의, 사유화 정책에 반대하고, 자연자원과 식량주권을 지켜내기 위한 사회운동의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러한 좌파정권의 등장과 함께 남미 각 국의 좌파정부와 사회운동이 미 제국주의에 대한 대항블록을 구축하자는 제안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는데, 이러한 제안은 카라카스 사회포럼에서도 중요한 의제였다. 특히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은 주요 행사에 직접 참석하여 미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남미 각 국의 좌파정부와 사회운동이 연대를 강화할 것을 호소했다. 또한'미주지역자유무역협정'에 맞서 민중의 권리를 바탕에 둔 '미주대륙을 위한 볼리바리안 대안(ALBA)'를 중심으로 단결을 강화할 것을 호소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번 포럼을 진행하는 데 직접 나서서 지원했으며 차베스 대통령이 상당한 주목을 끌었던 상황에서, 사회운동의 자율성에 관한 쟁점은 중요한 논쟁거리였다. 이제 세계사회포럼 원리헌장이 제시하고 있는 '정당과 무장조직 배제의 원칙'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쟁점은'남미 각 국의 좌파정권과 사회운동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라는 쟁점으로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은 '세계사회운동총회'에 모인 사회운동들은 스스로가 내리고 있는데, 이들은 '사회운동은 좌파정권에 대해 정치적 자율성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며, 우리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운동의 조직화에 복무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각 국 정부가 신자유주의를 수용하지 않도록 압박하는 것이 사회운동의 임무'라고 밝히고 있다. 금융-군사 세계화가 파괴하는 민중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이를 연대와 자율성을 바탕으로 운동을 통해 실현하려고 노력해 온 사회운동들의 활동과 역할이 축소되지 않고 , 스스로 '대안'에 대한 전망과 역량을 더욱 확장해 나아가는 것이 사회운동들이 실현해야 할 지난한 과제이다.

 

2006년 다중심 포럼과 한국 사회운동의 과제

2006년 다중심 포럼은 한국의 사회운동에 몇 가지 과제를 제시한다. 우선 지난 홍콩 각료회의에 이은 도하개발의제 협상, 한미 FTA 체결 등에 맞서는 투쟁을 '대안세계화'의 관점에서 조직해야 한다. 초민족 자본의 이해를 위해 민중의 권리를 축소하는 이러한 협상에 '자발적'으로 선두에 나서고 있는 노무현 정권의 반민중성을 폭로해내야 한다. 특히 이러한 투쟁이 노무현 정부가 제시하는 '피해산업보호대책'에 갇히지 않고 '노동권', '식량주권', '공공서비스에 대한 접근권' 등 민중의 보편적 권리를 제기하고 이를 세계 민중의 연대를 통해 실현하려는 운동으로 확대해가야 한다. 한 편, '군사세계화'에 반대하는 국제적인 반전운동의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 미국의 이라크 점령 중단을 위한 3.18/19 국제 반전공동행동을 적극 조직해야 한다. 또한 평택미군기지 확장 저지를 위한 주민들의 투쟁에 적극 연대하고, 이를 통해 전략적 유연성-평택미군기지 확장- PSI참여로 이어지는 한미군사동맹의 군사주의에 반대하는 반전운동을 확장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초민족 자본의 한국지배와 한국경제의 장기불황이라는 조건 속에서 계속되는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에 맞서는 다양한 운동이 활성화되고 상호 연대가 확장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오는 3월 24일~29일 파키스탄 카라치 사회포럼을 앞두고 아시아 차원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하는 것 또한 우리에게 던져진 과제이다. '미주지역자유무역협정' 체결 저지를 위한 공동행동으로 대륙 차원의 사회운동의 연대를 꾸준히 강화해 온 미주 대륙이나, '신자유주의적 원리에 따른 유럽통합'에 맞서 '다른 유럽'을 건설하기 위한 공동의 과제를 형성해 온 유럽 대륙과 비교해 볼 때 아시아 지역 사회운동들 간의 연대는 취약한 편이며, 지역 차원의 이슈를 발굴해 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제국주의 군사전략에 따른 인민의 자결권의 파괴,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따른 이주의 확산과 이에 대한 불법화로 인한 이주노동자들의 권리 박탈, 초민족 자본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는 각종 무역협정에 따른 인민의 권리 축소 등 공동의 이슈를 제기하고 이에 맞서는 연대의 흐름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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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2-20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간만에 발마스님의 컴백, 그런데 55555 이벤트는?

balmas 2006-02-21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 말예요. 그게, 벌써 지나가버렸네 ... -_-a
 

294호 2006년 1월 31일(화)


2006년 전망
-세계자본주의 위기와 대안세계화운동


2006년 지자체 선거는 다음해 대선의 예비무대이자 집권세력의 레임덕이 더욱 빨리 드러날 것이냐를 결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집권세력은 선거전략과 대중동원을 위한 '소재'의 빈곤을 벗어날 수 없다. '사회적 타협을 통한 양극화 해소 재원 마련'이나 '외자확대가 한국경제의 프리미엄을 높여 전체 국부를 증진한다'는 주장의 기만성이 점차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 현정부가 민중에게 무언가 양보할 수 있다거나 정부의 정책개혁의 큰 틀이 변화될 수 있다는 기대는 여전히 자라나고 있다. 이는 한국자본주의 발전에 대한 허구적인 이미지를 재생산할 때만 지속될 수 있다. 따라서 세계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은 사회운동의 진전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미국 제국주의의 새로운 형세

미국은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을 통해 해외로부터 엄청난 부를 수탈하는 메커니즘을 향유했다. 미국이 해외에서 흡수하는 자본소득은 미국기업이 국내 활동으로 얻는 이윤의 80% 수준에 이른다. 여기에 미국이 원자재, 특히 에너지 가격에 압력을 가하여 얻는 이득과 주변부의 저렴한 노동력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세계적인 부의 이전은 막대하다.

그렇지만 이와 동시에 미국 경제는 심각한 불균형에 직면했다. 수입 증가가 수출 증가를 훨씬 앞지르면서 무역적자는 계속 확대되어 2000년 이후 GDP 4% 수준을 계속 상회하고 있다. 또한 무역적자에 조응하여 미국 내 외국인의 자산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고(즉 외국은 무역을 통해 번 달러를 미국에 다시 투자하고 있다), 미국이 여기에 지불해야 하는 자본소득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 내 외국인 자산은 1984년 GDP 대비 19%였으나, 2003년 72%로 증가했고, 미국의 해외자산 규모의 두 배에 해당한다. 그러나 미국이 해외자산을 통해 얻는 자본소득은 외국이 미국 내 자산으로 얻고 있는 규모와 거의 동일하다. 이는 미국의 수익률이 두 배나 높다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미국 제국주의는 해외에서 강력하게 소득을 흡수하고 해외 자본가, 기업, 국가에게 그것을 다시 지불하고 있다(이를 '달러 환류'라 부른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는가? 지금까지 미국이 해외에서 소득을 빨아들이는 데 매우 '효율적'이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러한 궤도가 무한정 지속될 수 없다. 미국의 대외불균형이 계속 악화되면 미국에 대한 투자가 중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여러 가지 경로로 진행될 수 있다. 먼저 달러의 가치하락으로 귀결될 수 있다. 달러 가치하락은 미국의 무역적자 교정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그러나 미국과 일본의 환율 변화가 일본의 대미 무역흑자에 큰 변화를 주지 못했던 것처럼 이러한 변화가 자동적인 것은 아니다), 미국의 금융지배력과 국제적 지위를 악화시킬 게 분명하다. 물론 미국이 이자율을 높여서 달러를 방어하려고 시도할 수 있지만, 이 역시도 외국에 지불하는 소득을 증대시킴으로써 불균형을 증폭시킬 수도 있다. 또한 미국이 해외자산규모를 더욱 확대하거나, 무역적자를 통제하는 수단을 강구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현재보다 더 빠른 수준으로 자산규모를 늘리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공산이 크다. 또한 무역적자 악화의 주요 원인인 부유층의 가계소비를 축소하려는 시도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핵심적인 지지층의 반발을 초래할 정치적 위험이 있다. 이처럼 날로 심각해지는 미국 제국주의의 모순은 세계자본주의와 착취자들의 미래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미국이 쌍둥이 적자를 유지하는 메커니즘의 파괴는 곧 미국 헤게모니의 최종적 위기, 나아가 세계자본주의의 동반 붕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외경제정책과 동아시아

미국 경제의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커질수록 이런 우려 자체가 대미투자를 감소시켜 불균형을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미국은 어떤 방식으로든 이런 상황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 부시정부는 2009년까지 현재의 재정적자를 절반 이하로 축소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을 거치며 대규모 전비가 지출되었고, 감세조치의 영구화와 연금개혁을 준비하고 있으므로 현실화되긴 어렵다. 따라서 부시정부는 환율·통상 등 대외경제정책을 통해 경제적 난관을 부분적으로 타개하려고 한다. 물론 이는 위기의 대가를 타국의 민중에게 전가하는 결과를 낳는다.

부시정부는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통상정책의 핵심수단으로 활용하고, '경쟁적 자유주의' 전략을 채택하였다. 이는 미국이 FTA를 체결한 나라에게만 미국시장 접근을 허용함으로써, 차별을 우려하는 다른 나라도 FTA를 체결하도록 압박하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FTA를 단순한 교역확대수단(관세인하)으로 여기지 않고 비관세장벽의 제거와 경제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이용하며, 다자간무역협정의 선례로 활용하고자 한다. 즉 단순히 무역적자 교정을 넘어서 초민족기업의 자유로운 활동과 미국의 금융적 지배를 보장하는 수단이다.

최근 부시정부는 무역적자를 통제하기 위해 달러 약세를 용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해외 중앙은행이 달러 급락을 막기 위해 달러표시 자산을 계속 매입할 것이라고 예견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장기적으로 달러 가치를 주요 통화 대비 20-40%의 절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한국, 중국, 일본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7% 수준에 이르러 동아시아 통화를 중심으로 환율조정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특히 미국 의회는 위안화의 추가절상을 위해 무역 제재를 준비중이다).

 

부시정부 2기와 민주주의·인권외교

이라크 전쟁은 부시 정부의 핵심적인 관심사다. 부시정부는 이라크 전쟁의 승리가 "이라크 보안군이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이라크가 더 이상 테러리스트의 안전한 피난처가 아니게 될 때" 달성된다고 규정했다. 이 정의를 따르면 미국의 승리는 요원하다. 미 의회는 2006년 이라크, 아프간 전쟁과 범세계적 대테러전쟁 비용으로 3500만 달러를 승인해야만 했다. 이 규모는 한국전쟁 당시 전체 비용과 맞먹는다. 또한 부시정부는 더 이상 의회에 이라크 재건 기금을 요구하지 않음으로써 이라크 재건지원이라는 허울마저 던져버렸다.

하지만 부시정부는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을 사후적으로라도 추인 받고 싶은 듯이 인권과 민주주의의 확산을 위해서는 국제기구와 국가주권의 메커니즘을 위반하는 일방주의적 개입도 충분히 정당하다는 접근법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물론 부시 정부 2기가 출범한 후 이른바 네오콘의 영향력이 축소되면서 미국의 새로운 전쟁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많이 잦아들었다. 그렇지만 공화당이 다수를 장악한 미국 의회는 민주당 인사들의 도움을 얻어 민주주의증진법(ADVANCE Act)을 준비하고 있다. 이 법안은 '세계 45개 독재자들을 2025년까지 끌어내린다'는 목표로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비폭력적 수단에 호소해 정권교체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법안은 국무부 담당 하에 처음 두 해 동안 민주화운동에 2.5억 달러를 지출하고, 민주화에 저항하는 국가의 자금흐름을 차단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할 계획이다. 결국 이는 탈냉전 이후 클린턴 정부의 '다자주의'나 세력균형 정책과 다르고, 인권 이슈를 제기해 공산권과 데탕트(무역협정이나 군축협정 체결)에 찬물을 끼얹는 민주당과 공화당에 포진한 냉전 매파의 전통적인 '인권외교'의 확장판이다.

이러한 변화에 조응하여, 최근 미국은 북한인권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제기하고 위조화폐-마약 등 불법거래 자금차단에 나서면서 6자회담이 큰 위기에 처했다. 특히 북한인권 의제는 한반도 정세에 장기적인 변수로 작동할 것이다. 북한과 미국-한국 사이에 협의가 긴밀해질수록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초민족자본의 한국경제 지배

외환위기와 IMF 구제금융협약을 거치며 초민족자본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외환위기 직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업매각을 통해 외국인직접투자 크게 증가했고, 외국인의 주식보유 비중은 2004년 말 42%에 이르렀다. 당연히 개별기업에서도 외국인 지분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금융업 부문에서 직접투자가 크게 증가해서 SC제일, 외환, 한국씨티은행이 외국계 은행으로 분류되며, 우리금융지주와 전북은행을 제외하면 모든 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이 60%를 초과했다.

따라서 '외국자본'의 성격과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싼 논란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04년 영국계 홍콩자본인 BIH가 브릿지증권의 유상감자를 실시해 1000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회수한 사건은 논란에 불을 지폈다. 외국자본의 높은 배당 성향과 외국자본이 가져가는 배당액 전체 규모도 문제가 되었다(외국자본이 챙긴 배당액 규모는 1998년 5억 달러에서 2003년 33억 달러로 급증했다). 또한 외국자본이 거래소 상장을 폐지하여 자본조달보다는 단기이익을 추구한다거나, 외국인직접투자 비중이 줄고 포트폴리오 투자의 비중이 높아지며, 직접투자로 분류되더라도 공장을 새로 세우는 게 아니라 사실상 지분 참여 수준의 인수합병(M&A)형의 비중이 증가한다거나, 한국기업들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서며 설비투자가 감소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외국자본의 활동을 규제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소액주주운동을 펼치며 초민족기업이나 기관투자가가 편에 섰던 쪽은 이러한 비판이 '외자 마녀사냥론'이고, 재벌개혁의 문제를 뒤로 미루고 '사이비 민족주의'를 부추긴다고 대응했다.

그런데 최근 논쟁은 더 첨예해지고 있다. 2005년에 주식배당액으로 외국자본이 가져간 금액이 2004년보다 50% 급증한 73억 달러에 이르고, 2005년 주가 폭등 과정에서 외국인들이 3조 6천억원 어치의 주식을 처분해 엄청난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소버린의 SK(주)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나 헤르메스의 삼성물산 경영권 위협 사건도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이 외국자본의 적대적 M&A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다양한 방어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특히 삼성은 이 문제를 집요하게 제기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주식거래에 대한 과세를 검토중이라는 발언이 나오면서 또 다른 논란도 일고 있다. 물론 반대하는 입장은 국내 상장사 지분의 40%가 외국인이어서 자금이탈 가능성이 높고, 홍콩-싱가포르 등이 자본이득과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내세우고 있다.

물론 이런 논쟁의 와중에도 한국 자본 역시 초민족화에 적응하기 위한 해외투자와 '글로벌경영'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 금융사 역시 해외투자 펀드를 내놓고 있으며, 퇴직연금과 각종 연기금 역시 해외로 투자대상을 더 확대해 나갈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2003년에 60만대 규모의 중국공장을 세웠고 2005년에는 30만대 규모의 미국 공장을 설립했다. 또한 2006년에는 외환위기 이후 정부, 법원, 채권단의 관리에 처해 있던 대형기업들의 매각이 이루어져, 글로벌펀드와 국내 사모펀드의 각축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처럼 국제금융기구, 한국정부, 신자유주의 NGO는 초민족자본의 직접적인 지배력을 보장했고, 한국의 기존 재벌은 초민족화를 대세로 받아들이며 명운을 걸고 초민족화의 혈로를 찾고 있다. 물론 한국 경제의 급격한 재편과 초민족자본의 지배력이 확대에 따라 삼성과 같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로비와 여론조성에 몰두해야 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스탠다드와 재벌개혁(지배구조개혁) 대 한국자본 보호(적대적 M&A 방어)가 가장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세계경제의 위기 때문에 초민족자본과 한국 자본 일부의 공생·경쟁관계가 작동하는 토대가 무너지는 것이 문제다. 미국이 동아시아를 포함한 세계 각지에서 자본소득을 퍼올리고, 세계는 미국에 상품을 수출함으로써 달러를 벌어들여 이를 다시 미국에 투자하는 '달러 환류' 메커니즘이 미국 자본주의의 내적 모순(생산성 하락과 이윤율 저하) 때문에 심각한 위기에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몇몇 수출분야의 팽창, 한국증시의 급상승과 같은 현상은 미국의 금융세계화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는 극히 짧은 시간 동안만 유지될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체계가 위기에 빠지면 한국 경제의 종속성과 취약성은 더욱 극적으로 표출될 것이다.

 

한국경제의 장기불황과 노무현 정부의 집권 하반기 프로그램

주식시장은 팽창하고 천문학적 규모의 M&A가 이뤄지면서 금융지배력과 집중력은 날로 강화되지만, 한국 경제는 경기회복은 매우 짧고 경기침체는 매우 오래 이어지는 장기불황에 빠져들었다. 인민주의적인 선거전략과 대중동원에 의존해 집권에 성공한 노무현 정부로서는 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노무현 정부는 집권과 경제적 이해가 맞물려 있는 '비즈니스 네트워크'로 전환한 386세대, '개혁적' 지식인과 기술관료 NGO, 화이트칼라 노동자를 포함한 노동자 대중의 일부 상층부의 명예욕과 실리주의를 자극하고, 청년층 도시프롤레타리아의 감정적인 지지를 일시적으로 이끌어 내고, IMF 구제금융협약 이후 위기에 빠진 지역들의 소외감을 자극함으로써 일시적인 지지층을 형성했다. 그러나 이는 특정한 정치이념을 보유한 다계급연합이 아니라 계급형성을 봉쇄하는 '탈계급연합'일 뿐이며 사상누각처럼 불안정하다. 따라서 노무현정부와 세계 곳곳에서 만개한 인민주의 정치스타일의 공통점은 지지층의 휘발성이 매우 강하며, 따라서 지지율이 급상승과 급락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대통령 탄핵 시도로 기사회생하여 2004년 총선에서 큰 승리를 거두고 내친 김에 자신의 권력을 안정적으로 재생산하기 위한 권력구조 개편, 즉 개헌까지 염두에 두었다. 그러나 연정제안 실패와 2005년 10월 재보선 참패 때문에 목표를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지난해 말 노대통령은 '남은 임기 2년 간의 미래구상'을 1월 또는 2월에 발표하겠다고 공언했고, 여기에는 노대통령의 탈당과 거국내각 구성, 임기단축과 조기개헌론 점화와 같은 충격적인 제안이 포함될 수 있다는 추측이 무성했었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권력구조의 개편은 특정 정치분파가 압도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이를 공고화할 수 있는 조건에 도달하거나, 사회경제적 위기가 정치적으로 표출됨으로써 지배세력의 '집단적인' 책임이 긴급해진 경우에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 집권세력은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상태에 처해있다. 한국경제의 장기불황이라는 조건에서 이질적인 지지층을 포괄할 수 있는 정책개혁 전망을 제시할 수도 없고, 한국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초민족자본이나 대자본에게 개헌을 매우 긴급한 과제로 제시할 근거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권세력에는 소폭 수준이더라도 개헌을 시도해야 한다는 입장, 현재의 위기관리 체계의 근간을 유지하고, 이 체계에 여러 사회운동 세력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포섭해야 한다는 입장이 혼재해 있다. 개헌에 미련을 두는 입장은 내각제나 '사회적 대타협'의 틀로서 상원제 도입이 어려우면 대통령과 국회위원 임기불일치 조정과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이라도 해야 한다고 보는 듯하다(집권 핵심층은 중도개혁-진보진영의 연대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결선투표제 도입을 선호한다고 알려졌다). 한편 열린우리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의 하나로 꼽히는 정동영은 개헌이나 정계개편을 포함한 중장기적 정치프로그램에 대해 뚜렷한 전망을 제시하지 않은 채 열린우리당 내의 확고한 입지 구축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한 명의 주자인 김근태는 '양심세력통합론'을 제시하며 '외연을 넓힌 통합을 시도해야 하고, 지방선거 이전 통합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어떠한 입장도 집권세력 내에서 확고한 정치프로그램으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정치 전망의 불투명성은 경제위기의 불가피한 특징이다. 결국 노무현 대통령은 2006년 신년연설에서 정치프로그램에 관한 '미래구상'을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고, 취임 전부터 검토된 사회경제정책 묶음을 다시 꺼내들었다. 물론 청와대는 '정파적 이해를 떠나 국가 미래과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의사결정 시스템 마련'(저출산고령화, 국민연금 등 중장기적 정책과제 해결)이 노대통령의 주요 관심사라고 포장했다.

하지만 오늘날 인민주의가 구사하는 사회정책은 국가온정주의라는 보수주의에 훨씬 더 가깝고,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실행하는 종속적 수단으로 전환된다. 완전고용과 같은 케인즈주의 목표는 제거되고, 장기실업층을 산업예비군으로 포섭하려는 사회정책이 ‘국민통합’이라는 명분으로, 국가의 시혜 형태로 제공된다. 또한 간접세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거나 노동신축화에 대한 반대급부로 제시되는 다소간의 증세를 통해 국가가 확보한 약간의 재원으로 특정 층을 겨냥한 복지정책이 활용된다. 그러나 국가의 시혜에 의존하라는 인민주의 정책은 노동자운동, 사회운동의 자율성을 해체하는 수단으로도 기능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1월 18일 신년연설을 통해 제시한 한국경제의 중장기적 과제와 정책방향은 인민주의 전략의 전형적인 사례다. 연설에서는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정 확충,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보호, 부동산과 사교육비 문제가 보수세력의 악의적인 선동만 없다면 머지 않은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다는 듯이 역설했다. 또한 노대통령은 각각의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노무현정부의 경제·사회정책에 대한 언론과 학계의 '대리전'을 유도하려는 의도를 보였다(이미 지난해 '사회양극화해소를 위한 국민연대'가 결성되어 이러한 의도의 일단이 드러나기도 했다). 물론 증세는 부유계급에 대한 수사적 공격을 통해 노무현 정부의 인민주의적 대중동원에 활용될 여지도 있다. 그렇지만 인민주의적 공격이 부유계급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공문구에 그칠 때가 많지만, 민중에게는 지극히 현실적인 고통을 강요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노무현정부는 성장잠재력의 약화, 사회양극화의 심화, 저출산고령화를 비롯한 새로운 미래 위험요인의 등장이 한국경제의 당면 문제라고 말한다. 그러나 값싼 노동력 투입의 둔화(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산업예비군층의 축소)와 설비투자의 감소, 생산성 향상의 저하에 따른 성장잠재력의 고갈, 산업부문·업종·기업·계층간 양극화 심화는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한국 경제가 택한 신자유주의 생존전략의 필연적인 귀결일 뿐이다.

 

세계자본주의의 위기와 대안세계화운동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장기불황에 빠져 있다. 국제금융기구의 경제구조조정에 편승해 신자유주의 정책에 적응한 일부 산업·기업은 주가폭등, 수출확대를 통해 팽창에 성공했지만, 이는 결국 초민족자본의 자본소득과 경제지배력 확대에 기여한다. 최근 초민족자본의 성격과 이들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따른 논쟁이 확산되고 있지만 글로벌스탠다드와 재벌개혁을 외치든 재벌총수의 경영권 방어를 추구하든 이는 민중에게 다른 형태의 재앙일 뿐이다.

노무현정부는 진퇴양난의 궁지에 몰려 있고, 매우 빠른 시일 내에 '레임덕'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을 계승하면서도 인민주의적 대중동원에 의존해 지지층을 끊임없이 재규합해야 하는 지극히 어려운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정부는 기술관료-NGO를 매개로 위기관리체계를 유지하고 사회운동을 공격 또는 포섭하면서, 임시방편적인 수단에 의지해서 정치적 국면들을 돌파해왔다. 그러나 아랫돌을 빼내서 윗돌로 얹는 조삼모사 방식의 양극화 해소 방안은 민중에게 더 큰 고통을 강요하려는 수단일 뿐이다. 물론 노무현정부의 집권 이후 인민주의적인 정치토양은 더욱 굳건해졌다. 하지만 세계경제의 위기는 초민족자본과 한국 자본의 '공생관계'를 근저에서 잠식하고 있으며, 한국 지배세력의 정치프로그램을 제약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유일한 대안이라거나, '외국자본'에 대항해 한국자본을 보호해야 한다거나, 현 정부와의 대화나 협약을 통해 민중의 고통을 완화할 수 있다는 모든 주장은 세계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거부한다. 그렇지만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근본적으로 지양하려는 사회운동은 위기에 대한 객관적 인식을 출발점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서만 대안세계화운동에 적합한 노동자운동의 개조, 여성운동과 노동자운동의 결합, 대안세계화 운동과 반전운동의 결합이라는 우리의 과제를 펼쳐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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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6-02-05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글쎄요, 흠 ...
 

293호 2006년 1월 20일(금)


참여와 타협의 주술에서 벗어나자!
-2006년 연대운동의 확장을 위한 민중운동의 과제


 

폭력의 확산과 저항의 확산

IMF 구제금융협약 이후 한국의 자유주의 정권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금융화된 초민족적 자본의 이해에 완전히 종속된 새로운 축적 체계(이는 동시에 자본주의 경제위기에 대한 위기관리체계이기도 하다)는 경기 안정과 구조조정을 요구했고, 동시에 이를 추진할 수 있는 집행력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대중의 지지를 필요로 했다. DJ의 정권교체와 노무현 정권의 출범은 이런 맥락에서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IMF와 세계은행, WTO 각료회의 같은 무역·금융투자기구의 위상을 제고하는 것이었다. 또 국가들 사이의 체계를 조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전 세계 지배세력들은 WEF, APEC 같은 회의에서 자신들의 견해를 공공연히 드러내며 조율했고, 이런 것들을 축제화하면서 대중들을 선동해나갔다.

노무현 정권은 번영과 사회적 갈등의 해소를 약속했다. 금융화된 초민족적 자본의 투자처를 확대하는 것만이 평화번영의 유일한 길이라고 했다. 이것이 거짓말임이 드러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도 안 걸렸다. 노동의 불안정화에 따른 경제적 궁핍과 가족을 유지할 수 없는 데에 따른 공동체의 해체의 위기를 겪으면서 대중은 이 모든 것이 자신을 향한 폭력(착취)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었다. 평화와 번영은커녕 한반도의 위기상태는 지속할 뿐이었고, 테러와의 전쟁(인간안보)이라는 미명아래 이라크 전쟁은 오히려 확산일로의 길을 걷고 있었다.

대중들은 다양한 형태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드러내려고 했다. 2003년 열사들의 분신·자결을 시작으로 김선일 피살 사건에 분노해서, 핵폐기장에 건설에 맞서서, 미군기지 확장에 맞서서, 노동의 불안정화와 농업말살에 맞서서 노동자 농민, 여성들은 투쟁했다. 그리고 나아가 오늘날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향한 지배세력들의 공론장인 WTO각료회의와 APEC에 맞서는 투쟁을 조직해나갔다. 자본이 세계화되는 만큼 이에 맞서는 투쟁도 조금씩 세계화되고 있다.

 

대중운동의 정치적 후퇴

하지만 이러한 투쟁이 민중의 정치적 단결과 사회적 관계의 변화를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 (다양한 방식으로 분리, 위계화된 노동자의 현실에서 알 수 있듯) 구체적인 현실에서 노동자, 농민, 여성은 개개인으로 분리되어 있고, 무엇보다도 한국사회의 정치지형에서 민중은 자신의 혹은 서로의 문제를 정치쟁점화 하는데 완전히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오늘날 대중조작적인 인민주의적 경향이 정치지형을 지배하고 있는 데다, 대중의 정치적 권리를 몇몇 정치스타에 대한 정념적 지지로 이해하는 관행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모든 운동이 자기 개발을 담보할 수 있는 이념과 결합하는 것도 아니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가속하는 지배세력들의 정치공세 속에서 기존에 있던 대중조직의 운동이 마땅한 대응 방법을 못 찾을 때 대중의 통념에 기대어 문제를 해결하려 들거나 이미 운동에 내재해 있는 이념으로 현실을 해석하려 드는데 이는 현실에 대한 과학적 인식을 저해하고 대중운동이 운동의 미래를 구성하기 위한 적합한 관념을 형성하는데 장애가 된다. 대중운동에서 종종 드러나는 (민족주의적 틀에 갇혀있는) 코퍼러티즘적 경향은 가장 전형적인 사례일 것이다.

자본주의의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민족주의는 지극히 수동적이며 폐쇄적인 형태로 변모한다.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는 한 민족국가의 발전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이런 상황에서 민족의 보존(통합)이 다른 문제를 압도하게 되면 민족주의 이념은 자신의 보편성을 탈각하고 고립주의적인 경향을 띠며 급격히 우경화된다. 한편 경제위기상황에서는 지배세력들의 공세만이 강화될 뿐 타협의 여지는 크게 줄어드는데 이런 상황에서 기존 대중조직의 운동은 타협을 통한 탈출구를 찾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고, 결국 최종목표를 대중조직으로서 자신만이라도 온전하게 하는 것으로 조정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대중조직은 노동자/농민 일반이 아니라 오로지 조합원만의 이익을 대변하게 되고 그런 상황에서는 비즈니스 노선이 강화된다.

불행히도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는 한국사회의 대중운동에서 이 같은 경향은 더욱 더 지배적인 경향이 되고 있다. 농민운동은 ‘식량주권’을 제기할 때 농민의 생존권, 농업에 대한 민중의 민주적 결정권보다는 민족국가의 안녕(식량안보)이라는 차원에서 제기하는 때가 더 많았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은 이 문제조차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고, 지배세력들에게서 농업회생의 방안을 찾을 수 없었던 농민운동은 투쟁의 응집력을 통해서 이것의 문제점을 폭로하면서도 노무현의 배신 속에서 조직력과 투쟁력을 급격히 상실하게 된다. 2005년 두 농민 열사의 죽음에서 농민운동은 노무현 정권과 지배세력들의 농업말살정책에 치를 떨어야 했지만, 응집력을 보여주는 것에서조차 어려움을 겪고 만다.

노동조합운동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맞서는 조합원의 투쟁을 응집력 있게 전개하는데 큰 성과를 얻지 못했다. 몇 번의 총파업 선언은 불발로 끝나거나 몇몇 사업장의 응집력에 기댄 채로 미약하게 전개된다. 이런 상황에서 기층 사업장, 연맹에서는 투쟁의 한계라는 이유로 몇 가지는 양보하고 쟁취하는 식의 교섭전략을 추구하게 된다. 이런 교섭은 종종 미조직노동자의 요구가 외면된 채로 진행되지만 ‘현실’이라는 이유로 정당화된다. 이 같은 노동조합의 비즈니스 노선(자기중심적인 실리주의) 위에서 민주노총은 ‘사회적 합의’를 수립하는데, 이런 코퍼러티즘 전략은 사실, 조합원 중심의 실리주의 노선을 방어하기 위한 제도적 표현에 불과하다. 2005년 비정규직 관련 노동법 개악저지투쟁에서도 이 같은 교섭전략(기간제 사유제한 예외를 인정한 단병호 의원의 수정안)이 문제가 된다. 단위사업장의 교섭전략이 당과 총연맹의 교섭무대에 그대로 등장한 셈이다. 2006년 국회 투쟁을 기약하는 것으로 2005년 노동법개악저지투쟁을 마무리해야 하는 현실은 결국 오늘 노동조합운동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문제의식만 앙상해진 공동투쟁, 그리고 민중운동의 분열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강화한다는 목표아래 민중운동은 공동투쟁을 조직해 왔다. 이의 대표적인 사례로 전국민중연대 운동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 조직 출범 3년 동안 공동투쟁이 제기했던 본래의 문제의식은 (반신자유주의 전선 강화, 운동의 외연 확대) 점점 축소되고, 대중운동들이 자체로 추진할 수 없는 투쟁들(시민운동과의 연계-외연 확장, 일정조율, 반전-반세계화운동)을 대리하는 양상이 강화된다. 이 과정에서 실용주의적 경향이 난무하고, 정치토론은 실종된 채로 기존 운동의 이념(민족주의)이 복원되면서 패권적 경향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오늘 노농연대 투쟁이 안 되는 이유는 (강력한 정치조직/연대체의 부재 때문이 아니라) 대중운동 내에 자기중심적 실리주의적 경향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해야 하지만, 공동투쟁은 계속 이런 경향아래 갇혀져 있었고(기존 대중조직 운동의 외연 확대 - 시민단체를 끌어들이기 위한 각종 대책위 남발), 위기에 대한 공동의 인식에 근거해 민중들의 유대와 공통관념(반신자유주의 문제의식)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은 조금씩 뒤로 밀려났으며, 실용주의적 경향(투쟁의 이합집산, 일정조정)만이 강화되어 왔다.

기존 대중조직의 운동들 사이에서 조직 방어적이며, 자기중심적인 실리주의적 경향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노농연대는 구호수준에만 머무를 뿐이다. 공동투쟁은 더더욱 형해화하고 그 자리에는 특정 조직의 단일사안 단일요구의 투쟁만이 남았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동당의 의회진출이 이루어지는데, 이런 상황에서 대중들이 자신의 권리를 어떻게 정치쟁점화할 것인가에 대한 인식의 폭은 오히려 좁아졌다. 수세적인 국면에서 이루어진 의회진출은 민중운동의 국회 의존성(대정부 의존성)을 도리어 더 높이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가 결합되면서 민중운동의 역량은 국회 앞으로 집중하게 되고, 결국 가을 정기국회를 전후로 각종 요구들이 나부끼는 농성투쟁이 모든 민중운동의 투쟁을 대신하게 된다. 국회 앞 투쟁은 자신의 요구도 중요하다는 식의 알리바이를 제공했고, 현 단계 정치 투쟁의 방향, 민중운동의 과제를 망각하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자기 조직 확장을 위한 기본목표(의식화, 조직화)마저 사라지고, 소속된 조합원들로부터 책임을 면하기 위한 요구안의 달성여부가 투쟁의 기본목표가 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반신자유주의 전선 강화는 고사하고 조합원의 확보조차도 쉽지 않게 된다. 지배세력들과의 타협이 어려운 상황에서 투쟁목표는 현실화라는 미명아래 낮게 조정되고, 이렇게 낮게 조정된 투쟁목표는 지배세력들의 목표지점과 일치하는 것이어서 결국에는 기존 조합원의 요구를 방어하는 것도 실패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배세력의 신자유주의 공세에 반발하는 운동이 이제는 국회 앞에서 관리 받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다.

 

2006년 민중운동진영의 연대운동이 나아가야 할 것

오늘날 한국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한 대중운동의 발본적인 인식과 노선의 변화 없이는 이런 상황의 타개가 매우 어렵다. 경제위기상황에서 코퍼러티즘적인 운동노선이 불가능해진데도 기존 노선을 고집하려 들고, NGO 운동에 의해 관리 받고 끝내는 배신당하는 상황(2005년 12월 1일 7개 시민단체의 노동법 개악안 지지 사태)에서도 민중운동의 정치적 단결보다도 시민단체와의 연대에 최우선적인 가치를 둔다면, 민중운동은 자신의 존립기반조차 상실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는 운동을 조직하기 위해서는 시선을 과거가 아닌 현재로 돌려야 한다. 정세인식을 위한 토론을 강화하고, 운동 내에서 어떤 요소들을 강화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인민의 권리를 자율적으로 실현하고, 사회적·경제적인 변혁을 추구하며, 사회운동과 공동체 사이의 교통과 연대를 확장하려는 운동’ 우리는 이를 대안세계화운동이라고 부른다. 공동투쟁이 무조건 만능이 아니다. 이 같은 요소들을 강화하기 위한 연대운동을 조직하면서 그 내에 다양한 물질적 장치(조직 이념, 조직 운영 원리)를 재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연대운동의 방향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민중운동은 지배세력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하고 이에 근거하여 정치적인 단결을 추구해야 한다. 민중운동이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서는, 그리고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는 운동의 이념으로서 대중의 공통관념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조직 혁신으로 되지 않는다. 급진적이며 변혁적인 대중 운동이 일어나면서 새롭게 주체가 형성되고 이것이 대중조직의 운동과 교통할 때 혁신의 기운을 확인할 수 있다. 지배세력들과의 정치적 단절(반신자유주의)을 강조하는 것은 이 같은 운동 주체를 형성하기 위한 최소의 전제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오늘 국가(및 사회체제)가 대중에게 가하는 폭력(착취, 배제)의 현주소에 대한 면밀한 인식과 이를 대중과 공유하기 위한 정치폭로가 필요하다. 자유주의들과 NGO운동이 심어놓은 ‘민주주의’의 미망에서 벗어나 민주주의의 경계를 확장하고, 현존하는 사회관계의 변혁을 위한 머나먼 길에 나서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다양한 운동과 더 많은 운동이다. 대중을 분열시키려는 지배세력들의 책략에 맞서는 다양한 운동들이 등장할 수 있도록 우리는 이를 격려해야 한다. 전쟁에 반대하는 운동에 여러 주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는 운동에 노동자, 농민, 여성이 자신의 목소리를 조직하며 운동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시기에는 이런 다양한 운동들이 등장할 수 있도록 여러 조건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다.

이렇게 등장한 다양한 운동들 사이에서 수평적인 토론이 확산되어야 한다. 공동투쟁에 참여하는 여러 운동 주체들이 자신의 경험, 자신의 이념, 자신의 전망을 놓고 평등하게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운동들 사이의 교통을 통해서 대중들이 직접 자신의 정치적 권리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한 공동의 인식을 확장하면서 운동 전망에 대한 공동의 관념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원리들이 연대운동체/공동투쟁체의 조직운영원리(의사결정기구의 민주화)에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

지금 만일 우리가 민중운동의 연대운동에 대해 새롭게 토론하고자 한다면, 바로 오늘 대중운동 현실에 대한 냉정한 인식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연대운동과 공동투쟁은 공동의 인식을 전제로 공동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운동이지만, 동시에 대중운동의 혁신을 위한 운동이며 변혁적인 운동 주체의 형성을 위한 운동이기도 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연대운동에서 노력과 고민을 집중해야 할 지점이 있다면 바로 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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