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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이주 - 세.상.보.세 2
피터 스토커 지음, 김보영 옮김 / 이소출판사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표지 사진에 약간의 거부감이 느껴지는 걸 보면 나는 아직 덜 됐다. 이 책의 표지사진은 '말리 인 열 명의 추방 반대 단식 투쟁에 연대하는 시위 도중에 파리 경찰 기동대 옆에 서 있는 아프리카 출신 이주민'을 찍은 것이라고 한다.(책 날개에 씌인 이 글을 보고서야 "야-, 으샤으샤-"했지만..) 한국사회에선 이주노동자가 이렇게 담배를 물고 경찰기동대 앞에서 시위를 한다고 한다면 언론들이 어떤 눈으로 볼까?
한국의 언론에 비친 이주노동자는 '정말 착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인데 월급도 못 받고 어렵게 산다, 불쌍하고 가난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 보살펴줘야 되지 않겠나'하는 관점이 강한 듯 하다. 그러니, 한쪽에선 한국기업의 해외진출과 제3국의 값싼 노동력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고, 또 한쪽에선 이주노동자에 대한 '보살핌'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함께 나오는 것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야말로 병주고 약주기다.
'불쌍하고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고 생각할 뿐, 왜 그들이 가난해졌는가에 대한 생각은 안중에도 없다. 동정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언론의 관점이 언제 또 달라져, 이주노동자가 일자리를 뺏고 있다거나 범죄를 일으키고 있다거나 나라 경제가 어려운데 이주민까지 들어온다는 건 말도 안 된다는 논조로 바뀔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한국인노동자들의 노동운동에도 국가경제를 운운하는 이들이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운동을 고운 눈으로 바라볼 리 없다.
이런 잘못된 오해와 편견을 깨뜨리기 위해 공부 좀 하라고 쓴 책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 책이다. 아주 얇은 책이지만, 왜 이주(노동)를 하게 되는지, 이주의 규모는 어떠한지, 이주로 인해 송입국과 송출국이 어떠한 이득을 얻고 있는지 통계자료로 알려주고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본 이주에 관한 다이제스트라 할 만 하다.
"이주민이 많은 나라에서 이주민이 야기하는 문제로 거론되는 부분-경제적 문제든, 사회적 문제든-이 오해에서 비롯되어 있음을 밝혀준다. 이주에 관한 논쟁이 서구 미디어에 의해 과대 포장되어, 마치 부유한 나라를 괴롭히는 사회 문제의 대부분이 이주민 때문에 야기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피터 스토커의 책은 신화로부터 사실을 분리해주는 훌륭한 해독제가 될 수 있다. 이 책의 독자들은 면밀한 연구의 결과이면서 매우 잘 읽히도록 씌어진 이 책에서 많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 보나 말왈<<수단데모크라틱 가제트>>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