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어나더커버)
태수 지음 / 페이지2(page2)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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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고단하지 않은 날 나는 다정한 사람이었다.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 中에서


다정함의 총량을 늘리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는 저자는, 그러니까, 혼자라면 이런 것이 필요없겠지만, 결국 사람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니, 사람들과 함께 하려면 그만큼의 체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혼자가 좋다. 


물론 이 혼자라는 것은 '집'에서의 혼자를 말한다. 밖에서는 사회생활을 해야 할 것이다. 나는 사회생활에서 쏟는 에너지가 큰 편이다. 에너지를 크게 쓴다는 것은, 밖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사람을 대하는 것도, 그들과 나누는 대화도 나에게는 에너지가 소진되는 활동이다. 그러니 집에 돌아 오면, 나는 나의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쉬어야 한다.


​그 쉼은, '잠'으로도 보충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 것으로도 충족된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면 그렇게 하기 쉽지 않다. 누군가의 뒤치닥꺼리, 누군가를 위한 이런저런 일들이 있기 때문이고, 나의 성격을 알아서 매번 연락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아무 일 없는 것이라 여기는 친정 식구들이 비해, 그것과는 정반대의 행동을 요구하는 시어머니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신경도 써야한다. 


​나는, 저자처럼, 그 다정함을 계속 보여주기 위해서 체력을 키우고 싶은 마음은 없다. 책을 읽어도 가끔 이렇게 생각이 다른 문장들을 만나기도 한다. 


​나는 더이상 서운해하는 것도 지쳐 그냥 기대하지 않는 쪽으로 마음을 틀었다.

-나는 가끔 너에게 이유없는 칭찬을 주고 싶다 中에서


굳이 사람들의 칭찬에 목말라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회사에서는, 직원들의 동기 유발과 성장을 독려하는 측면에서 칭찬도 하고,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보여준 노력도 찾아서 칭찬을 전달한다. 어쩌면 계산된 칭찬인데도, 이게 회사라는 사회에서는 의미있는 칭찬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매번 사람들에게 칭찬을 들으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칭찬을 가장한 남들의 관심에 기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소년의 인생은 즐겁다.

청년의 인생은 힘겹고

아빠의 인생은 무겁다.

-살아남았다는 건 강하다는 것 中에서-


저자는, 누군가가 해주지 않는다면, 나 자신이라도 해야한다는 생각을 곳곳에 드러낸다. 굳이 남이 해주지 않더라도, 나 스스로 나에게 칭찬도 하고, 격려도 한다. 도망치지 않는 것도 능력이야. 넌 충분히 대단한 사람이야라고.. 


연예인, 아이돌을 응원하다가도, 누군가가 나에게 그만큼 응원받은 적이 있는가 생각한다. 실패도 받아들일 수 있을만큼 내 자존감을 태워줄만큼 나는 나를 사랑하는가를. 그래서, 어쩌면, 이 책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 힘을 주는 책일지도 모르겠다. 


자존감, 저자도 '지겹지만' 자존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이 사랑받을만한 가치가 있나 없나'하는 것은 타인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 남이 시선에 따라 나의 자존감을 높여야 하는데 관심을 주지 않으니, 남을 내려쳐서 나를 위로 올린다. 그래서 남을 조롱하고 미워하고 혐오한다. 그래서 요즘 세상이 이리 각박한 걸까?


"관심받고 싶어서" 명품백을 들고 삼각김밥을 먹는다. SNS로 보는 내 모습은 행복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누군가가 부러워하는 내 모습을 위해, 대출 한도를 늘려가며 명품을 찾는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살아야할까? 나 역시 SNS로 다른 이들을 -보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명품이나 좋은 차가 부러웠던 적은 없다. 


​관심받고 싶어서 명품백을 산다는 그 말에는, 그 자신 역시 남을 볼 때 '사람'이 아닌 '물건'을 본다는 말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까, 이걸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볼 수도 있지만, 나는 '개인'의 문제도 많다고 본다. 관심 받고 싶어서 할 수 있는 행동에는 '좀 더 괜찮은 방법'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책이 조금 가볍다고 느꼈다. 과연 이 책이 어른의 행복을 이야기한 책이 맞는가 생각해본다. 성인이 되면 어른인걸까? 그럴수도 있겠다. 내 나이 쉰에 생각하는 어른의 행복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이 책을 통해서는 젊은 친구들의 행복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하고,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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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왔어요 - 2026 서울시교육청 어린이도서관 겨울방학 권장도서 ㅣ 우리 아이 인성교육 25
미요시 아이 지음, 김보나 옮김 / 불광출판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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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왔어요.

꿈이 오는가? 잠깐 생각해본다.

일단, 우리는 꿈을 꾼다.

'꾸다'라는 동사를 찾아보니 15세기부터 문헌에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니 꿈은 꾸는 것이다.

그런데, 네이버에 찾아보니 표준국어대사전에 '꾸다'란 '꿈을 보다'라고 되어 있다.

일본어로 夢を見る 꿈을 본다고 하는데,

나는 살면서 우리말로 꿈을 본다고 한 적이 없다보니 한편으로 좀 그렇다.

어쨌든, 이 그림책은 일본의 그림책이고,

일본어로 봐도 '꿈이 온다'는 것은 작가의 의도가 드러난 단어일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꿈이 어디에서 왜 오는 것일까?

나는, 꿈을 꾼 적이 거의(내 기억에 한 두번 정도) 없어서

어떤 꿈을 꾸는지도 궁금하였다.

이 그림책 속 꿈들은 귀엽다.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꿈,

밤하늘 젤리를 먹는 꿈,

엄마가 많아지는(?) 꿈,

고양이와 목욕탕에 가는 꿈.


머릿 속에 상상하고 있던 것들이 찾아오기도 하고,

하고 싶었던 것들이 오기도 한다.

그리고 꿈은

부웅부웅, 몽실몽실, 피융피융, 쫄깃쫄깃, 말캉말캉, 둥실둥실, 보들보들, 쓱쓱, 싹싹, 그렇게 온다.


그렇게 많은 꿈들은 모여서 모두 함께 동네를 걸어다닌다.

언제까지고 끝나지 않는 꿈속에서만 열리는 축제 같은 꿈을 꾼다.

이 그림책 속에 있는 꿈들은 알록달록 예쁜 꿈들이다.

물론, 꿈이란 게 언제나 예쁘고 귀여운 꿈들만 있을 건 아니지만,

꿈들이 모여 내일은 어떤 꿈으로 찾아갈까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사랑과 행복을 주려는 것이겠다.

꿈을 꾸는 밤, 그 밤이 지나고 아침을 맞을 때 행복한 웃음으로 일어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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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어떻게 풀어요? ㅣ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25
김영순 지음, 모지애 그림 / 북극곰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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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어떻게 풀까?


한국어를 외국인에게 가르치던 때가 있었다. 벌써 20년도 훌쩍 넘은 때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쓰던 단어들을 설명하려니 어려웠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쉽게 알려주면서도 재미있게 가르쳐줄까를 늘 고민해야했다.


아이를 키우면서는 더 그랬다. 성인인 외국인에게는 상황과 분위기, 그리고 그에 대응하는 모국어 단어 등을 활용할 수 있었지만, 아이는 달랐다. 아이에게는, 단어의 뜻을 알려주는 것도 필요했지만, 그 단어를 어떨 때 사용하는지, 그때는 어떤 기분인지, 그런 상황이란 무엇인지 종합해서 가르치고 싶었다.


가장 좋은 방법이 뭘까 고민했을 때 내가 찾은 답은 그림책이었다. 그림책은 언어 습득의 실용적 측면도 있지만, 사람들에게 필요한 인생의 가르침을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마음은 어떻게 풀어요』를 읽고 나서, 이 책도 그런 책 중에 하나구나 했다. 


마음은 어떻게 푸는것일까? 친구가 화가 난걸까? 왜 화가 난걸까? 무엇이 문제일까? 물어볼 수도 없고, 궁금은 하고, 어떻게 하면 마음을 풀어 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아이가 보인다. "미지야!"하고 불렀는데 미지가 후다닥 못들은 척 뛰어가버린 것이다. 


미지의 마음을 어떻게 풀지?

마음이 산수야? 마음을 어떻게 풀어?

큰일났네, 미지의 마음이 안 풀리면 어떡하지? 마음이 너무 무거워.

마음이 바위야? 마음이 어떻게 무거울 수 있어?

혹시 내가 마지막 남은 쿠키를 먹어 치워서 미지가 화난 걸까? 

혹시 어제 내가 지후랑 집에 같이 가서 미지가 토라진 걸까?

혹시...


마음과 관련 있는 여러 단어들이 쏟아진다. 

아이들은 이런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할까? 

아이들의 생각을 들어보면서 그림책을 한장 한장 넘겨본다면 

아이들의 마음도 알아볼 수 있겠다.


누군가의 마음을 풀어 주려면, 먼저 그 사람의 마음을 알아야 해.

그럼, 그 마음을 알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물음이 꼬리를 물면서 답을 찾아가다보면, 우리는 미지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를 알게 된다.


친구의 마음을 푸는 방법도 알아보고, 친구들 간의 우정도 확인해볼 수 있는 그런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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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하고 녹슬지 않는 ㅣ 위픽
이혁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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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은 "단단하고 녹슬지 않는"이다. 그러나 책의 전면에는 "어느 늙고 미친 여자가 이 하찮은 일에 자기 목숨을 걸었다고"라고 적혀 있어서, 그게 제목인 줄 알았다. 그럼으로써 이 책은, 내 시선을 끈 셈이다. 게다가, 저 여자는 왜 그런 일에 목숨까지 건걸까? 궁금증이 생겼다. 


이 책은 위즈덤하우스의 위픽시리즈인데, 이 시리즈의 책들은 이런 표지를 갖고 있다. 그리고 하나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단편소설 시리즈인 위픽도, 이혁진 작가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독서동아리 선생님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전작들을 통해 작가는 계급적 차이에서 오는 개개인의 서로 다른 입장과 관계를 이야기해왔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에서도 동일한 사건을 두고 각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 사회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시키고 있다. 기술의 발달과 함께 발생하는 윤리적 딜레마는 현실 세계에서도 수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소설에는 우리가 평소에 생각해왔던 '윤리적 딜레마' 를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준다.


완전자율주행 자동차 '슈마허'를 만든 자동차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세희와 그 자동차를 개발하기 위해 자신의 젊음과 모든 것을 바친 재호, 재호가 없는 가정을 지키며 아들 건주에게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아내, 딸 애나의 목소리를 되찾기 위해 자신의 업무를 완벽하게 해내며 돈을 벌고 있는 매튜, 남편과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고 학교의 이사장으로 재직하다 한 아이와 부딪쳐 교통사고를 당한 영인. 


​모두의 입장에서 그들이 하는 행동은 정당성을 갖는다. 혹은 그렇게 해야 하거나 그렇게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 


​완전자율주행자동차를 만든 재호에게는 아들이 한 명 있다. 그는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아동용 이동의자인 '무버'에 의존하여 살고 있고, 아리스토텔레스를 통해 세상의 지식과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다. 건주는 걷기를 포기하고 '무버'에게 완전히 의지하여 살아간다. 아내는 그런 건주가, 걸을 수 없을까봐 걱정을 한다. 그래서 건주와 아내 사이에 대립이 일어나고, 학교에서는 '무버'로 인해 온갖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여기까지 읽다보니 이 이야기는 결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완전자율주행은 아니지만, 인간의 두 다리를 대신해서 이동하고 있는 '자동차'하고 하등 다를 것이 없다. 나는, 아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뚜벅이이고, 웬만한 거리는 걸어다니는 사람으로서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임에도 '차'를 운전해서 가지 않으면 가지 않으려고 하거나, 걸어가는 시간을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많이 만난다. 결국 아이들이 무버에 의존해서 걷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은 절대 낯설지가 않다. 


​최근에 자율주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다보니, 자율주행으로 움직이는 이동수단들의 윤리적 선택과 윤리적 책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이 책에서 세희가 기업의 이익을 위해 슈마허의 기능을 데이터에 입각한 경제논리로 학습을 시키는 모습이 나온다. 특히 교통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인간이라면 자신의 의지로 어떤 선택을 하였을 것이고, 그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지게 되지만, 자동차는,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목적으로 가지고 정해진 선택지를 따라 움직인다. 그렇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그 데이터를 학습시킨 사람, 즉 회사의 책임이 아닐까? 


"이걸로 슈마허에게 가르쳐줘. 전봇대를 받아 탑승자를 다치게 할 바에야 길고양이를 치는 게 훨씬 싸게 먹힌다는 걸. 애들한테 걷어차도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가르쳐주듯, 세희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런 눈으로 볼 거 없어. 이미 다 있는 거, 우리 다 하고 있는 거야. 보험사에는 평가액, 은행에는 신용 점수가 있고, 결혼 정보 회사에도 입사 시험에도 학교 시험에도 다 있잖아. 등급, 석차, 점수. 우리 이마엔 이미 바코드가 찍혀있어. 리더기만 들이대면 '삑' 하고 얼마짜린지 다 나와. 모른 척하고 아닌 척할 뿐이지."(p.19)


슈마허가 사고를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의 직관이나, 돌발 상황에 따른 자의적 판단이 아니라, 이미 정해져 있는 프로그램대로 움직이는 것이었다. 세희의 말대로 모른 척하고 아닌 척할 뿐이지 이미 급이 나눠져 있고, 그 잣대에 따라 많은 것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 데이터를 이용해서 그 데이터가 정해준대로 움직이는 것에 대해 인간은 '양심'의 소리를 듣거나,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저자는 재호의 아내와 영인을 통해 다른 생각을 전한다.


"늘 그래, 사는 건 계획과 예상을 벗어나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아내는 재호를 봤다. 그러니까 가르쳐줘야 할 건 기준이야. 뭐가 맞고 뭐가 틀린지, 이유가 어떻든 맞는 건 뭐고 틀린 건 뭔지. 이제 알겠어. 내가 제일 못했던 게 그거라는 걸, 그래서 애가 지금 이렇게 됐다는 걸. 아내는 후회스럽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니 나부터 해야지, 기준을 지켜야지. 아무리 울고 떼쓰고 날 미안하게, 아프게 해도 상관없어. 나쁜 엄마라 해도 괜찮아. 맞는 건 맞고, 틀린 건 틀려, 멀쩡한 두 다리로 태어난 건 고마운 일이야.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야." (p.53)


​"우리가 가르치는 것도, 아이들이 배워야 하는 것도 원칙입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완전하다고 착각하도록 떠받들어주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아이들이 작고 불완전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끔 이끌어줘야 하는 사람들이죠."(p.78)


​기준과 원칙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기준과 원칙, 우리는 그것을 뭐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무엇인가를 남보다 더 갖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남을 짓밟아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아이를 잃은 부모와, 부모를 잃은 자식이 원하는 것이 다르다고 해서(물론 평균적으로) 좀더 쉬운 쪽을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되는 것이다. 살면서 어떤 기준과 원칙을 정립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이 어떤 삶을 살아왔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 사람들 때문에 내 인생도, 세상까지도 사랑"(p.163)하고,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고통을 알죠. 사랑만이 고통에도 의미를 주니까요. 그 고통엔 의미가 있어 더욱 고통스러우니까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고통을 견디는 것도 의미가 있는"(p.164)것이므로 단단하고 녹슬지 않는 그 마음, 사랑이 필요하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더 붙인다면 "용기"일 것이다. 


"그게 뭐든, 할 수 있다는 건 능력이고 자기 자신의 일부야.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아무리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하는 상황이 살다보면 생기니까. 할 수 있는 건 해야 해. 그걸 하지 않는 건 선택이 아니라 용기가 없는 거야." (p.195~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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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병원에 간 날 - 어린이를 위한 암 이야기
다니엘라 로하스.이사벨 바예스 지음, 소피 알렉산드라 트레거 그림, 김정하 옮김 / 다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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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학교에서 돌아왔더니

엄마, 아빠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

나보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구석 자리에 앉으라고 했어.

우리가 극장처럼 꾸며 놓고 팝콘도 먹는 자리야.

아빠가 엄마를 찾으러 급히 병원으로 달려간 날을

기억하냐고 물었어.

난 고개를 끄덕였어.

그때 엄마가 병원에서 어려운 검사를 했다.

무슨 검사인지 말해 줬는데, 내가 모르는 말이었어.

그런데 이제 그 검사 결과가 나와서

엄마가 무슨 병에 걸렸는지 이야기해 줄 수 있다.


2018년 5월 1일, 근로자의 날. 

나는 이 날을 잊지 못한다. 기억하기 좋은 날짜인 것도 한 몫 했겠지만...

건강 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국가 암검진을 함께 받았다. 

그리고, 그 날 나는, 

암인 것 같으니 더 큰 병원에 가서 확인을 해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초음파 사진으로 암 세포임을 찾았던 의사선생님은

암이라는 것은 좋지 않은 소식이지만,

지금 찾았고, 크기도 크지 않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라며 위로해주었다.

​

참 이상한게, 

나는 그날 슬프지도 괴롭지도 아프지도 않았다.

그냥 병원 가서 한 번 더 확인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그리고, 대학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를 했고, 

물론 결과는 암이었다.


암환자가 된 나는, 

흔히들 미디어를 통해 보는 것과는 달리 굉장히 담담했고, 

치료 계획을 세웠으며, 

보험금을 확인하고, 

회사에 치료 일정을 알렸다.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암환자의 생활은, 많이 다르다. 

나는 그래서 이런 그림책이 나와 준 것이 참 반갑다. 

물론 암환자 중에는 손 쓸 수 없는 중병인 경우도 많지만, 

최근 의학의 발달로 초기 단계에서 암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러 단계의 증상을 볼 수 있으며 그들의 치료 방법 또한 다양하다.


이 그림책의 '나의 엄마'는 엄마에게 생긴 암에 대해 설명을 해 준다. 

우리가 보통 잘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간단하면서도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엄마의 병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병을 고치기 위해서 어떤 단계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아이에게 설명을 한다.  

그러고 나면, 엄마는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엄마의 병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면,

엄마의 외모 변화나, 심리적 변화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아이가 느끼는 불안이나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항암치료를 하게 되면, 머리카락이 빠지고 손톱 같은 것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항암치료 동안 부작용이 있는 사람들은 식사도 잘 못하고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할 수도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 

항암치료가 끝나고 방사선 치료를 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방사선 치료를 먼저 하고 항암치료로 들어가는 경우도 보았다.

그 순서는 어떻든 간에, 방사선 치료를 하게 되면 그 부작용도 여러가지 증상이 있다.

그렇게 치료가 끝나고, 향후 5년 간 문제가 없으면 완치 판정을 받게 된다.


이 그림책의 엄마가 겪는 치료의 과정이 쉽게 이루어지는 과정은 아니다. 

치료를 받는 사람은 치료과정의 부작용, 수술로 인한 상실감이나 외상, 심리적 불안 등을 겪기도 한다. 

그 과정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지만, 적어도 이런 과정을 거쳐 치료를 할 수 있으며, 이 과정들이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보았던 최악의 상황만 있지 않다는 것도 알려 줄 수 있다. 


어린 자녀들에게 깊이 이해시킬 수는 없지만, 이러한 설명은 아이들의 정서에도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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