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휴양지
로베르토 이노센티 그림, 존 패트릭 루이스 글, 안인희 옮김 / 비룡소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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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림책이지만, 어른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책이다.

띠지에는 '지붕킥'에서 나왔다는 홍보문구가 있는데,

나는 '지붕킥'을 보지 않았던 사람이라 이 그림책이 어떤 장면에서 어떻게 다루어졌는지를 알 지 못한다. 

다만 내용을 떠나, 그림이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는 듯하여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휴양지라.. 사람은 어떨 때 여행을 떠날까?

사람들과 어울려 떠나는 떠들썩한 여행도 좋고, 이것저것 생각을 정리하며 혼자 떠나는 여행도 좋다.

그렇지만 적어도 '휴양지'라고 하면 후자에 더 가까울 듯하다.

 

그림책 속 주인공(상상력을 잃어버린 화가)이 떠난 이유도 그와 같다.

이 그림책은 글보다 그림이 더 눈길을 끈다.

굳이 글이 없어도 이 사람들이 왜 이 마지막 휴양지를 찾아왔을까하는 생각을 하며 그림을 하나 하나 보게 된다.

 

어른이 되면서 가장 먼저 나에게서 사라진 것이 바로 상상력이 아닐까 싶다.

어릴 때 읽었던 무수한 이야기들이 진짜가 아니라 만들어진 세계라는 것을 알고 있고,

획일화된 교육을 받으면서 사고의 틀은 경직되어

뭔가 새로운 것, 창의적인 것을 떠올리기엔 너무 나이가 들어버렸다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아이가 원하는 역할놀이를 할 때도 그런 아쉬움이 많이 느껴진다.

우리집 아이는 특히 토끼인형이나 마트로슈카인형, 도라에몽이나 방귀대장 뿡뿡이, 백설공주인형과 같은

자기가 좋아하는 인형을 갖고 와서 나에게 매번 다른 역할놀이를 하기를 원한다.

사실, 그것도 한두번이지, 매일 하다보니, 이제 이야깃거리도 떨어졌다.

그런데도 아이는 여전히 샘솟는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런 아이를 보면서 내 상상력이 얼마나 빈약한지를 절감한다.

 

아이는, 하나의 경험을 통해 수십가지 이상의 이야기를 만들어내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다.

이게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일까?

 

그림책 속 화가가 갔던 마지막 휴양지에서, 문학 작품 속 주인공들을 닮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 주인공들은 자기의 이야기를 찾아 왔다가 다시 떠난다. 그들만의 이야기를 찾은 것일까?

적어도 그들은 그렇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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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도서는 월~화요일 중에 배송해 드릴 예정입니다.

1. 신간평가단 활동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이유 

공정무역,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 :  

최근 어린이책을 많이 읽은 터라 다양한 책읽기를 위해 인문사회 부문 신간평가단을 지원했고 

제일 먼저 받은 책이 이 책이다. 

개인적인 의문을 풀 수 있었고, 공정무역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어서 좋았던 책. 

    
2.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맘대로 베스트 

공정무역,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 

나를 일깨우는 글쓰기 

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 

명의2 

철학적 시읽기의 즐거움 


3. 신간평가단 도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 속에서 한 구절 

공정무역,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 

“지속적으로 일할 기회를 주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정당하게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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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
마쓰오카 세이고 지음, 김경균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저마다 책을 고르는 기준이 다르고, 책을 읽는 습관이 다르고, 책을 보관하는 방법이 다르다. 그리고 읽은 책을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드는가도 역시 사람마다 다른 기준과 방법을 가지고 있다. 가끔 책읽기에 대한 책이 나오면, 저 사람은 어떤 책읽기를 하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에 책을 펼쳐보게 된다. 나와 같은(혹은 비슷한) 기준과 방법이라면 공감을 하기 마련이고, 얼토당토 않게 자신의 책읽기를 자랑하는 책이라면 당장 책을 덮어버린다. 그렇다면 이 책은?

 

일단은, 인터뷰집이라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고, 저자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의 다독술이 흥미를 당기기도 했다. 나도 책을 적게 읽는 편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어린이책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서(아이 키우는 엄마라면 이런 경험이 있을 듯) 의도적으로 다른 분야의 책을 읽으려고 노력한다.

 

책의 제목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창조적이라느니, 이것이 답이라느니 하는 말이 그러하다) 야후 재팬에서 마쓰오카세이고를 검색하는데 마쓰오카 정도에서 자동검색어에 마쓰오카세이고의 이름이 보인다. 이 책의 원제는 [다독술]이다. 번역서가 출판되는 과정에 제목이 변형될 수도 있으니 그냥 넘어가자. 이 책을 읽고 자신의 독서 스타일을 찾아보고, 그리고 저자의 독서방법에서 취할 것이 있다면 자신의 독서에 적용시켜 보는 것도 좋겠다.

 

제3장에서는 차례독서법, 표시독서법, 독해력 단련법 등이 소개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앞의 두 방법 차례독서법과 표시독서법을 독서할 때 사용하고 있다. 물론 저자처럼 책을 완전 노트화시키지는 못했지만. 차례독서법은 내가 학생들에게 권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나는 학생들이 어떤 책을 읽을 때 이 책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차례를 통해 확인하고 그 책을 쓴 목적에 따라 책을 읽으라고 말한다. (문학작품을 읽을 때는 다르지만) 그러면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고, 빠르게 정보를 찾아내기가 쉽다. 내가 실용서를 읽을 때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독해력 단련법에서는 마치 스포츠게임과 같다는 비유로 저자의 '글쓰기 모델'의 특징을 파악하고 책을 읽으라고 말한다. 소개된 저자(다니가와 겐이지, 나카자와 신이치, 아카사카 노리오 등)들의 책이나 작품스타일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야구선수를 예를 들어 설명한 것(더군다나 마쓰이나 이치로를 알고 있는 나로서는)이 이해를 가능하게 해주었다. 사실, 이런 부분이 번역서를 읽을 때의 한계라고나 할까?

 

제4장에서는 편집공학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는데, 조금 어렵긴 하지만 독서를 하는 것이 편집을 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하였다. 링크를 늘리는 편집적 독서법(매핑 독서법)과 책은 세권씩 연결되어 있다는 책장 배열법은 특히 집중해서 읽었고 자신의 책장을 편집하는데, 가급적 '표면적 분류'를 하지 않도록 하라는 저자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야 하는 것은, 비단 독서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남의 방법을 쫓아간다고 해서 내 것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키북을 선택해서 책읽기를 확장할 수도 있고, 주제별 도해집을 만들거나, 사전이나 도감 등을 활용하여 책읽기를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책읽기의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한 사람의 독서 스타일을 살펴봄으로써 이 책을 읽는 독자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고, 다양한 책읽기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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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보물창고 50
모디캐이 저스타인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10년 3월
절판


이 책을 몇 번 읽은 한솔이에게 생긴 변화라면, 책을 읽으려고 할 때는 "우리, ~를 깨워봐요"라고 말하고,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을 때는 "엄마, ~도 잠을 자겠지요?" 라고 말하는 것이다.

왜냐면, 바로 이 책 속의 주인공들이 바로 우리가 책장을 열면 아침이 되고, 책장을 덮으면 밤이 되어 잠을 자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텔레비전 안에 연기자나 가수들이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그들이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였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기 쉬웠을 것이다. 그림책 속의 주인공들도, 우리가 책을 보지 않을 때 그들만의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참 재미나게 여겨졌다.

이 책 속의 여자아이는 아직 자기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지 않다. 아빠는 서커스광대로 열심히 일하고 있고, 엄마는 용감한 소방관이고, 오빠는 우주비행사로 자라는 소년이다. 하물며 고양이와 물고기, 개까지도 자신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그런데 여자 아이는 자신의 이야기가 없다는 걸 알고 다음 쪽으로 떠난다.

여자아이가 처음 만난 것은 큰 거위이다. 거위로부터 '독자'에 대해 알게 되고, 동화의 세계로 들어간다.

여기서, 책은 책속 이야기 주인공 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독자까지도 이야기 속에 포함시킨다.

거위와 함께 떠난 동화속 세상에서는 거위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집, 콩줄기를 타고 오르는 잭, 곰세마리, 유리구두의 주인을 찾고 있는 왕, 개구리왕자, 빨간 모자를 기다리는 늑대 등, 동화 속 주인공들을 만난다.

이 두 쪽에 걸친 동화세상에는, 한솔이가 읽었던 동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주인공들을 보면서 그 이야기를 상상해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물론 읽지 않은 몇몇 책들이 보여서 그건 다음에 읽어줄게하고 약속도 해야했다.

동화의 나라에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찾지 못한 여자아이는 추리소설의 세계를 지나고,

이상한 나라의 흰 토끼를 만나 토끼굴로 들어갈 뻔하기도 한다.

모험소설과 역사소설의 세계까지도 갔지만, 여자아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찾지 못한다.

한솔이가 아직은 모험이야기는 피터팬밖에 모르고, 역사소설은 더더욱 모르기때문에 이 부분은 설렁설렁 넘겼다. 초등생쯤 되는 아이라면 이 부분도 재미난 '쪽'이 될 것 같다.

과학의 세계로 넘어온 여자아이는 오빠를 만나고, 자신의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그건 바로 "자신의 이야기가 무엇인지 모르는 소녀의 이야기". 그래서 그 소녀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되기로 한다.

이 그림책 속에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한편, 여자아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찾는 과정을 보면서, 이 책을 읽는 독자인 아이에게 "너의 이야기는 무엇이니"하고 묻는 듯하다.

책을 다 읽은 후, 아이와 함께 자신이 써 갈 미래에 대해, 자신의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이 담에 커서 무엇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앞으로도 계속 한솔이 하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나는, 어떤 한솔이가 되고 싶은지 생각을 해보자고 말했다. 그 대답은 천천히 들려줘도 된단다.

그림도 재미나고, 곳곳에 숨은 이야기를 찾는 재미도 있는 책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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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바다 사계절 그림책
서현 지음 / 사계절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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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지 웃는지 모를 아이의 얼굴이 표지를 꽉 채우고 있는 [눈물바다] 제목만으로 봐서는 굉장히 슬플 것 같은데, 표지그림을 봐서는 잘 모르겠다. 저 아이가 왜 웃는지 우는지 모를 얼굴을 하고 있는지...

도토리처럼 생긴 녀석이 큼지막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이 녀석은 오늘 하루 계속 나쁜 일만 일어났다. 시험을 봤는데 아는 게 하나도 없거나, 점심밥은 맛이 없다. 게다가 짝꿍때문에 선생님에게 혼이 나고, 집에 가야 하는데 비가 내린다. 처량하게 빈 상자를 쓰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물을 뚝뚝 흘리며 집으로 들어섰지만, 아이를 반기는 건, 엄마공룡과 아빠공룡이 싸우는 모습이다. 엄마와 아빠를 공룡이라 표현한 아이의 심리가 읽혀진다. 식사시간에는 저녁밥을 남겨서 엄마공룡에게 혼이 나고, 잠자리에 들어서도 눈물이 난다. 자꾸만, 자꾸만. 아이의 창가로 얼굴을 삐죽이 내민 달님도 울고 있다.

이 아이에게 일어난 하루 일은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재수 없는 날이다. 그렇지만, 아이는 슬프다. 눈물이 날 만하다.

그런데, 어? 아이의 방에 눈물이 넘쳐나고 바다가 된다. 방안에 있는 모든 것이 흘러다니고, 아이에게 소리쳤던 엄마공룡도 떠내려온다. 그걸 바라보는 아이의 눈은, 웃음이 머금어져있다.

아이의 눈물 바다에는 많은 것들이 떠다닌다. 스파이더맨과 피노키오도, 자라 등을 타고 용궁가던 토끼도, 인어공주도, 산타할아버지도. 아이의 상상 속에 있던 모든 것들이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눈물바다가 된 페이지를 넓게 펼치면 거대한 파도가 치고, 아이는 서핑을 하듯 신나게 소리지른다.

"야-호!"


더 많은 것들이 떠내려온 눈물바다. 노아의 방주도 보이고, 인당수에 뛰어드는 심청이도 있다. 나무꾼과 호랑이는 나무를 붙들고 있고, 목욕하던 선녀는 황당한 표정이다. 신나게 모든 것을 눈물바다에 빠트린 아이가 뭔가 생각하는 듯한 이 장면.

결국은 아이는 그 모든 것을 눈물바다에서 건져낸다.

눈물바다에 빠졌던 모든 것들에게 미안해한다. 그러나, 아이의 마음은 어느새 시원하게 뻥 뚫려있다.

눈물을 흘림으로써 자신의 마음 속에 있던 찌꺼기를 모두 흘려내보낸 것일까? 실컷 울고 난 뒤의 후련함처럼 아이의 마음도 그렇게 보인다.

아이든 어른이든 울고 싶은 날이 있다. 왜 나만 이렇게 재수가 없나, 왜 나만 되는 일이 없나, 우리 가족(혹은 사람들)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혼자만의 생각에 잠기다보면 어느새 그것은 사실이 아닌 사실이 되고 더 깊은 우울 속으로 빠져들기 마련이다. 이럴 때 눈물은, 감정을 정리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주기도 한다.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면서 떨칠 수도 있고, 여행을 떠나 마음을 비우는 것도 방법이다. 재미있는 영화를 보면서 마구 웃어도 좋다.

그리고 오늘은 마음 놓고 펑펑 울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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