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바다 사계절 그림책
서현 지음 / 사계절 / 2009년 11월
장바구니담기


우는지 웃는지 모를 아이의 얼굴이 표지를 꽉 채우고 있는 [눈물바다] 제목만으로 봐서는 굉장히 슬플 것 같은데, 표지그림을 봐서는 잘 모르겠다. 저 아이가 왜 웃는지 우는지 모를 얼굴을 하고 있는지...

도토리처럼 생긴 녀석이 큼지막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이 녀석은 오늘 하루 계속 나쁜 일만 일어났다. 시험을 봤는데 아는 게 하나도 없거나, 점심밥은 맛이 없다. 게다가 짝꿍때문에 선생님에게 혼이 나고, 집에 가야 하는데 비가 내린다. 처량하게 빈 상자를 쓰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물을 뚝뚝 흘리며 집으로 들어섰지만, 아이를 반기는 건, 엄마공룡과 아빠공룡이 싸우는 모습이다. 엄마와 아빠를 공룡이라 표현한 아이의 심리가 읽혀진다. 식사시간에는 저녁밥을 남겨서 엄마공룡에게 혼이 나고, 잠자리에 들어서도 눈물이 난다. 자꾸만, 자꾸만. 아이의 창가로 얼굴을 삐죽이 내민 달님도 울고 있다.

이 아이에게 일어난 하루 일은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재수 없는 날이다. 그렇지만, 아이는 슬프다. 눈물이 날 만하다.

그런데, 어? 아이의 방에 눈물이 넘쳐나고 바다가 된다. 방안에 있는 모든 것이 흘러다니고, 아이에게 소리쳤던 엄마공룡도 떠내려온다. 그걸 바라보는 아이의 눈은, 웃음이 머금어져있다.

아이의 눈물 바다에는 많은 것들이 떠다닌다. 스파이더맨과 피노키오도, 자라 등을 타고 용궁가던 토끼도, 인어공주도, 산타할아버지도. 아이의 상상 속에 있던 모든 것들이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눈물바다가 된 페이지를 넓게 펼치면 거대한 파도가 치고, 아이는 서핑을 하듯 신나게 소리지른다.

"야-호!"


더 많은 것들이 떠내려온 눈물바다. 노아의 방주도 보이고, 인당수에 뛰어드는 심청이도 있다. 나무꾼과 호랑이는 나무를 붙들고 있고, 목욕하던 선녀는 황당한 표정이다. 신나게 모든 것을 눈물바다에 빠트린 아이가 뭔가 생각하는 듯한 이 장면.

결국은 아이는 그 모든 것을 눈물바다에서 건져낸다.

눈물바다에 빠졌던 모든 것들에게 미안해한다. 그러나, 아이의 마음은 어느새 시원하게 뻥 뚫려있다.

눈물을 흘림으로써 자신의 마음 속에 있던 찌꺼기를 모두 흘려내보낸 것일까? 실컷 울고 난 뒤의 후련함처럼 아이의 마음도 그렇게 보인다.

아이든 어른이든 울고 싶은 날이 있다. 왜 나만 이렇게 재수가 없나, 왜 나만 되는 일이 없나, 우리 가족(혹은 사람들)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혼자만의 생각에 잠기다보면 어느새 그것은 사실이 아닌 사실이 되고 더 깊은 우울 속으로 빠져들기 마련이다. 이럴 때 눈물은, 감정을 정리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주기도 한다.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면서 떨칠 수도 있고, 여행을 떠나 마음을 비우는 것도 방법이다. 재미있는 영화를 보면서 마구 웃어도 좋다.

그리고 오늘은 마음 놓고 펑펑 울어도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