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을 품은 나무 미래의 고전 36
오지연 지음 / 푸른책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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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동시집다운 동시집을 읽었다는 느낌이 든다. 늘, 동시집을 읽을 때마다 느끼던 약간의 아쉬움이 무엇이었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게 되었다. 그랬다. 발상의 전환. 새롭게 보기의 즐거움. 그것이었다. 내가 오지연 시인의 동시집을 읽는 동안 무릎을 탁! 치며 어머!라는 감탄사를 연방 내뱉은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던 듯하다. 많은 시인들이 어린이의 감성을 들여다보며 시를 쓰지만, 정말 그런 느낌을 주는 동시들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이 동시집은 드물게(^^) 내가 추천하는 동시집이다.

 

제1부 거꾸로 보면

 

거꾸로 보기, 뒤집어 보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편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아이들에게 독서지도를 하면서 입장 바꿔 생각해보기를 많이 해본다. 내가 아닌 상대의 입장이 되어보는 경험. 그것은 아이들에게 텍스트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힘을 가졌다. 그렇다면 거꾸로 보기는 어떨까?

 

거꾸로 보면

 

?

 

거꾸로 보면

후크 선장의 갈고리

아니야,

답을 낚는 낚싯바늘이야.

 

!

 

거꾸로 보면

턱을 고인 오른팔

아, 그래!

문득 떠오르는 생각.

 

                                                                       <<알을 품은 나무>> 중 <거꾸로 보면> 전문

 

물음표와 느낌표를 거꾸로 볼 생각도 안해봤다. 거꾸로 보니, 그렇네!! 초등저학년 아이들에게 문장부호의 중요성을 늘 가르치곤 하는데, 이렇게 부호를 거꾸로 보니 또다른 생각타래가 이어진다. 며칠전 우리집 아이는 큰 따옴표와 작은 따옴표 구분이 힘들다며 나에게 물어왔었다. 문장 부호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요런 시 하나 읽어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가 하면 <곰과 문>에서는 내가 어릴 때 곰이라는 글자를 써놓고 거꾸로 들고 문이라고 막 웃었던 생각이 난다. 생각해보면 그 시절에는 글자를 거꾸로 놓고 보는 일도 자주 있었다. 다른 장에 있긴 하지만 <피아노>라는 시도 거꾸로는 아니지만 뒤를 보고 속을 본다. 어쩌면 우리는 어ㅏ린 시절 그런 호기심을 갖고 살았던 것 같다. 그저 보이는 면 밖에 볼 줄 모르는 지금의 내 모습이 씁쓸해지는 순간이었다.

 

 

제 5 부 알을 품은 나무

이 동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알을 품은 나무>

 

알을 품은 나무

 

"이제 나는 아무 쓸모도 없어."

 

곧 쓰러질 듯 기운이 없던

늙은 상수리나무

뻥 뚫린 가슴 속에

소쩍새가 알을 다섯개나 낳았다.

 

주저앉으려던 마음이

스을슬 구부정한 허리를

애써 곧추세운다.

 

알을 품은 나무가

뼈만 앙상한 팔로

제 가슴을 꽉 끌어안았다.

 

어느새 날개 돋는 꿈을 꾼다.

 

                                             <알을 품은 나무> 전문

 

이 동시집에는 작가말대로 나무가 많이 나온다. 나무는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이 보는 자연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우리는 나무를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배운다. 수명을 다했다여겼던 저 늙은 상수리나무에 소쩍새가 알을 낳아놓았다. 나무의 뻥 뚫린 가슴을 가득 채우는 알. 알을 품어주는 나무의 모습에서 우리를 껴안아주는 자연의 품이 떠오른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동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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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붕어빵, 홈런을 날리다 - 카페 아자부 역발상 창업 성공 스토리
장건희 지음 / 샘터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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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이 불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붕어빵. 그 붕어빵을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카페가 있다고 한다. 바로 아자부카페이다. 이 카페를 시작하고 키워 온 사람이 장건희라고 하는 전직 야구선수이자 야구해설가이다.

 

나는 야구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렇게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는 부산에 살면서도 나는 야구에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룰도 모르고, 야구를 즐길 줄도 모른다. 20대 중반이 넘었을 때 처음으로 야구장에 갔었는데, 파울로 넘어온 공과 홈런공도 구분할 줄 몰라 웃음거리가 된 이후로 야구장에는 가보지 않았다. 그만큼 야구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알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런데 겨울에만 먹는 줄 알았던 붕어빵을 사계절 먹을 수 있는 카페, 게다가 매출도 상당한 이 카페를 기획하고  이끌어오는 사람이 그런 사람이란다. 야구뿐만 아니라 스포츠 선수들에 대해 알게 모르게 갖고 있는 편견때문인지 신기하기도 했다.

 

이 책는 도미빵이라고 불리는 아자부의 메뉴와 아자부카페를 만들게 된 계기들이 쓰여져 있다. 거기에 야구선수들의 어록, 야구의 룰에 비유되는 창업노하우들이 더해져 야구라는 스포츠와 아자부카페의 성공스토리 둘을 읽는 재미가 있다.

 

이 책은 창업성공스토리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지만 나는 창업을 할 생각은 없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 남들이 다 하는 것을 따라해서는 성공할 수 없는 사회에서 자기만의 창의적인 아이디어, 그리고 그것을 추진하는 뚝심. 그것을 보면서 나는 지금의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을 본다.

 

에체능계를 선택한 친구들이 오로지 그 하나의 목표를 위해 연습을 하고 매진하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그들 중에서 성공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는 이가 얼마나 적은지도 잘 알고 있다. 본의아니게 진로를 수정해야 할 때가 있다. 비단 에체능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오랫동안 몸담아 온 회사에서 퇴직을 한 사람들도 그렇고,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도 해당이 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남은 인생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진로수정은 이루어진다. 그럴 때 장건희 씨의 이야기는 많은 귀감을 주기 충분하다.

 

아주 쉽게 선택하지만, 많은 이들이 실패를 경험하는 것이 창업이다. 그것을 알지만 창업 외에는 길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 책은 잘 알려준다. 나는 어제 근무처 근처에 새로 생긴 식당에 들렀다가 기분이 상한 채 나왔다. 같은 업종의 식당에 자리가 없어서 그곳에 갔었고, 음식 맛이나 분위기 등에서 훨씬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그 식당을 나올 때는 기분이 상해 다시는 오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왔다. 그 식당에서는 맛있는 음식과 훌륭한 인테리어로 손님들에게 만족을 주었지만, 손님을 쫓아내듯 내보내는 실수를 한 것이다. 그것도 문닫는 시간이 40분이나 남았는데 말이다. 나는 다시는 그곳에 가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한다. 아자부카페에서 파는 붕어빵은 비싸다. 그러나 비싼만큼 손님으로서 대접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비싼 값을 치룰 사람은 많다. 게다가 음식이 정직하고 손님에 대한 배려까지 있다면 말이다.

 

책 곳곳에 있는 포인트들은 야구에 빗대 사업을 이야기한다. 뜬금없는 소리처럼 들리지 않고 딱딱 맞아떨어진다. 야구든 사업이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 적절한 설계와 거기에 맞는 타이밍, 남과는 다른 아이템, 양질의 서비스. 이 모든 것이 녹아있다. 그것이 야구나 사업에만 필요한 것은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 그 긴 여정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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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해적 마녀 위니 비룡소의 그림동화 227
코키 폴 그림, 밸러리 토머스 글,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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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위니 시리즈 역시 코키폴의 이름과 마녀위니라는 캐릭터만으로 선택하게 되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에서는 첫번째 책인 '마녀 위니'가 가장 좋았다고 생각한다. 마녀 위니와 윌버의 관계를 들여다봄으로써 우리 아이와 나눌 이야기가 엄청나게 많았기 때문이다. 그 뒤에 나온 그림책은 마녀 위니와 얽힌 에피소드기는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녀 위니는 주변인으로만 느껴진다. 그것이 가장 아쉬운 점이다.

 

이번에 새로 나온 용감한 해적 마녀 위니는 어떨까? 우선은 마녀 위니가 해적이 되었다는 설정에서 성관념을 벗어난 변신이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리고 고양이 윌버와 해적들이 찾는 보물이 서로 다른 가치를 가졌음과 마녀 위니가 윌버의 보물을 해적들의 보물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둔 채 해적들의 보물도 만든다는 점도 괜찮은 설정이었던 것 같다.

 

 

커스버트 아저씨의 생일날 모두들 색다르게 꾸미고 가서 ㅏ저씨를 축하해주기로 했는데, 위니는 무엇으로 변신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을 한다. 신데렐라, 곰돌이, 하트여왕. 결국 마녀위니가 선택한 것은 바로 해적선장.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중에 하나인데, 우리 나라 아이들도 해적선장이라는 캐릭터를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서양의 그림책에서는 해적들이 자주 등장하고, 용감한 해적이 되는 꿈을 많이 꾸는 것 같다. 우리 나라 그림책이었다면 해적이라는 설정이 아주 낯선 것일텐데 말이다. 어쨌든 아이들을 꿈과 모험의 세계로 이끄는 하나의 장치임에는 틀림없는 듯하다. 위니의 애완동물인 윌버는, 당연히 앵무새!!! 물론 이번에도 윌버는 자신이 앵무새가 된 데 대해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위니는 빗자루에 올라타고 커스버트 아저씨네 집으로 날아간다. 해적선장답게 눈에는 안대도 하고, 칼도 들었다. 앵무새는 당연히 해적 옆에 있어야지.

 

 

커스버트 아저씨네 집에 온 사람들은 다양하게 꾸미고 왔다. 요정, 어릿광대, 우주인, 그리고 사자와 공주까지!! 그리고 당연히 해적분장을 한 꼬마들도 많다. 해적들에게는 앵무새 윌버가 단연코 인기. 위니는 꼬마해적들과 보물지도 한장을 갖고, 해적선을 타고 떠난다. 해적놀이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이다.

 


 

 

해적선을 타고 모불지도에 있는 섬을 찾아나선 아이들이 그곳에서 진짜 해적을 만난다. 여기서 아이들의 아이다움이 나타난다. 재네랑 싸울까, 아니면 집에 갈까? 라고 묻는 위니의 질문에 아이들은 한목소리로 이렇게 외친다. "집에 가"

 

이 그림책에서 가장 통쾌했던 부분이라고 할까? 아이들은 해적과 싸우는 것보다는 그냥 집에 돌아가기를 원했다. 다만 그 소리에 깜짝 놀란 해적들이 도망쳐버렸다는 것이 또다른 반전. 생각지도 못하게 해적들을 물리친 아이들은 보물을 찾는데, 텅 빈 상자만이 나타난다.

이 그림책의 묘미는 바로 이것인 것 같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보물로 가득찬 상자가 나와야 할 시점에 텅빈 상자라니!

그때 윌버는 뭔가 반짝이는 것을 보고 또다른 보물상자를 찾아낸다. 바로 윌버의 보물, 정어리통조림이 가득한 상자를 찾아낸 것이다. 윌버는 엄청 좋아하지만, 아이들은 시큰둥할 뿐. 그때 위니는 마법으로 반짝이는 보물을 만들어낸다.

 

 

아이들은 윌버가 찾아낸 정어리통조림상자와 위니가 만들어낸 반짝이는 보물이 가득한 상자를 들고 커스버트 아저씨 집으로 돌아온다. 파티에 온 손님들에게도 보물을 나누어준다. 결국은 아이들도 위니도 진짜 해적선을 타고 다른 해적을 만나고 싸우고 보물을 얻은 것이 아니라 상상의 세계를 돌아다닌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윌버는 자신만의 보물을 찾아내고, 아이들은 위니가 만들어낸 보물임에도 즐거워한다.

 

 

이 그림책에서 커스버트 아저씨의 생일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자기가 되고 싶은 인물로 변장을 하고, 거기에 맞는 놀이를 한다. 그리고 놀이에서는 모든 이들이 행복해지는 결말을 얻는다. 놀이이기때문에 없는 해적선도, 보물지도도, 보물도 만들어낼 수 있다.

 

아이들은 상상의 세계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다. 그렇게 놀이를 즐기는 아이의 모습을 담은 그림책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였다. 비록 위니는 해적놀이보다 마녀놀이를 더 좋아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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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찌결사대 - 제2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샘터어린이문고 40
김해등 지음, 안재선 그림 / 샘터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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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화집을 다 읽고나니 가슴이 조금 먹먹해진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에서 생각꺼리를 담은 동화집이어서다. 내가 아무 생각없이 지나쳤던 것에서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 하는 데에 이르자 갑갑해졌다. 인간의 욕심으로 파괴하고 부수고, 그리고 자연과 환경을 보호한답시고 오히려 그들을 박제시켜버린 인간의 모습이 떠올라서이다.

 

발찌결사대라는 제목을 보고 나는 어린아이들의 탐정놀이쯤으로 여겼다. 이 결사대는 어린아이들의 결사대가 아니라  흔히 닭둘기라 불리는 비둘기들의 결사대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발찌일까? 나는 초록이가 발에 끼운 풍선 고리가 여전히 그들을 옭아매고 있는 현실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언제부터인가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며 자유롭게 비상하는 평화의 상징이라는 비둘기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상태가 되었다. 어렸을 때 우리 동네에서 비둘기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용두산공원이었다. 비둘기들이 떼지어 날아다니는 모습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그런데 우리집 아이에게는 비둘기가 힘차게 날아다니는 모습보다는 먹을 것을 구해 사람 곁으로 뒤뚱거리며 모여드는 닭둘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비둘기로 기억된다.

 

집 주변에서 흔히 보이던 참새도 없다. 몇년 전부터 집근처에서 까치가 많이 보이더니, 최근에는 까마귀들이 많이 보인다. 20년 쯤 전, 일본 도쿄 거리 곳곳에서 쓰레기봉투를 뒤지며 먹을 것을 구하던 까마귀 모습이 참 특이하다여겼는데, 이제는 우리집 근처에서도 까마귀들을 쉽게 발견한다. 주변에서 쉽게 찾아보던 새들이 사라지고, 다른 종들이 대체된 것이다.

 

바다에서는 또 어떤가? 아이들이, 어른들이 심심풀이로 던져 준 과자를 보고 달려드는 갈매기들이, 바다에서는 제대로 낚시를 할까 싶을 만큼 많아졌다. 사람들 근처에 살다보니 사람들에게서 먹이를 얻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새들. 어디 새뿐이랴, 동네 길고양이들은 음식쓰레기통을 뒤지고 뚱뚱해져서 어슬렁거리고, 개들은 온통 방안에 갇혀 소리 한번 제대로 못내고 살아간다.

 

그들을 그렇게 변화시킨 장본인인 인간은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갑갑하고 먹먹해진 것이다.

 

발찌결사대는 인간의 비위를 맞추며 살아가는 닭둘기라 불리는 비둘기들이 나온다. 그들을 보러 나온 어린아이들이 겁내지 않도록 나는 것도 포기하고 살아간다. 그들 스스로 선택한 것이든 그렇지 않든간에 그 안에서 서열은 정해지고 그들은 그렇게 인간에게 맞춰 간다. 인간에게 철저하게 사육당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잃은 체 살아간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날고 싶은 꿈을 가진 비둘기가 있다. 바로 초록이다.

 

우리는 지금 당장의 현실에 만족하면서 변화를 두려워하며 주어진 안락함에 자신의 진짜 모습을 잃어버려도 아쉬움을 느끼지 못한다. 이렇게 살아가는 게 뭐가 문제냐고, 주어진 대로만 살아간다. 비둘기들의 모습이 인간의 모습과 대치되어 바로 나 자신의 모습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자 화가 났다.

 

자기의지로 자신의 원래 본능을 되찾아 자유롭게 살기를 갈망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단 그들 비둘기만의 문제일까? 자신의 자유를 찾아,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비둘기들의 자유를 찾아 밤마다 날개짓을 연습하던 초록이는 하늘을 날아간다. 사육당하면서도 그것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가던 비둘기들에게 날아갈 수 있음을, 그들도 한때는 날개를 퍼득이며 하늘을 날아다니던 자유로운 존재였음을 깨닫게 해준다.

 

함께 실린 동화들도 작가의 생각을 잘 드러내주는 소설들이다. '탁이'나, '운동장이 사라졌다'는 어쩌면 발찌결사대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알을 낳고 우리에 갇혀 살아야 하는 암탉 탁이가 17마리의 병아리를 부화해 걸어나오는 모습은 비둘기들이 통제된 산란으로 인해 알을 낳는 비둘기와 그렇지 못하는 비둘기로 나뉘는 모습을 연상케한다. 알을 낳으면 부화를 시키는 게 당연한데도 인간은 그 알을 먹을거리로 가져오기 위해 닭을 키운다. 대숲에 숨어 알을 낳고 품어서 부화시킨 탁이를 나도 모르게 응원하게 된다. 운동장이 사라졌다에서는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놀아야 하는 운동장이 어느새 학업에 지친 아이들의 발자국조차 들을 수 없는 심심한 땅이 되어버린 현실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운동장이 없는 학교도 많다고 하던데, 학교가 무엇을 배우는 곳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아이들과 함께 읽고 토론하기 좋은 동화집이다. 자신의 생각을 이끌어내어 이야기하기 좋은 동화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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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 Simple - 일상과 비즈니스에 혁신을 가져오다
앨런 시겔, 아이린 에츠콘 지음, 박종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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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 단순함이 복잡함을 이긴다.

챕터 1에서 저자들은 왜 단순함이 필요한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복잡해진 사회가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데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우리를 각성시킨다. 도대체 단순한 것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책을 떠나서 생각을 해 보자. 우리가 사용하는 수많은 전자제품들, 사회적관계들, 관공서나 금융기관에서 작성하는 서류들을 접했을 때, 무슨 말인지 몰라서 혹은 너무나 많은 내용이 있어서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사인을 하거나 도장을 찍은 적이 없었는가, 그리고 다양한 기능이 있음에도 오로지 기본적인 기능만 충실히 사용하고 있는 제품은 없는가? 하는 것 말이다. 당연히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몇 가지가 바로 떠오른다. 가장 흔한 예로 스마트폰. 이 책에서도 나오지만, 노년층을 겨냥한 단순한 기능만을 가진 지터버그폰과 같은 것이 있다면 그것을 사용하고 싶은 사용자들이 많을 것이다. 분명히 사용자층이 있는 제품임에도 판매하는 곳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사용하지 않는 기능때문에 비싸진 제품을 억지로 써야만 하는 현실인 것이다.

 

왜 그럴까? 우리는 왜 그에 대해 항의하지 못하고, 그저 그들이 원하는대로, 그들의 이익구조에 따라야하는 것일까? 이 모든 것들이 복잡함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단순해진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단순함은 본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투명함과 명료함, 유용성을 가지고 있을 때 비로소 단순하다고 말할 수 있다. 또 단순함은 간소한 것과도 다르며 편함 것도 아니다. 대신 복합함은 돈벌이의 수단이며, 보호막으로서 작동한다. 복잡함은 복잡함을 낳을 뿐 안전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p.20~p.37 참조)

 

그렇다면, 혁신적 단순함은 무엇이며 어떻게 다른 것인가? 이 책에서는 그것을 조목조목 따져서 전달해준다. 첫번째로 '제대로 공감하라'고 말한다. 공감한다는 의미는 제품과 서비스를 누가 언제 어디서 구매하고 사용하는지 미리 예상해 고객의 요구를 디자인에 최대한 반영한다는 뜻이다. 단순함은 쉽고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경험이어야 하기 때문에 고객경험을 설계할 때 반드시 고객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그들이 과연 어떻게 느낄지 미리 예상해야 한다. (p.75) 이렇게 고객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면 복잡한 설명서나 계약서는 필요없고, 그들이 원하는 바로 그것을 알려주는 단 몇 줄의 문장이면 가능하다. 저자는 공감의 정의를 감정의 차원에서 보지 않고 사고방식, 의사결정전략, 주의집중 능력으로 보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이 제대로 소통되었을 때 복잡함은 사라지고 단순함이 자리잡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순함은 업무의 효율은 물론이고 고객의 충성도까지 잡을 수 있다.

 

두번째는 핵심만 뽑아내라고 말한다. 가장 중요한 핵심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간하게 버릴 줄 알아야한다. 덧붙이고 키워서 복잡하게 만들고 싶은 충동을 자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구글이 단순함을 유지하는 것과 페이스북이 복잡해지고 있는 현상을 비교해보라.

 

세번째는 한 가지에만 집중하라는 것이다. 너무 많은 정보와 애매모호하고 장황한 설명은 오히려 무관심을 낳기 쉽다. 정보를 체계적으로 종리해 알맹이만 골라내고 그것을 시각화하는 것, 그것이 단순함이다. 읽기 싶고 정보가 바로 전달되는 효율적인 글쓰기가 어렵다면, 이 책에서 팁처럼 존재하는 메모를 주의깊게 보면 된다.

 

"효과적 글쓰기의 비밀은 간단하다. 독자에게 말을 걸어라. 당신의 편지나 기사를 읽을 사람이 앞에 앉아 있다고 상상하라. 형식을 따지지 말고 긴장을 풀어라." 루돌프 플레시 (진심을 말하라의 저자)

"가장 훌륭한 글은 대부분 단순하고 소박한 단어로 이뤄져 있다." 조지 엘리엇 (영국의 소설가)

 

마지막 장에서는 복잡한 세상에서 현명하게 살아남는 길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가 복잡함에 학습되어 수많은 정보를 놓치고 산다는 사실을 알았다. 일상은 물론이고 비즈니스의 대상이자 주체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해진 셈이다.

 

책을 읽는 동안 왜 단순함이 필요한지, 계속 복잡해져가는 세상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한번쯤은 생각해보고, 의도적으로 실천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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