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찌결사대 - 제2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샘터어린이문고 40
김해등 지음, 안재선 그림 / 샘터사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이 동화집을 다 읽고나니 가슴이 조금 먹먹해진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에서 생각꺼리를 담은 동화집이어서다. 내가 아무 생각없이 지나쳤던 것에서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 하는 데에 이르자 갑갑해졌다. 인간의 욕심으로 파괴하고 부수고, 그리고 자연과 환경을 보호한답시고 오히려 그들을 박제시켜버린 인간의 모습이 떠올라서이다.

 

발찌결사대라는 제목을 보고 나는 어린아이들의 탐정놀이쯤으로 여겼다. 이 결사대는 어린아이들의 결사대가 아니라  흔히 닭둘기라 불리는 비둘기들의 결사대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발찌일까? 나는 초록이가 발에 끼운 풍선 고리가 여전히 그들을 옭아매고 있는 현실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언제부터인가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며 자유롭게 비상하는 평화의 상징이라는 비둘기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상태가 되었다. 어렸을 때 우리 동네에서 비둘기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용두산공원이었다. 비둘기들이 떼지어 날아다니는 모습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그런데 우리집 아이에게는 비둘기가 힘차게 날아다니는 모습보다는 먹을 것을 구해 사람 곁으로 뒤뚱거리며 모여드는 닭둘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비둘기로 기억된다.

 

집 주변에서 흔히 보이던 참새도 없다. 몇년 전부터 집근처에서 까치가 많이 보이더니, 최근에는 까마귀들이 많이 보인다. 20년 쯤 전, 일본 도쿄 거리 곳곳에서 쓰레기봉투를 뒤지며 먹을 것을 구하던 까마귀 모습이 참 특이하다여겼는데, 이제는 우리집 근처에서도 까마귀들을 쉽게 발견한다. 주변에서 쉽게 찾아보던 새들이 사라지고, 다른 종들이 대체된 것이다.

 

바다에서는 또 어떤가? 아이들이, 어른들이 심심풀이로 던져 준 과자를 보고 달려드는 갈매기들이, 바다에서는 제대로 낚시를 할까 싶을 만큼 많아졌다. 사람들 근처에 살다보니 사람들에게서 먹이를 얻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새들. 어디 새뿐이랴, 동네 길고양이들은 음식쓰레기통을 뒤지고 뚱뚱해져서 어슬렁거리고, 개들은 온통 방안에 갇혀 소리 한번 제대로 못내고 살아간다.

 

그들을 그렇게 변화시킨 장본인인 인간은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갑갑하고 먹먹해진 것이다.

 

발찌결사대는 인간의 비위를 맞추며 살아가는 닭둘기라 불리는 비둘기들이 나온다. 그들을 보러 나온 어린아이들이 겁내지 않도록 나는 것도 포기하고 살아간다. 그들 스스로 선택한 것이든 그렇지 않든간에 그 안에서 서열은 정해지고 그들은 그렇게 인간에게 맞춰 간다. 인간에게 철저하게 사육당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잃은 체 살아간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날고 싶은 꿈을 가진 비둘기가 있다. 바로 초록이다.

 

우리는 지금 당장의 현실에 만족하면서 변화를 두려워하며 주어진 안락함에 자신의 진짜 모습을 잃어버려도 아쉬움을 느끼지 못한다. 이렇게 살아가는 게 뭐가 문제냐고, 주어진 대로만 살아간다. 비둘기들의 모습이 인간의 모습과 대치되어 바로 나 자신의 모습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자 화가 났다.

 

자기의지로 자신의 원래 본능을 되찾아 자유롭게 살기를 갈망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단 그들 비둘기만의 문제일까? 자신의 자유를 찾아,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비둘기들의 자유를 찾아 밤마다 날개짓을 연습하던 초록이는 하늘을 날아간다. 사육당하면서도 그것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가던 비둘기들에게 날아갈 수 있음을, 그들도 한때는 날개를 퍼득이며 하늘을 날아다니던 자유로운 존재였음을 깨닫게 해준다.

 

함께 실린 동화들도 작가의 생각을 잘 드러내주는 소설들이다. '탁이'나, '운동장이 사라졌다'는 어쩌면 발찌결사대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알을 낳고 우리에 갇혀 살아야 하는 암탉 탁이가 17마리의 병아리를 부화해 걸어나오는 모습은 비둘기들이 통제된 산란으로 인해 알을 낳는 비둘기와 그렇지 못하는 비둘기로 나뉘는 모습을 연상케한다. 알을 낳으면 부화를 시키는 게 당연한데도 인간은 그 알을 먹을거리로 가져오기 위해 닭을 키운다. 대숲에 숨어 알을 낳고 품어서 부화시킨 탁이를 나도 모르게 응원하게 된다. 운동장이 사라졌다에서는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놀아야 하는 운동장이 어느새 학업에 지친 아이들의 발자국조차 들을 수 없는 심심한 땅이 되어버린 현실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운동장이 없는 학교도 많다고 하던데, 학교가 무엇을 배우는 곳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아이들과 함께 읽고 토론하기 좋은 동화집이다. 자신의 생각을 이끌어내어 이야기하기 좋은 동화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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