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 가족 생각쏙쏙 마음쑥쑥 시리즈
올리비에 탈레크 지음, 이나무 옮김 / 이숲아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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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높은 곳에서 살던 돌멩이 가족이, 가장 낮은 곳까지 굴러가면서, 그곳에서 또 행복을 찾는다. 어디에 있느냐보다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한 셈이다. 


돌멩이 가족은 산꼭대기에 살면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산봉우리의 멋진 모습을 감상하거나, 계곡에서 풀을 뜯는 양들을 세어보고, 향기로운 풀이 잘 자라는지도 본다. 아주 높은 곳에 살고 있는 이 돌멩이 가족은 뭐 하나 부족한 것 없이 그렇게 살아가는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비가 오고 천둥과 번개가 치던 날, 돌멩이 가족은 산비탈을 데굴데굴 굴러 새 둥지에 앉았다가, 갈까마귀에게 쫓겨 산중턱에 내려왔다가, 두더쥐가 땅을 뚫는 바람에 넓은 들판으로 내려온다. 높은 산 위와는 다른 환경이었지만, 또 거기에도 적응하며 살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토끼에게 들려 물 속 징검다리가 되었다가, 양치기 개 혓바닥에 밀려 굴러떨어지다가 물살을 따라 바닷 속까지 내려간다. 결국 저 높은 산꼭대기에서 가장 낮은 바닷 속까지 오게 된다.


인생은 예상치 못한 사건들로 채워진다. 번개가 치고 천둥이 칠 때 나의 가장 안락한 곳에서 알 수 없는 미지의 땅으로 밀려나더라도, 그곳은 그곳 나름의 삶이 이어진다. 우리는 가장 편안한 곳에서 평생을 살 수도 있지만, 인생의 고비고비를 넘기며 색다른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돌멩이 가족에게 닥친 사건들은 그들의 의지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극복하지 못할 것은 아니기에 그곳에서 또 새로운 삶을 일궈낸다.


내가 가장 편안하고 안락한 곳이었다 생각한 곳에서도 사건은 일어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느냐 일 것이다.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라면 환경을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하면 되고, 환경을 바꿀 수 없다면, 거기에서 적응하면서 그곳의 행복을 찾으면 된다. 


만약 내가 좀 더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존재라면 모험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은 모두 달라서, 그렇게 눈에 띄게 행동하고, 삶을 바꾸고 나서지 못하더라도, 주어진 환경을 최대한 이용하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갈 수도 있다. 돌멩이 가족처럼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가족들도 '행복'은 곁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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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어떻게 써? 678 읽기 독립 8
송승주 지음, 강혜영 그림 / 책읽는곰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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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읽기 쓰는 법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책이다. 저학년 어린이의 읽기 독립과 쓰기 시작을 준비할 수 있다. 그림책에서 글밥책으로 나아가는 책이라 생각하면 된다.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 아이가 그림책에서 글밥책으로 읽기를 시작하려는데 어떡하면 좋은지, 책 읽기를 어려워하는 아이가 있는데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때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대답은, 재미있는 책을 읽어라, 부모가 함께 읽어라...이다.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다. 즉, 재미있는 책을 고르는 일이 쉽지 않고, 책 읽기 습관이 들어있지 않은 부모가 억지로라도 함께 읽으려니 고역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이 알려주는 책곰이 안내문은 도움이 된다.


하나. 책장 끝을 접어보자. 끝까지 한 번에 읽지 않아도 돼.

둘. 소리 내서 읽어 보자. 틀려도 괜찮아.

셋.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무슨 뜻일지 상상해 보자. 책을 다 읽은 뒤에는 단어장을 확인해 볼까.


책에 낙서하거나 책을 구기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분들이 있는데, 책은 모셔둘 장식품이 아니란 걸 기억하자. 책장도 접어보고, 밑줄도 쳐보고, 모르는 낱말에는 동그라미도 쳐보는 것이 좋다. 그렇게 책과 가까워지면 자연스레 책을 읽게 된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일기 쓰기라는 커다란 벽을 마주한다. 요즘은 일기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쓰기도 하고, 주제를 주고 주제일기를 쓰기도 하니,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읽기쓰기, 아니, [쓰기]에 두려움을 갖는 아이들이 있다. 일기는 정말 다양한 소재로 다양한 글쓰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저학년 아이들이 쓰기를 시작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런 장점은 알아차리기도 전에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 두려워하는 아이들에게 이 책은 도움을 준다.


선물은 연잎에 곱게 싸여 있었어요.

포장을 풀었더니, 공책이 나왔어요.

표지에 '수리수리 일기장'이라고 쓰여 있었지요.

수리수리는 갸우뚱갸우뚱 고개를 기울였어요.

"일기가 도대체 뭐지? 일기는 어떻게 쓰는 거야?"


구구아저씨가 수리수리에게 일기장을 선물한다. 일기가 도대체 뭔지, 잘 모르는 수리수리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일기를 쓰려고 자리에 앉은 수리수리는 괜스레 어질러진 옷장을 정리하고, 연필도 깎아본다. 그러다 잠이 들고 만 수리수리는 일기를 쓰지 못한다. 


짹짹이는 일기는 밤에 쓰는 것이라고 알려준다. 꽉꽉이는 일기에 날짜와 날씨를 써야한다고 알려준다. 그림도 그리고, 그 아래에 짧게 글도 쓰라고 한다. 그리고 일기장에는 자기의 이야기를 쓴다. 또 특별한 일을 쓴다. 


친구들이 알려준 일기 쓰는 법은, 꼭 지키지 않아도 되지만, 일기 쓰는 방법 중 하나이기는 하다. 그러나 일기는 정말 개인적인 것이어서, 자신이 쓰고 싶은 이야기를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방법대로 쓰면 된다. 


앞에서 책 읽는 방법을 알려주었던 책곰이는, 책의 뒤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어려웠던 낱말(널브러지다, 잠잠해지다, 들뜨다, 틀리다, 호들갑을 떨다)을 정리해준다. 그런 다음, 일기 쓰는 법을 한번 더 정리한다.


일기 쓰는 법을 재미있게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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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미소 그림책 9
현단 지음 / 이루리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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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아무 장난감이 없어도 할 수 있는 놀이였다. 그렇지만 절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놀이이기도 했다. 그 시절에는 그런 놀이가 참 많았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는 조금 다르지만 "다망구"놀이도 정말 많이 했던 놀이다. 


이 그림책은 판형이 길이로 길다. 보통은 이런 류의 그림을 그린다면 가로로 긴 판형이 어눌리지 않을까 싶은데, 이 책은 길이로 길게 만들어졌다. 대신 그 공간을 아이들의 모습으로 꽉 채우기도 하고 위에서 바라본 관경을 나타내기도 한다.


술래는 희나이다. 희나는 모두가 두려워하는 술래이다. 왜냐하면 희나는 작은 소리 하나도 놓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술래가 돌아봤을 때 움직이면 탈락하는 놀이다. 하지만, 이 그림책 속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소리가 들리면 안된다. 희나는 그 소리를 정말 잘 잡아내는 술래다. '나'는 희나에게 잡히지 않으려고 엄청 연습을 했다. 무슨 일이 생겨도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만반의 준비를 한다. 비장의 카드로 들켰을 땐 고양이인 척 하기로 하고!! 


이 놀이의 규칙이 바뀐 건 왜일까? 어렸을 때를 돌이켜보면, 놀이를 정해진 규칙대로만 한 것은 아니었다. 아랫동네 윗동네 사이에도 규칭이 다를 수 있었고, 그렇게 바꿔서 진행한다고 해도 서로 합의가 된 이상 아무도 불만을 말하지도 않았다. 어쩌면 우리는 그 시절, 놀이를 통해 암묵적인 동의도 해봤고, 함께 의논해서 상황에 맞게 변형도 하고 때로는 도구를 바꾸기도 하였다. 골목 골목 아이들이 놀았던 그 시절은 그 시절 나름의 규칙이 있었고, 사회생활이 이루어졌던 것 같다.


이 그림책에서 규칙이 바뀐 것은, 다 읽고 나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나'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려고 준비를 했지만, 결국 소리와 냄새로 들통이 나고만다. 


술래가 이기면 다른 술래가 놀이를 이어간다. 희나도 술래에서 벗어나 다음 놀이에 합류한다. 희나는 모두가 두려워하는 술래지만, 모두가 좋아하는 친구이다. 위에서 내려다 본 아이들의 모습이 신난다. 그래서 즐거운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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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술사 1 - 기억을 지우는 사람 아르테 미스터리 10
오리가미 교야 지음, 서혜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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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술사 1권은 오리가미 교야 작가가 일본호러소설 대상 독자상을 받은 책이다.

일본식 호러 소설은...뭔가 무섭다기보다 예전에 봤던 '환상특급' 분위기??

기억술사는, 지우고 싶은 기억을 지워주는 존재이다. 아무도 그를 본 사람은 없지만, 그 존재에 대한 소문은 있다. 누군가의 기억(지우고 싶은 그 사람의 기억)만 지우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모두 기억을 갖고 있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자신은 기억을 지웠으니 지우고 싶은 과거로부터 벗어났지만, 주변 사람들은 모든 기억을 갖고 있으니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부분에서 나는 약간 이것이 일본답다고 생각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기억이 사라진 채 살아가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의 기억과 세상의 괴리를 문제삼지 않는다. 왜일까? 그건 그 사람의 문제이지 나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기억을 지우고 아무 문제없는 것처럼 살아간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한국이라면, 그들을 그냥 두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러나 이 사실에 의문을 갖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기억술사를 찾으려고 하고, 기억술사로부터 기억이 지워진 사람을 찾아다닌다. 기억술사는 히어로인가? 아닌가? 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기억을 지우고자 하는 이유에 독자들은 공감을 한다. 그리고 남은 이들에 대해서도 공감하게 된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기억술사를 원하고 또 한편으로는 기억술사가 나타나지 않기를 바란다.

당신이라면, 당신의 기억을 지워주는 사람에게 무엇을 부탁하고 싶은가?

책 속 주인공들에게 많은 부분 공감을 하긴 했지만,

나라면...기억술사를 찾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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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책상 서랍 속의 타자기와 회전목마에 관하여 - 세계를 담은 한 권의 책이 있다면
김운하 지음 / 필로소픽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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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구입한 이유는, 제목이 주는 묘한 끌림과 '책에 관한 책'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구입만 했을 뿐, 다른 책들에게 밀려 계속 책장 한편에 자리 잡고 있을 뿐이었는데, 이 책을 어서 해방시켜야겠다는 마음에 독서 동아리에서 읽을 책으로 추천을 했다.

내가 속한 독서 동아리는, 회원들이 추천한 책을 함께 읽는다. 오로지 자기만의 기준에 따라, 그리고 자기만의 취향에 따라. 그러다 보면 내 취향에 맞지 않는 책이나 절대 손에 잡지 않았을 책도 읽게 되고 의외의 발견도 하게 된다.

독서 취향이라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어서, '기준'이 명확하게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누군가가 줄 세워 놓은 필독서가 나에게는 아무 재미를 주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은 어쩌면 필연일 수도 있겠다.

독서동아리 선생님들과 1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하다 보니, 5명의 취향이 때로는 이쪽 저쪽으로 튀기도 하지만, 가끔은 한 방향을 보기도 한다. 내가 몰랐던 다른 책의 세계, 그러니까 저자가 말한 것처럼 평생을 읽다 죽어도 다 못 읽을 그 책들을 적어도 5배는 선택의 여지가 생긴다.

"내가 처음으로 책과 관계를 맺은 것은 나 자신의 존재와 삶, 그리고 이 세계를 둘러싼 온갖 의혹을 풀어보고 싶은 강렬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나는 나 자신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 책을 읽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독서 행위 자체가 주는 재미와 기쁨, 그리고 행복을 위해 책을 읽는다."(p.10-11)

나는 저자처럼 멋있게 나의 독서의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내 어린 시절의 독서는 세상과 만나는 길이었다. 독서하는 시간은 내가 처해있는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시간들이었고, 그 안에서 나는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갈 나를 기대했다. 그 기대가 와장창 깨진 것은 대학생 때였는데, 내 독서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친구의 눈길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짧은 생을 살다 간 그 친구는 그 나름의 기준으로 나를 바라봤던 것이니... 그게 상처가 되어 내게 남아있지 않다.

지금의 나는 왜 책을 읽는가?

유일한 내 휴식과 쉼의 시간을 채워주는 개인적 취향 때문이기도 하고, 번잡스러운 현실에서 눈 감고 귀 닫는 길이기도 해서다. ---> 한 번 더 고민해 봐야겠다. 나는 왜 이런 이유로 책 속으로 파고드는지.

책으로 읽기보다 연극으로 봐야 제맛을 알 수 있는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p.30)를 나는 연극으로 두 번을 봤다. 책을 읽은 기억은... 음 없는 것 같다. 대학생 때 인문대학 안에서 만나는 수많은 문학도들 사이에서 그래서 '고도를 기다리며' 같은 소설 하나쯤은 입에 올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쉽사리 책을 펼쳐보지 못했던 것은, 쉽지 않다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일 것이다.

처음 연극을 봤을 때, 나는 멍해서 나왔다. ---> 왜 인지는 짐작하리라.

두 번째 연극을 본 것은 얼마 전이다. 내가 나이가 든 때문일 수도 있겠고, 수십 년 연기 내공이 쌓인 노배우들의 연기로 보아서 일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책을 해석하기보다 책에서 자신의 고민을 발견하기(p.38)

우리는 여태 책을 해석하는 일을 해왔고, 그 해석의 정답을 정해놓고 얼마나 잘 맞추냐를 평가해왔다. 그러니, 책이 재미있을 리 없고, 읽고 싶을 리 없다. 수많은 도서 목록보다는 나의 취향에 맞는 책을 선호한다. --->이것도 그리 좋은 것은 아닌듯하다만...

마치 유튜브 알고리즘이 내가 클릭하는 영상과 비슷한 것만 보여주듯, 온라인 서점의 추천 마법사는 내가 산 책과 비슷한 책을 자꾸 보여준다. 안다. 나는 또 지갑을 열 것이라는 것을.

"더욱이 한가롭게 고전만 파고들 경우, 당대의 과제들에 대한 문제의식을 놓쳐버릴 수도 있다. 고전 독서는 그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독자 자신이 '지금 현재' 상황에서 맞닥뜨리고 있는 개인적인 관심과 문제의식, 나아가 당대가 제기하는 문제와 대결하기 위한 사유의 연장에서 자신에게 필요할 때 찾아 읽어야 한다. 취향이 너무나 고전적이라 고전이 자신의 영혼에 딱 맞는 옷이라면 고전만 찾아 읽어도 된다."(p.40)

고전만 그러한 건 아니다. 그러나 고전만큼 오해를 받고 있는 책이 또 있을까? 고전 한 두 권쯤 읊어댈 수 있어야 책 좀 읽은 사람 티가 난다. 하지만 그 고전에서 재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고전이어서가 아니라, 그 책에서 내가 찾고자 하는 것(그것이 재미든, 지식이든 간에)을 발견할 수 없다면 굳이 [억지로] 읽을 필요는 없다.

"자신이 책을 읽는 이유와 목적, 지금 자신이 고민하는 문제들, 알고 싶은 것들, 즐기고 싶은 것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독서로 즐거움을 얻고자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기 자신이 더 나은 존재로 '변화'하기를 원한다.

즉 '자기 자신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야말로 모든 독서의 진정한 출발점이다.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독서가 주는 순수한 기쁨과 재미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기쁨이 자기 자신과 삶, 세계를 더 잘 이해하게 해주는 인식의 쾌락과 연결될 때 우리는 더 큰 기쁨을 얻는다. 독서에서 재미와 인식은 분리 불가능한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p.43)

"그럼에도 요즘도 나는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에다 밑줄을 긋고 싶어 펜을 쥔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안절부절못할 때가 많다.

사실 책에다 밑줄을 긋는 습관은 고질병과 비슷하여 생각보다 고치기가 힘들다. '참아야지, 참아야 하느니라!' 하고 스스로에게 다짐하지만, 끝내 밑줄을 긋고 싶은 욕망에 굴복하고 말 때도 있다. 도대체 나는 왜 이토록 집요하게 책에 밑줄을 긋고 싶어 할까? 밑줄을 긋는 습관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중고등학교 때 교과서나 참고서에 빨간 볼펜, 파란 볼펜으로 밑줄을 긋기 시작한 게 기원일 듯싶다.(p.163-164)

사실, 나도 밑줄 그으면서 낙서하면서 책을 읽는 편이라, 책을 빌려보지 못한다. 또 프래그 같은 걸 붙이는 것도 내게는 잘 맞지 않다. 그거 붙이고 있는 행위 자체가 내게는 불필요한 시간 낭비처럼 느껴져서이다. 그래서 나는 책에 밑줄을 긋는다. 빌리지 않고 사서 보는 책이 많은 이유도, 그 많은 책을 헌책방이나 중고로 팔아버리지 못하는 이유도 그때문이다. 이번에 이사를 하면서는, 줄 긋지 않은 책(필시 읽지 않았던 책일 확률이 높다)을 온라인 중고서점에 내다 팔았다. 나머지 수천 권의 책은 종이쓰레기로 버려졌다.

버리면서도 이번에는 그다지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앞으로 내가 사야 할 책을 조금 더 신중하게 골라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책에 관한 책, 독서에 관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다만,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내가 읽은 책은 그들이 소개하는 책 중에 1%도 안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에 놀란다. 그만큼 많은 책이 있고, 그만큼 각자의 취향에 맞는 책을 읽기 때문이 아닐까. 오늘 이 책을 덮으면서, [역시 사 놓았지만 읽지 않은 '돈키호테']를 마음 먹고 읽을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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