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미소 그림책 9
현단 지음 / 이루리북스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렸을 때,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아무 장난감이 없어도 할 수 있는 놀이였다. 그렇지만 절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놀이이기도 했다. 그 시절에는 그런 놀이가 참 많았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는 조금 다르지만 "다망구"놀이도 정말 많이 했던 놀이다. 


이 그림책은 판형이 길이로 길다. 보통은 이런 류의 그림을 그린다면 가로로 긴 판형이 어눌리지 않을까 싶은데, 이 책은 길이로 길게 만들어졌다. 대신 그 공간을 아이들의 모습으로 꽉 채우기도 하고 위에서 바라본 관경을 나타내기도 한다.


술래는 희나이다. 희나는 모두가 두려워하는 술래이다. 왜냐하면 희나는 작은 소리 하나도 놓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술래가 돌아봤을 때 움직이면 탈락하는 놀이다. 하지만, 이 그림책 속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소리가 들리면 안된다. 희나는 그 소리를 정말 잘 잡아내는 술래다. '나'는 희나에게 잡히지 않으려고 엄청 연습을 했다. 무슨 일이 생겨도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만반의 준비를 한다. 비장의 카드로 들켰을 땐 고양이인 척 하기로 하고!! 


이 놀이의 규칙이 바뀐 건 왜일까? 어렸을 때를 돌이켜보면, 놀이를 정해진 규칙대로만 한 것은 아니었다. 아랫동네 윗동네 사이에도 규칭이 다를 수 있었고, 그렇게 바꿔서 진행한다고 해도 서로 합의가 된 이상 아무도 불만을 말하지도 않았다. 어쩌면 우리는 그 시절, 놀이를 통해 암묵적인 동의도 해봤고, 함께 의논해서 상황에 맞게 변형도 하고 때로는 도구를 바꾸기도 하였다. 골목 골목 아이들이 놀았던 그 시절은 그 시절 나름의 규칙이 있었고, 사회생활이 이루어졌던 것 같다.


이 그림책에서 규칙이 바뀐 것은, 다 읽고 나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나'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려고 준비를 했지만, 결국 소리와 냄새로 들통이 나고만다. 


술래가 이기면 다른 술래가 놀이를 이어간다. 희나도 술래에서 벗어나 다음 놀이에 합류한다. 희나는 모두가 두려워하는 술래지만, 모두가 좋아하는 친구이다. 위에서 내려다 본 아이들의 모습이 신난다. 그래서 즐거운 그림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