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만 모르는 비밀 하나 - 나를 응원하는 작은 목소리
후이 지음, 최인애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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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었습니다 **


가벼운 느낌의 에세이다. 이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으며 든 생각은 중국과 한국이 정말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사람 사는 것은 같다보니 공통점도 꽤 많구나 하는 것이었다. 외국인에 대해 갖는 감정 중에 가장 많은 것이 '낯설음'이 있다. 우리와는 다른 무엇, 그것 때문에 그들과 나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이 책을 읽고 그들도 우리도 많은 부분 같은 고민을 하고 있고, 같은 사회 분위기를 공유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게 끈기가 있다면 상대에게는 융통성이, 

내게 용기가 있다면 상대에게는 신중함이,

내게 감성이 있다면 상대에게 이성이 있어야 한다.

적어도 서로 배울 만한 장점과 

보완할 수 있을 정도의 단점만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서로 채워 주는 사이가 될 수 있다. (p.27)


이 책의 첫번째 에피소드는 결혼생활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부부, 결혼, 사랑 뭐 이런 이야기를 다룬건가 했는데, 다양한 인간사를 모두 다루고 있다. 그래도 첫번째 에피소드를 읽는 순간 이런 건 미혼보다는 기혼자들이 많이 공감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적어도 서로 배울 만한 장점...아니 보완할 수 있을 정도의 단점만 있어야한다는 말에 크게 공감했다. 어느날 서로가 요구하는 가치가 다르고 삶에 대한 태도가 다른 사람은 함께 살기 쉽지 않다. 다만 그것은 당사자들만이 알 수 있기에 제삼자들이 이러쿵 저러쿵 할일은 아닌다. 


이 책의 3장에 나오는 에피소드에서도 결혼, 임신, 출산, 행복에 관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부분에서 중국도 한국과 똑같구나 했었다. 결혼 적령기란 누가 정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결혼이 늦어지기라도 하면 호들갑을 떤다. 임신과 출산은 또 어떤가. 사회적으로 저출산 문제가 제아무리 문제라하더라도 결정의 권한의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닐까? 그들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어떤 것을 선택하든 그것은 그들의 몫이다. 


가난의 가장 아픈 점은

근본적으로 원하거나 원하지 않을 권리가 없다는 거야.

눈 앞에는 그저 한 갈래 길뿐이지.

'원하지 말 것' (p.101)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 그리고 가난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우리가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 역시 '선택'의 문제이다.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일이, 10가지 중에서 하나를 고를 수 있는 사람이 선택한 행동일 때와 선택의 여지 없이 그것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사람이 선택한 행동일 때 보여지는 결과가 같다고 해서 그 둘이 느끼는 만족감도 같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책의 내용이 모두 내 마음과 같았던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사례들을 읽음으로써 긍정의 메시지를 가슴에 담아본다. 결국은 이 책의 말미에 등장한 명휘씨처럼 남이 아니라 나를 먼저 챙기고 보살펴야 한다. 무너지고 우는 것보다, 웃으면서 나를 다독일 때 나는 빨리 일어설 수 있다. 


직장 생활 또한 마찬가지이다. 모든 만남이 첫 만남인 듯 하라. 모든 것을 매번 처음인 듯 대하면 후회할 일은 생기지 않는다고 하였다. 어느 순간 타성에 젖거나 매너리즘에 빠지는 순간 '실수'는 일어난다. 지금 나에게 딱 필요한 조언이기도 하였다. 


짧은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책은 삶의 지혜와 나를 토닥이는 위로로 가득한 책이니, 앞으로도 잘 살아갈 거라는 메시지를 전달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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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김민섭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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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친구들이 김민섭 작가와 친구를 맺고 있다보니 가끔 들러 살펴보곤 했다. 작가의 책을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그의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김민섭, 은행나무) 때문이다. 음.. 그가 무슨 이야기를 썼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았고,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지만 그로 인해 무엇이 달라졌을까? 회의적이기도 했다. 20년 쯤 전에 시간강사의 죽음으로 인해 4대 보험 가입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시간강사의 시간당 페이가 어디는 얼마고 어디는 얼마다... 국립대는 얼마인데 사립대는 얼마더라. 지방 국립대는 얼마인데 지방사립대는 그 반도 안되더라..등등. 말은 많았으나 속시원하게 정리되지는 않았었다. 그런 곳을 떠나 다른 일을 하며 살다보니 굳이 그 세계를 또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다시 김민섭 찾기 프로젝트를 알게 되었다. 상당히 공감했고, 그렇게 선한 영향력이 퍼져나가는 걸 보았다. 2022년 부산 원북원 후보도서로 이 책 『당신이 잘 되면 좋겠습니다』가 올라왔고, 독서동아리에서 함께 읽기로 하였다. 슬쩍 훑어보니 그 김민섭 찾기 프로젝트와 후쿠오카 보내기 프로젝트의 이야기가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폈다.

작가의 헌혈과 관련된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허삼관매혈기』(위화, 푸른숲)는 마침 독서동아리에서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서 공감하기가 더 좋았다. 우리는 헌혈을 할 때 무슨 마음으로 할까? 고등학생 때 학교에서 단체로 헌혈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헌혈부적합 판정을 받아 하지 않았지만, 친구들은 제법 많이 했었다. 그리고 또 30대 때 모 가수의 팬클럽에서 활동하면서 그 가수 이름으로 헌혈증을 모은 적이 있어서 그때 시도했지만 또 부적합. 그러고보면 나는 헌혈을 시도했지만 결국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작가는 꽤 건강한 피의 소유자임이 틀림없다. 

헌혈을 하면서 피를 판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피를 팔 수 밖에 없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 피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헌혈을 한다고 생각한다. 한번도 만난 적 없지만 나와 같은 혈액형의 피를 가진 사람, 나의 혈소판이 필요한 사람에게 나눌 수 있고 도움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생각해보면 인간이 사회적 동물로 살아가기 위해서 이런 DNA(서로 나누고 서로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는 필수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 점에서 김민섭 작가가 자신이 가진 후쿠오카 비행기표를 누군가에게 양도하기로 했을 때 누군가가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그만큼 모여들 수 있었을 것이다. 또 그 과정이 이렇든 저렇든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SNS 속성 상 사람이 사람을 불러오기 쉽고, 소문이 퍼지는데도 한몫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김민섭 작가는 참 괜찮은 김민섭 씨를 만난 셈이다. 의도가 아무리 선량해도 곡해하는 사람, 시기하는 사람, 질투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니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김민섭 작가가 '질문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의 독서지도를 하면서 내가 강조했던 것 중 하나이기도 하다. 책을 읽고 그냥 덮지 말고 질문꺼리를 찾아봐. 그것이 너에 관한 것이든, 친구나 가족 또는 우리 사회에 바라는 것이든 뭐든 좋으니 질문을 해보자 라고.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김민석 작가는 끊임없이 질문을 하고, 그 질문을 답을 찾아 나선다. 

교통사고 고소건도 그러하고 몰뛰작당도 그런 질문의 끝에 나온 행동이라고 보여진다. 그냥 덮고 말면 속은 쓰리겠지만 귀찮은 일을 안해도 되고, 굳이 매주 목요일 저녁 시간을 달리면서 보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던 것은, 나와 똑같은 경험을 하게 될 누군가를 떠올렸고, 남에게 무례하게 굴면서도 그게 잘못된 것인지 모르는 사람이 한번 쯤은 반성하거나 조심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면 또 세상은 달라진다. 

나는 독서모임을 10년 째 이어오고 있다. 작은도서관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6명이 시작한 모임으로 매주 1권의 책을 읽고, 쓰고, 토론이나 토의를 이어오고 있다. 1년을 52주이고, 그 모임을 10년째 이어오고 있으니 500여 번의 모임과 500에 가까운 책을 읽은 셈이다. 그 모임이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매주 토요일 오전에는 모임에 가야한다는 약속이 지켜지고 있기 때문이다. 2명만 올 수 있으면 무조건 모임을 진행한다는 원칙을 세웠고 그 2명이 안될까봐 매주 이 모임을 우선으로 했던 누군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지금의 내 이야기를 떠올렸고, 우리를 떠올렸다. 그리고 계속 질문하고 생각하고 답을 찾는 과정이 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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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우스이 류이치로 지음, 김수경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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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좋아하는 터라(좋아하는 거지, 잘 아는 것은 아니다) 이 책, 꽤 관심 가는 책이었다. 아무래도 소재 자체가 관심있다보니 책을 읽는 속도도 꽤 빨랐다. 어떤 사물을 놓고 세계사를 살펴보는 책들이 제법 많다. 세계 역사라는 것이 무역(혹은 수탈)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슬람 수피교도가 '욕망을 억제하고 수행에 정진하기 위해' 즐겨 마셨다는 검은 음료가 바로 커피이다. 저자는 이 커피로 인해 17세기 유럽 상업자본가와 정치권력자의 욕망을 자극하여 유럽과 세계 문화를 바꿔놓았다고 전한다. 


1652년 런던 최초의 카피하우스가 문을 연다. 커피하우스가 급성장한 것은 17세기 후반이다.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하기에 적합한 커피하우스 덕에 커피산업과 커피문화가 일상 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영국은 커피의 나라가 아니라 홍차와 티하우스의 나라로 불린다. 18세기 중반부터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하는데 이는 영국의 사회적 변화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슬람 세계에서 커피가 뿌리내리는데는 이슬람 신비주의 수도사, 수피교 수도사들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커피는 마시면 쉬이 흥분하게 되고 잠들기 어려워진다. 이런 커피의 부정적인 특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수피는 잠들지 않으려고 커피를 마신다. 이슬람 문화는 '밤'과 '잠들지 않는 것'에 본질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아는 천일야화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슬람에서 가장 흔한 종교행위는 바로 밤을 새우면서 기도하는 일이다. 또한 수피교도는 먹는 것 자체를 지극히 절제했다. 식욕이 떨어지는 커피는 당연히 수피교도들에게 도움이 되엇을 것이다. 마른 몸이 이슬람의 미의식이다보니 커피를 마시면 살이 빠진다는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또한, 커피를 마시는 행위는 그 자체적으로 종교의식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커피는 빵과 소금처럼 신성시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커피하우스는 어떻게 유행하게 되었을까? 종교적 의식이 아닌 사교의 장으로서의 커피하우스가 유행한 데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었다. 


"가장 사적인 집을 떠나서, 혹은 공적인 장소를 떠나서 그저 편안한 한때를 혼자, 아니면 동료들과 함께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사람을 보고,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누군가가 말을 걸어오면 편하게 대꾸하면서, 즐거우면 즐거운대로 즐기면 되고 지루하면 집으로 돌아가면 된다. 그런 공간 자체가 지닌 매력이 사람들을 끌어모았다."(p.70)


내가 생각하는 카페도 이와 비슷하다. 나는 집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여유를 찾지 못한다. 집에 있으면서 눈에 보이는 가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카페로 간다. 한쪽 구석에 자리잡고 앉아 커피 한잔 마시면서 읽고 싶었던 책을 읽는다. 오롯이 2시간 동안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이렇게 시간을 보낸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어느 정도 힘을 얻는다. 매번 바쁘게 움직이다가도 '회복'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영국에서 커피가 일반 가정으로 들어가는 데 실패했지만, 프랑스에서는 달랐다. 프랑스에서 맨 처음 커피를 받아들인 이들이 베르사유궁의 귀족부인이었다. 귀족부인들 사이에서 커피모임이 유행을 하였고, 일반 평범한 부인들 사이에서도 카페 출입을 할 수 있었다. 


1778년, 프랑스에서는 와인 판매량이 급감했다. 와인과 브랜디는 프랑스 세계 교역의 대표상품이었기 때문에 프랑스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포도 재배를 위해 곡물 재배를 등한시한 결과, 와인 판매량이 급감하자 빵 가격을 유지할 수 없었다. 프랑스 농업이 받은 타격은 프랑스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마른강과 센강에는 화물선의 모습이 아예 자취를 감추었을 정도라고 한다. 프랑스를 위협하던 불황은 선거권이 없던 사람들마저도 선거운동의 열기 속으로 끌어들였다. 


커피에는 차나 술과는  다른 점이 있다. 첫째, 저 먼 중남미나 아프리카 어딘가의 세상에서 커피를 생산해야 한다. 둘째, 그 커피콩을 우리에게 안전하게 보내주는 일련의 산업구조(수출업자, 중개인, 선박회사, 창고회사, 가공업자, 소매점, 커피점 등)가 트럭 한 대, 사람 한 명에 이르기까지 완벽하고도 성실하게 기능해여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커피를 마시는 행위는 차나 술을 마시는 행위와 달리 지극히 '부자연스러운' 일이며 인공적이고 문명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유럽 열강의 식민지 지배라는 오랜 과거와 원활한 세계 교역의 존재를 전제로 할 때 비로소 가능한 행위이기도 하다. (p.315) 


책에서는 유럽 열강이 커피를 얻기 위해 식민지를 개척하고, 커피 생산을 하여 경제적 이득을 취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유럽의 식민지 개척과 수탈에는 비단 커피만 해당하지는 않지만, 커피를 얻기 위해 생산지를 개척하고 식민지 국민들이 하나의 작물에 몰입하게 하여 자급자족을 어렵게 만들었다. 지금 내가 마시고 있는 이 한 잔의 커피에도 노동력에 대한 공정한 대가가 지불되었기를 바래본다. 


세계사를 재미있게 훑어볼 수 있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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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와 생맥주 - 최민석의 여행지 창간호
최민석 지음 / 북스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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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확 눈길을 끈다. 기차와 생맥주라... 거기다 여행지 창간호라는...


작가는 이 책에 여행지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실제로 여행지(旅行誌)는 아니다. 여행을 소재로 쓴 에세이라고 해야할까? 



작가는 기차로 하는 여행을 좋아하고, 공항에서 마시는 생맥주를 즐긴다. 나도 비슷한 부류다. (기껏해야 한국 안에서 돌아다니느라) 비행기 타고 다닐 거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은 유혹을 느낀다. ktx보다 비행기표가 더 쌀 때. 그렇지만 보통은 기차를 이용한다. 기차역까지 가는 길도 짧고, 기차를 타고 움직이는 3시간 동안 책을 읽거나 글을 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운전을 못하니 당연히 자동차로 이동하지는 않기에 오로지 대중교통에 의지해 움직인다. 그래서 여행을 생각하면, '기차'를 먼저 떠올린다. 



첫 이야기로 미국 기차 여행이 나온다. 미국 기차를 이용하기 위해 모바일 예매를 하는 과정에서 미국인이 아닌 이방인으로서의 고충을 풀어놓는다. 어렵사리 탄 기차에서 미국이 계급사회라는 것을 느낀다. 다양한 인종과 이방인들이 모여드는 미국이라 더 자주 눈에 띄는 것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외국 여행을 따라가지만, 마음 속으로는 계속 나의 국내여행을 따라간다. 사실 내가 해외여행을 많이 다녔더라면 저자와 공감하거나 때로는 나만의 감상을 떠올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여행 경험은 적어서 국내 여행으로 대체할 수밖에. 하하. 



오히려 어떻게 보면 내가 아는 '외국'의 모습이 없기에 저자가 풀어놓는 여행기에 푹 빠져 읽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쿨한 듯 하다가도 때로는 쪼잔하게 느껴지는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도 그곳을 다녀온 듯하다.



태국어로 안녕하세요는 '싸와디캅'과 '싸와디카'다. 둘 다 합장을 하며 인사를 하는데, 이 말을 내뱉으면 입꼬리가 자연스레 올라간다. 마치 경쟁적으로 입을 할짝 벌리며 환대하는 것처럼. 언어는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다보니 처음 만나 나누는 인사가 '긍정적'이고 '우호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은 꽤 중요한 것 같다.



"작가는 아무리 성공해도 오기가 좀 있어야 글을 계속 쓸 수 있다."(p.73) 는 작가는 겨울에 이런 각오를 다지기 좋다고 한다. 그렇지만 작가의 아내는 '추위'를 피해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간다. "여행을 자주 하다 보면, 때론 온전히 타인의 취향을 따르게 마련이다. 때로는 투덜대기도 하고, 때로는 참기도 하지만, 뒤돌아보면 그럴 때 항상 내 세계는 조금씩 넓어졌다."(p.77)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과 떠나는 여행은 서로의 차이를 줄이고 서로를 이해하는 여행이 될 것이다. 다만 거꾸로 보자면, 그렇게 서로의 취향을 이해하지 못하고 투덜대다 큰 싸움이 나고 헤어질 수도. 



"우리는 일상에 차이를 주고 싶어 떠난다. 하지만 낯선 곳에서의 불안이 기대보다 크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언제나 우리가 기댈 안정적인 무언가를 확보하길 원한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글로벌 체인의 커피나 햄버거일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호텔 조식일 수 있다." (p.95) 나도 호텔에 묵을 때는 그 호텔에서 제공하는 조식이 있는지 항상 확인한다. 낯선 곳에서 이것저것 둘러보고 돌아다니다 호텔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 후 아침에 일어나 준비된 조식을 먹으러 가는 것이다. 사실 아침부터 제대로 된 아침 식사를 파는 레스토랑이나 식당을 찾는 것도 일이다. 그래서 조식을 반드시 추가하는 편이다. 작가는 이 글 말미에 객실료에 조식이 포함되어 있어서 먹는다고 했지만... 조식은 선택 가능하다. 그러니 굳이 조식을 선택했다는 것은 객실료에 포함되어서라고는 할 수 없을 듯... ^^



이 책의 후반부에는 <피치 바이 매거진>의 청탁을 받고 썼다는 픽세이(소설가의 상상력을 가미한 에시이)가 실려있다. 사건명으로 시작하는 이 글들은 소설적 상상력이 드러나는 글들이다. 



여행을 다니는 일이 나에게는 일상의 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일이기도 하다.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여행 다니고 맛있는 것 먹으면서 돈도 버는 사람들을 보면서, 잠시 부러워하기도 했지만 그것이 나의 '여가'가 아니라 '일'이 될 때의 괴로움을 잘 알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갔던 그 많은 장소들과 경험이 부러웠지만, 앞으로 경험하면 될 일이다. 유쾌한 유머가 있어서 더 즐겁게 읽은 책이다. 



여행을 마치고 공항에서 생맥주 한 잔으로 마무리하는 작가처럼, 나도 오늘은 이 책을 덮고 좋아하는 커피 한 잔으로 마무리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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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두려워하는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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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함께하면 빛을 볼 수 있습니다!'

앨리스가 말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빛을 찾아요. 그렇죠? 빛을 찾으면 인생의 해답을 얻을 수 있을거라 믿나 봐요."

내가 말했다.

"인생에 대해 잘 모르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게 압니다. 우리의 인생에서 확실한 해답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것."

"브렌던 씨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죠. 빛을 찾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달라요. 우리와는 달리 확신을 갖고 있어요. 저는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확신이 두려워요."

"그 사람들의 확신이 앨리스 씨가 인생에서 찾고 있는 해답과는 달라서요?"

"그들이 찾은 해답은 일방적이죠. 우리는 이미 역사를 통해 배웠어요. 자기 자신이 무조건 옳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어둠 속으로 밀어 넣죠." p.315~316


브렌던 씨와 앨리스 씨는 우버 기사와 손님으로 만난다. '우버'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소개되었지만, 소설 속 브렌던 씨를 통해 우버 기사의 현실을 잘 알 수 있었다. '우버' 기사로 계속 일하기 위해서는(그만큼 그 직업 외에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고객센터로 들어가는 고객의 항의나 클레임에 대응해야 한다. 사용자와 근로자의 입장으로 보자면, 근로자인 우버 기사들에게는 한없이 엄격한 시스템이다. 고객인 내 입장에서는 돈을 지불하고 받는 서비스에 대한 권리라고 하겠지만, 세상에는 워낙 이상한 사람들이 많으니까... 



얼마전 서울에서 택시를 타다가 승차거부를 몇 번 당하고 보니 대중교통으로서의 택시와 서비스에 대해 평소와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버스와 달리 고객과 가까운 곳에서 대면해야 하는 택시의 특성상 대민 서비스가 더 나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어쨌든, 브렌던 씨는 앨리스 씨를 태우고 병원으로 데려다 준 일을 계기로 '임신중절'이라는 이슈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 소설에는 다양한 관점을 지닌 사람들이 등장한다. 브렌던 씨의 아내 아그네스카는 임신중절반대론자이다. 첫째 아들 카론을 잃은 뒤 삶의 의미를 '임신중절반대'운동을 통해 찾고 있다. 딸인 클라라는 사회복지사이며 가정 폭력에서 벗어나려는 여성들을 보호하는 쉼터에서 일한다. 한 가족이지만 각자 자기만의 관점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앨리스 씨는 진보 성향의 남편과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딸, 그리고 본인은 '임신중절' 여성을 보호하고 상담하는 봉사자로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앨리스 씨의 가족 또한 각각의 성향이 다르다. 그런가하면 브렌던 씨의 친구이자 사제인 토더 신부, <엔젤스 어시스트>에서 일하는 테레사, <앤젤스 어시스트>를 후원하는 자산가 켈러허 등 각자의 신념에 따라 살아가는 이들이 등장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임신중절을 찬성하는 편이다. 물론 애초에 원치 않는 임신을 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있어야겠지만, 내가 원치 않는다고 해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특히 범죄의 대상이 되었을 때나,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일이 '여성, 아니 인간'으로서의 나의 삶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들 때는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살아있는 내가 죽어야 한다는 것(혹은 비참한 고통과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사는 것)이 과연 합당할까? 사람마다 가치가 다르고 신념이 다르기 때문에 그 또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지독한 가난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가족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은 넉넉한 경제적 사정과 잘 나가는 직업, 사회적 평판이 높은 사람이지만 가정에서는 불행한 사람도 있다. 우리가 어떤 사건을 대할 때, 나의 판단이 가장 올바르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이 책에서는 자신의 신념에 갇혀 다른 사람의 삶을 파괴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내가 임신중절을 찬선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앨리스의 편을 드는 것은 아니다. 앨리스는 임신중절'을 무조건 찬성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한다. 즉, 내가 어리고 경제적 여유가 없지만 아이를 낳아서 키우고 싶다면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도 있는 것이다. 사람마다 이유가 있고, 가치가 있고, 상황이 다르다. 그것을 인정하고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기에 나는 앨리스의 일이 가치가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테레사와 토더신부처럼, 자신의 신념을 위해 남을 해치거나 타인을 공격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 일이 아무리 의미가 있다하더라도 지지하기 어렵다. 즉, 자신의 신념이 오히려 '폭력'이 되어 사람을 괴롭히면서 '사회적으로 지지를 받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 소설에서는 임신중절이 소재지만, 우리의 일상을 보자면, 극우 유튜버와 극우보수주의자들이 퇴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입에 담지 못할 언어폭력과 시각적 테러를 감핸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지지받을 수 없는 이유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첨예하게 충돌하는 이슈를 소설적으로 잘 풀어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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