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아, 아프지 마라 - 따뜻한 진료실에 번지는 눈물.웃음.위로
김정환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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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것질을 좋아하지 않는 나의 습성때문에, 우리 집에는 간식거리가 없다. 기껏해야 우유나 요구르트 정도? 그래서 우리집 아이도 과자나 간식을 찾지 않는다. 아이들 치아건강과 균형있는 식사습관 등 다양한 이유로 먹을거리 하나에까지 신경을 쓰는 부모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어떤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싫어서 먹지 않는다. 그런데 어떤 날은 이상하게도 단 것이나 씹을거리가 필요한 날이 있다.  


이와 비슷한 이유로, 나는 에세이나 산문집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난 1년 동안 내가 읽거나 구입한 책들 중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장르이기도 하다. 사실 나는 감정적이지 못하고 타인에게 동화되는 경우가 거의 드물다. 그러다보니 어떤 목적을 갖고 읽는 책을 좋아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이번에 읽은 이 책 [사람아, 아프지마라]는 예외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시아버님이 저혈당쇼크로 119를 불러 병원으로 간 날, 이 책이 내 가방에 들어있었다는 사실은 우연같은 필연이 아니었을까 싶다. 김정환 선생의 글은 가끔 페이스북을 통해 접하고 있던 터여서, 그의 글이 심각하고, 무겁고, 슬프고, 그리고 아~주 병원스러운(?) 글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나는 그가 병원을 드나드는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읽어내는 '삶'의 흔적들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그날의 급한 상황이 마무리된 건 119에 오르기 전 구급대원들의 응급처치가 끝났을 즈음이었다. 십여년 이상 계속 된 당뇨병과 알콜중독, 자잘구레한 지병들, 그리고 최근에 시작된 치매증상때문에 치료를 받아오던 병원으로 이송하였고, 입원을 결정하였다. 어지간해서는 감정이입을 하지 못하는 나지만, 그날은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의 에피소드 중에서 노부부의 이야기들이 가슴에 와닿을 수 밖에 없었다.


몇십년을 속썩이고, 싸우고, 지지고 볶으면서도 참고 살아 온 부부가 환자와 보호자가 되어 병원에 와서 투닥거리다가도 진료실 문을 열고 나갈 때는 걱정하고 염려하는 마음과, 애틋함을 보여준다. 김정환 선생은 그들의 애틋한 마음을 놓치지 않고 독자들에게 전달해준다. 책에는 노부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간관계가 등장한다. 그들의 사연뿐만 아니라 의사로써 겪는 고충(?)도 무겁지 않게 전달한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눈시울을 적셨다고 말하는데 나는 눈물보다는 미소를 짓게 하는 글이 많다고 느꼈다.


나는 의사와 하는 대화가 편안하지 않다. 아파서 찾아 온 환자에게 '그깟 걸'로 병원에 왔느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고, 모든 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스트레스'해소와 '비만'해결로 끝내기 때문에 어지간히 아프지 않고는 병원에 갈 생각을 않는다. 대기시간에 비해 진료시간은 5분도 안된다는 사실도 내가 병원을 기피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김정환 선생의 글을 읽어보면 환자의 이야기를 참 잘들어준다. 의사들이 내게 스트레스를 줄이고 살을 빼라는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내가 왜 그렇게 아플 수 밖에 없는 상황인지 들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참 많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삼십 년 이상을 무직으로, 알콜중독과 당뇨, 신장관련 질환들을 앓고 있고, 거기에 치매증상까지 나타나기 시작한 시아버지를 보면서 시어머니는 '콱 죽어뿌면 좋겠다'고 하시다가도 '나라도 살아줘야지. 어디 가서 인간 대접 받겠노. 불쌍해서 살아준다'며 보양식도 챙겨주시고, 이것저것 살펴주신다. 그 속에 숨겨진 마음이야 자세히 알 길 없지만, 김정환 선생이 만난 노부부들의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싶다.


병원을 오가며 읽다보니 마음에 와 닿는 글들이 많았던 것 같다. 어디 환자와 보호자만의 이야기겠는가, 사람이 살아가는 게 다 그렇지. 그래, 사람아, 아프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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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02-19 0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많은 공감을 하며 읽었습니다. ^^